청와대 인선에 불만표시 않던 국민의당·바른정당, 인사청문회 벼르며 비판

▲ 청와대 인사가 연일 파격을 이어가지만, 첫 여성외교부장관에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역시 눈에 띄는 충격적인 인선이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검증 과정에서 장녀가 1년 간 미국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으로 전학을 오면서 위장전입을 한 사실도 확인됐는데, 2002년 2학기에 이화여고에 전학했는데 1년 간 친척집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청와대 인사가 연일 파격을 이어가지만, 첫 여성외교부장관에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역시 눈에 띄는 충격적인 인선이다. 청와대는 강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소개하면서 이례적으로 자녀의 미국국적과 위장전입 사례가 있었다며 인사검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환영 일색이지만, 그 간 청와대의 인선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오지 않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마져 인사 검증을 벼르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강경화 후보자 자녀 미국 국적·위장전입 미리 밝히며 정면돌파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하면서 “비 외무고시 출신으로 첫 유엔 최고위직으로 임명됐다. 우리나라 최초, 최고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외교전문가”라며 “외교부 국장 이후 2006년부터 유엔에서 활동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쌓은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 시기의 민감한 외교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내각 구성에서 성평등이란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여러가지 큰 어려움, 외교 난제가 산적한 현실에서 강 후보자가 국제 문제 에서 큰 경험과 강한 추진력으로 대한민국 당면한 위기를 해소하고 외교 위상을 높이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인선 발표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의 소감 발표 뒤 “조금 부가적으로 말씀드릴 게 있다"며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검증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첫째 장녀가 미국 국적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장녀는 1984년 강 후보자가 미국 유학을 하던 중 태어나 미국과 한국 국적을 모두 가진 이중국적자”였다며 “그러다가 지난 2001년 국적법상의 국적선택 의무 규정에 따라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고 말하면서 강 후보자의 장녀는 어머니의 입각을 계기로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또 검증 과정에서 장녀가 1년 간 미국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으로 전학을 오면서 위장전입을 한 사실도 확인됐는데, 2002년 2학기에 이화여고에 전학했는데 1년 간 친척집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고 했다.
 
조 수석은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는 후보자의 외교 능력을 높이 평가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말씀을 미리 드리는 이유는 주요 검증사항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했는지 투명히 발표하자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기에 미리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하면서 “비 외무고시 출신으로 첫 유엔 최고위직으로 임명됐다. 우리나라 최초, 최고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외교전문가”라며 “외교부 국장 이후 2006년부터 유엔에서 활동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쌓은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 시기의 민감한 외교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사진 가운데가 강경화 후보자. ⓒ정책브리핑
◆정의당 “‘정통’출신 아니고 여성이라 파격적” “쌍수로 환영”...극찬과 기대감
최초의 여성 외교부장관 후보이자 비고시 출신으로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는 인선이라는 점에서 정의당은 앞장서 환영을 표시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는 10여 년간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인지도를 쌓는 등 그 전문성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외무고시를 치른 외교부 ‘정통’출신이 아닐 뿐더러 여성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라며 “진영과 파벌은 물론 기존 관행에서도 벗어난, 오로지 전문성에 입각한 인사다. 풍부한 국제무대경험으로 한국 외교 위상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추 대변인은 “정의당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의 검증이 있는 만큼 촛불민심이 정부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문재인 정부가 우리사회의 개혁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협력과 견인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낼 것”이라고 협조를 강조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2일 상무위원회의에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이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개혁적 인사 임명에 이어 여성의 사회진출에 긍정적인 신호로써 환영하는 바”라며 “이후 정부 고위직에 더 많은 여성이 임명되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키는 것은 물론, 성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지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픞 나타냈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 몇 가지 하자로 지적될 수 있는 사항, 국적 문제라든가 위장 전입 문제라든가, 이런 걸 인사 담당 수석이 먼저 공개하면서 자신들도 아주 고민했지만 정도가 미약해서, 이건 인사에는 지장을 안 주는 것으로 하겠다고 솔직하게 밝힌 대목은 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어 “병역 기피를 위한 이중국적 문제도 아니었고, 또 외국에 있던 아이를 갖다가 본국으로 전학시키는 과정에서 친척 집에 주소지가 잠시 있었던 부분은 더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과거의 예와는 정도가 좀 다르지 않느냐”라고 사안이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 원내대표는 전날인 21일에는 페이스북에 “조현옥, 피우진에 이어 강경화. 쌍수로 환영한다”며 “이제 여와 남이 경합할 경우에는 여성이 선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역사의 진전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의원총회에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 자녀의 미국국적, 위장전입 문제를 알면서도 지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말했던 5대 비리관련자 원천배제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의당은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에 적극 협조하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검증은 충분히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국민의당 “매우 유감” 바른정당 “색깔 맞추기 위한 것”...종전과 달리 비판적
그런데 야당의 반응은 좀 달랐다. 청와대 인사와 업무지시 등에 비판을 하지않던 국민의당이 비판에 나서고, 역시 대체로 청와대 비판에 미온적이었던 바른정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의원총회에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 자녀의 미국국적, 위장전입 문제를 알면서도 지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말했던 5대 비리관련자 원천배제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의당은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에 적극 협조하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검증은 충분히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이어진 발언에서 “외교부 개혁의 파격 실험이라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와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 상대 업무를, 양자외교업무를 한 번도 맡은 적이 없는 분이 이번에 외교부장관이 된 것은 조금 걱정되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능력문제를 거론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21일 의원전체회의에서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특보는 다자 외교 그 다음에 난민 구호, 주로 이런 일을 하고 다자 외교에만 관계를 했지 북핵 외교, 4강과의 양자 외교는 전무하다”며 “빛깔 좋다고 살구가 다 맛있는 것은 아니다. 한식을 잘한다고 해서 중식, 양식을 잘하는 것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주 원내대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유엔에서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색깔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경화 후보자는 자녀 이중국적 문제, 위장 전입 문제와는 별개로 북핵에 대한 전문가인지 6자회담, 양자외교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강 후보자는 지난 2001년 이후 유엔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한미동맹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대북외교 등 우리 외교정책에 대한 경험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고, 비고시 출신으로서 기존 외교부에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앞으로 지켜보겠다. 또한, 이미 청와대에서 밝힌 자녀 위장전입문제와 이중국적 문제를 비롯한 자격문제는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 인사수석이 먼저 장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며 “문 대통령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했었는데 벌써부터 인사원칙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 사실만으로도 고위공직 배제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2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장녀의 이중국적, 위장전입 문제는 청와대도 스스로 인정하면서 노골적으로 내정발표를 했다”며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다섯 개의 원칙을 적극 참고해서 인사청문회에 철저히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22일 비대위 직후 기자들에게 “지금 북핵 문제가 여느 때보다도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돼있는데 북핵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가 임명됐다”며 “소위 낭만적인 안보의식에서 지명한 것이 아닌가한다”고 강 내정자를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5개 항목에 대한 고위공직 배제조건이 있었는데 스스로가 발표하며 거기 위배되는 사안이 있는데 알면서도 하다니 이런 인사는 전 좀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언론들도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한일 위안부 재협상의 선두에 설 것”이라고 평가하며 은근히 우려를 내비쳤다.
 
 
▲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21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탁월한 선택에 감동까지 준다. 강경화 외교장관 내정자 북인권 문제에 큰 도움 주신 분”이라며 “북인권에 대한 문 정부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된다. 야당이라도 잘하는 것 잘했다고 박수쳐주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높이 평가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박지원 “절묘하다” 하태경 “탁월한 선택에 감동”...당 지도부와 달리 극찬
이례적인 것은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와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당 지도부와 다르게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호평을 내놨다는 점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강경화 후보자를 비롯한 청와대 인사발표에 대해 “문재인인사는 깜짝 깜짝 놀라게 잘 한다”며 “오늘 발표된 인사도 절묘하다. 대통령께서 잘 하시니 좋다”고 극찬했다. 그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문 태풍’이라며 칭찬을 계속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21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탁월한 선택에 감동까지 준다. 강경화 외교장관 내정자 북인권 문제에 큰 도움 주신 분”이라며 “북인권에 대한 문 정부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된다. 야당이라도 잘하는 것 잘했다고 박수쳐주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높이 평가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지명하면서 자녀의 미국국적과 위장전입 사실을 먼저 밝히며 정면돌파에 나선 청와대. 야 3당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끌려만 다닐 수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들 3당은 이밖에도 검증 내용들을 밝혀내겠지만 결정적이지 않다면, 이미 일반 국민들에게 ‘미미한 수준’ ‘이해할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위장전입을 물고 늘어진다면 당 지지율만 더 떨어뜨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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