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설립 통해 5300여명 정규직 전환

▲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사진)은 22일 새벽 홈고객센터와 기업서비스센터 대표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원래 계획은 오늘 이사회를 열고 내일 공식 발표하면서 대리점주님들을 설득해 나갈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설립해 대리점 직원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밝히면서 대리점주와의 마찰이 커질 것으로 보여 정규직 전환까진 진통이 예상되며 대리점 폐업이 속출 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SK브로드밴드는 103개 홈센터 직원 5200여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하기 위해 6월 초 자본금 460억원의 규모의 자회사를 100% 지분 투자를 통해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홈센터는 평균 20%에 달하는 퇴사율과 영세성으로 인한 어려움 등으로 문제를 안고 있어 이번 정규직 전환은 홈센터 직원에겐 이점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103개 대리점(하청업체)들의 반발이다. 대리점주들은 이번 SK브로드밴드가 밝힌 자회사 설립 통한 대리점 직원 5200여명 정규직 전환이 대리점 몰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SK브로드밴드 자회사 설립은 계열사를 만드는 것으로 중소기업 업종을 흡수해 중소기업 생존권을 빼앗는 일로 간주하고 있어 대리점주들이 강력 반발에 나서는 이유다.

대리점들은 직원들을 대부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가 103개 홈센터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일단 자회사 설립을 발표하고 나서 대리점주들을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이라는 것을 볼 때 사전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대리점주와의 합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22일 새벽 홈고객센터와 기업서비스센터 대표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원래 계획은 오늘 이사회를 열고 내일 공식 발표하면서 대리점주님들을 설득해 나갈 계획이었다”면서 “5200명의 좋은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100명(대리점주)의 자기 권리나 생계도 중요하다.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대표들을 대상으로 자회사 센터장 재고용, 영업 전담 대리점 운영, 회사 관련 유관사업 기회 부여, 그동안의 기여에 대한 보상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또 "회사는 대고객 서비스 담당 구성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홈 서비스의 본원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인수 대가와 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각 대리점주에게 1억5000만원의 일시금을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은 대부분 대리점 부채가 5억원이 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시금은 생색내기로 보고 있다. 게다가 홈센터 대리점주들은 그동안 시장을 개척하며 쌓은 영업을 졸지에 잃을 위기에 처한다는 것. 자회사가 설립되면 홈센터는 폐업수순을 밟게 된다.

SK브로드밴드와 대리점들은 매년 7월1일자로 1년 단위 계약을 갱신해왔다. SK브로드밴드는 매년 5월 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6월 중 재계약 요청 공문을 보냈다. 때문에 이번 자회사가 설립되면 연단위로 체결하던 계약은 더 이상 연장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자 전국 대리점주 100여명은 22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SK측을 상대로 “그동안 전국을 발로 뛰며 개척한 시장과 인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성명서 발표와 정규직 전환작업 중단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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