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홍준표-친박 당권 경쟁 시동…정우택에 사퇴 압박

▲ 자유한국당에서 벌써부터 차기 당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분당 사태까지 일어났던 자유한국당에서 대선이 끝나기 무섭게 내홍이 빚어지고 있는데, 오는 7월 초쯤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정우택 원내대표, 친박계 의원들 사이의 가시 돋은 발언수위도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 차기 당권 노린 친박, ‘지도부 교체’ 목소리 높여
 
지난 16일 대선 이후 처음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선 친박계 일부가 지도부 교체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급속한 정계개편 기류 속에 잠시 잠잠해지는 듯했던 당내에 다시금 잡음이 일어났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총 도중 회의장 밖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대선이 끝나 국가 운영 시스템이 바뀌고 국회도 여야가 바뀐 만큼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의총) 의제가 잘못됐다.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보수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으로서 미래 비전의 담론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조속히 새 지도부 선출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도 의총 도중 기자들에게 “보통 선거 이후에는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는 것이 정도”라며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지도부 교체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는 지난 15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박계에서 (당권에) 도전할 분은 없다고 본다. 지난 4~5달 친박 청산을 위해 노력했는데 다시 전면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정우택 원내대표를 겨냥한 압박으로 보이는데, 그러면서도 이들 몇몇 친박계 인사들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근거로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는 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대선 패배를 논하기 이전에 갑자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 원인까지 짚고 들어갈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철저하게 두둔해 온 친박계 의원들도 당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기 때문인데, 그런 점을 의식했는지 대선 패배를 이유로 지도부 교체론을 주장하기보다는 당 분위기 쇄신을 위해 새 지도부를 자연히 선출해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이 뿐 아니라 야당이 된 이상 당세를 불려야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만큼 복당 논란이 되어온 바른정당 탈당파에 대한 자유한국당 입당 수용 조치에 대해서도 친박계 유기준 의원의 경우 지난 16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보수를 집결시키고 우리 당 지지자들에 대해 계속적으로 뭉쳐서 함께 일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조치”라고 납득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몇몇 강성 친박계 측에선 이와는 결을 달리하기도 했는데, 김진태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을 직접 거론하며 복당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물론 지도부에까지 맹공을 퍼부었다.
 
김 의원은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을 겨냥 “선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분노해서 이탈한 표가 상당했다”며 대선 패배에 이들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다시 들어오신 분들의 아무런 반성이나 유감 표명이 없다. 박수치고 끝나면 화합이 되나?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처음엔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일괄복당 조치에 반감을 드러냈던 정우택 원내대표가 돌연 입장을 바꿔 복당을 수용키로 한 데 대해서도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들고 나왔고 정우택 대표는 반대하더니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꿨다”면서 “당원들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일방통행이었다. 이렇게 비민주적이면 곤란하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정 원내대표를 향해 “이번 선거에서 어떤 지도력을 발휘했나, 역대 가장 큰 표차로 지고도 지금 이게 진 사람들의 모습인가”라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대선 패배 책임론을 지도부 교체의 근거로 들지는 않았던 친박계 의원들과 달리 김 의원은 보다 분명하게 여전한 계파 갈등의 일면을 보여준 셈인데, 비박계인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을 애당초 당내 비주류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당무우선권을 내세워 강행했던 부분부터 향후 비박계 쪽에서 세를 불려 당권을 잡으려는 사전포석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홍 전 지사 등 비박계 측에서 당권 도전할 수 없도록 대선 패배를 구실로 적극 저지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친박계에선 당권 도전의 뜻을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있는데, 친박 홍문종 의원은 16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금 저렇게 어렵게 되신 이후에 친박을 찾는 건 친이(친이명박)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선지지도가) 25%도 안 되는 상황에서 친박을 따지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일각에선 제기되는 친박계의 전당대회 출마 반대 의견에 반박한 바 있고, 친박 유기준 의원은 아예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단일지도체제가 아니라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구상까지 밝히며 은연중 당권 도전 의사도 내비쳤다.
 
◆ 홍준표, 친박계에 맹공…내홍 한층 격화
 
▲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대선 패배 후 미국으로 출국한 뒤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 노선과 관련한 훈수정치를 이어가면서 일각에선 차기 당권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친박계에서 강하게 당권 장악 의지를 드러내는 데 대해 대선 패배 후 지난 12일 미국으로 출국하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나는 당권 갖고 싸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친박은 좀 빠져줬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후 홍 전 지사는 미국에 머무는 중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향후 당의 방향까지 제시하면서 출국 전 했던 발언과 달리 당권을 노리는 듯한 모습을 보다 노골화하기 시작했는데, 16일 “이념적 지향점도 바꾸고 지도부도 바꾸고 정신도 바꾸고 자세도 바꿔야 한다”고 훈수를 둔 데 이어 17일엔 집단지도체제를 들고 나오며 당권에 도전할 뜻을 드러낸 친박계를 겨냥해선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더니 감옥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홍 전 지사는 “그것도 권력이라고 집착한다면 정치적으로 퇴출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친박계에 최후통첩을 보낸 데 이어 정 원내대표가 이끄는 현 지도부를 향해서도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당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사퇴 시한을 못 박기도 했다.
 
이 같은 원색적 비난에 격앙된 친박계 의원들도 홍 전 지사에 맞서 본격 포문을 열어젖혔는데, 대선 패배에 대한 사과 표명을 홍 전 지사에 요구했었던 친박 홍문종 의원은 17일 당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그동안 선거하면서 목이 터져라 정말 우리가 사는 길이 당이 사는 길이라고 했는데 바퀴벌레가 어쩌고 탄핵이 어쩌고 정말 낮술 드셨나”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홍 전 지사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뒤이어 또 다른 친박계 유기준 의원도 “후보께서 외국에 있으면서 좀 자기 성찰시간을 갖고 해야 함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이후 상황에 또 당내 상황에 대해 이렇게 하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한 목소리로 홍 전 지사를 성토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날 간담회가 일방적인 홍 전 지사 성토장이 된 것만도 아니었는데, 정진석 의원은 이 자리에서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뽀개 버려야 한다”며 당권을 놓고 또 다시 내홍으로 치닫는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가운데 정 원내대표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화두가 됐던 홍 전 지사의 발언에 대해선 “험한 말에 대해선 제가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거 같다”면서도 “여태까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던 사람들은 자중하거나 정계은퇴를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친박계와 홍 전 지사 모두 피력한 바 있는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서도 그는 “저는 아직 임기도 안 끝났고 원내대표가 잘못해서 이번 선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해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지금과 같은 혼란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한국당 내 초선의원들 상당수는 지난 16일 차기 당 대표로 홍 전 지사를 추대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어 향후 홍 전 지사가 귀국하고 전당대회 직전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과 이 초선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게 될 경우 차기 당권 경쟁이 장차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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