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오찬 회동 뒤 정우택 “대통령, 내년 6월 개헌 약속” 발표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 전 환담하고 있다. 김동철(오른쪽부터)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열흘도 안 돼 정치권에서 개헌 요구가 쏟아졌다.
 
이미 지난 5·18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표명하면서 다시금 개헌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렸는데, 이런 기대를 보여주듯 정치권에서도 바로 다음 날인 19일 저마다 개헌 추진 필요성을 역설하며 청와대에서 속히 입장을 내놓길 고대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청와대 역시 개헌은 대선 공약대로 추진하겠다고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확인했는데 이에 따라 개헌 논의가 본격 불붙게 될 것인지 정국의 추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文 ‘5·18정신 헌법 전문 포함’ 발언 계기로 개헌 논의 재부상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어 국회의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밝혀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개헌 논의를 다시금 촉발시켰다.
 
아직 문재인 정권이 각종 현안 관련 처리도 바쁜 초반인 만큼 그간 주로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차원에서 역설되어온 개헌은 자칫 정권의 추진력에 제동을 걸 수도 있어 대통령이 벌써부터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치 못한 개헌 발언이 이날 나오면서 정치권에선 당장이라도 급물살을 탈 모양새다.
 
그래선지 전날 청와대는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포함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개헌 논의로 급속히 확산되는 것과 관련,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통해 5·18 정신이 헌법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 역시 “지금 원포인트 개헌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니고 권력구조 개편까지 논의하자는 취지로 말씀한 것도 아니잖냐”며 “국회와 국민의 동의를 요청했고 후보 때 개헌특위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으니까 개헌특위가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함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수위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야권에서도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 간 오찬 회동이 이뤄지는 19일 개헌 관련 입장을 내놓으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먼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대통령의 개헌 언급을 들어 “대통령이 취임 열흘 만에 직접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으므로 이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충분한 개헌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이미 더불어민주당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 개헌과 관련된 논의가 상당히 진전돼 있고 가장 민감한 정부형태 권력구조 부분까지 공감대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이제 지방선거까지 꼭 1년이 남았다. 여야가 중단된 개헌특위 활동을 재개해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목표로 개헌 논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것을 의장과 여야 각 당에 정식으로 제의한다”고 개헌 추진에 재시동을 걸었다.
 
국민의당에서도 같은 날 김동철 원내대표가 오전 청와대 오찬 참석 전 가진 당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개헌이야말로 문재인 정부 개혁의 시금석이라고 생각한다.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라며 “다수당과 소수당, 여당과 야당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꼬집어 “대통령이 약속했듯 내년 지방선거에서 헌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회 개헌특위를 즉각 가동하고 대통령도 국회의 개헌에 따르겠단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한층 몰아붙였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대전시의회에서 대전충청지역 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개헌 적기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다음 정부 초반에 공약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는데 마침 좋은 시기가 있다. 2018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라며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별도로 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들고 국력이 낭비되는데 지방선거시기에 함께 하게 되면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이 “아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당한 개헌 논의가 정치권 내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개헌 논의를 주도하고 안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 추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바른정당에서도 황영철 의원이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일단 5·18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고 한다는 것은 개헌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가 없는 일 아니냐”라며 “아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당한 개헌 논의가 정치권 내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개헌 논의를 주도하고 안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개헌 추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문재인 대통령 “내년 6월까지 개헌 추진” 재확인
 
이처럼 청와대에서의 오찬을 앞두고 야권에서 한 목소리로 개헌 추진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자 문 대통령도 직접 입장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날 5당 원내대표와 가진 회동에서 기존 공약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문 대통령은 정치권의 개헌논의 과정에 국민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반영하고 선거제도 개편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대선 공약대로 개헌은 내년 6월까지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같은 날 5당 원내대표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밝혔던 개헌 입장과 관련, “권력구조 문제도 개헌의 핵심 중 하나이면서 선거제도와 연동이 돼 있으니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두 개가 같이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취지”라며 “대통령이 직접 개헌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모두 만족해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을 문 대통령이 오찬 회동에서 밝힌 데 대해 정치권도 일단 모두 긍정적 반응을 내놨는데,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 회동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하는 말이 본인은 스스로의 말에 많은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며 개헌을 내년 6월에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문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정부에서 개헌특위를 만들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자신의 의견에 “아직 여론수렴과정이 미진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 또 국회의원과 국민의 개헌방향이 꼭 같지 않을 수 있지 않냐”며 이견차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 대통령이 “절대 발목잡거나 딴죽을 걸 의도는 없다”며 “국회가 (개헌 관련 여론수렴 등) 그 역할을 다 한다면 그걸 존중한다”고 덧붙였음을 부각시켰다.
 
국민의당에서도 이번 청와대 오찬 회동에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분권형 개헌’을 역설했던 김동철 원내대표가 같은 날 오후 YTN ‘뉴스큐’에 나와 “개헌은 후보 당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한다고 약속했다고 (대통령이) 수차례 말씀하셨다”고 개헌 입장에 확실히 못을 박았다.
 
이 뿐 아니라 김 원내대표는 내친김에 몰아치려는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자당의 구체적 구상을 내비쳤는데, “내각제는 국민들께서 시기상조라고 보시기 때문에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가 맞다”며 “대통령제는 견제와 균형에 방점이 있는 제도다. 분권과 협치가 제대로 되려면 분권형 개헌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의 오찬 회동 직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에게 ‘어제 5·18 기념식에서 개헌하곘다고 말씀하신 것은 참으로 뜻밖이었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문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대통령과의 첫 회동 결과에 대해 호평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날 강훈식 원내대변인 브리핑에서 청와대 오찬에서의 개헌 발언에 대해 언급했는데 “‘약속에 대해 강박관념이 있다’는 표현이 실제 대통령 워딩”이라며 “개헌에 있어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정치권 논의만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담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고 포인트를 잡았다.
 
이렇듯 대체로 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헌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데 있어선 긍정적으로 봤으나 국민여론을 최대한 수렴해 이에 맞는 방향으로 개헌안을 내놔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뜻이라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정부나 기타 개입 없이 국회 개헌특위 내에서 이뤄지는 대로 가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내고 있어 향후 실제 논의과정에서 어느 정도 입장차를 좁혀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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