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의당과 통합·연대…한국당, 바른정당과 통합 ‘외통수’

▲ 대선 이후 주요 정당 간 어떤 식으로 정계 개편이 이뤄질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 이후 각 정당들마다 발 빠르게 정계 개편 움직임에 들어가고 있다.
 
4개의 원내교섭단체를 비롯해 주요 5개 정당의 입장이 저마다 모두 다른 만큼 어떤 식으로 해야 자당에 유리할 것인지 각자 계산에 들어간 모양새인데, 여소야대의 원내 구도 속에서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의결 정족수를 이루기 위해 여야 사이에 어떤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인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흡수·바른정당 연대 꿈꿔
 
먼저 유권자 계층을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기준으로 단순히 비율을 나눠 볼 때 사실상 이념대결로 비화된 지난 18대 대선 결과(박근혜 51.6%, 문재인 48%)와 이번 19대 대선 결과를 살펴 볼 때 어느 정도 비슷한 규모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양강구도로 갔던 18대 대선에서 보수의 박근혜 후보와 진보의 문재인 후보 간 3.6%포인트 정도의 격차는 이번 대선에서 역시 진보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41.1%)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6.2%), 보수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4%)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21.4%),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6.8%)로 양분시켜 분석해 볼 때 득표율 면에서 엇비슷한 격차(4.9%포인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비록 여당으로 올라섰다고 해도 과반에 이르는 중도·보수 유권자들을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원내구도 역시 제1당인 민주당이 현재 120석에 불과해 과반에도 못 미치면서 어떻게든 야당과의 통합이나 연대를 통해 의정을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다.
 
특히 다음 총선이 약 3년 뒤에나 치러지기에 국민투표를 통한 정계개편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문재인 정부의 초기 정책 추진력을 뒷받침해줘야 하는 민주당에게 있어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다른 당과의 통합 혹은 연대는 고려할 필요도 없는 외통수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단 대선 직후 현 시점을 기준으로 원내 의석수부터 살펴보면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총원이 299석이며 이 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0석, 바른정당 탈당파 13인까지 받아들인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107석이고 국민의당은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무소속이 6석이다.
 
이 중 일반적인 법안을 통과시킬 때는 원내 과반인 150석을 반드시 넘겨야 하는 만큼 의석수가 가장 많은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당과의 통합이나 연대 없이는 기본적인 법안 처리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민주당은 일단 대북정책 등 노선이 어느 정도 비슷한 국민의당에 입각이나 공천보장 등을 제안해 적극 흡수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야 합의가 필요한 쟁점 법안의 경우 원내 5분의 3 이상인 180석을 넘겨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이루려는데 그치지 않고 180석을 넘기고자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까지 모색하려 할 것이다.
 
이는 성사되기만 한다면 민주당으로선 최적의 시나리오겠지만 설령 국민의당으로부터 30석 이상을 끌어들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거대 양당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제3세력을 이루려고 하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을 추진하려는 데에는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동상이몽에 통합 어려워
 
어차피 국민의당을 끌어들일 수 없다면 만에 하나 자유한국당과 합당하는 범보수연합으로 원내구도를 민주당에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바른정당이란 불가측요소를 국민의당과의 합당으로 안전하게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민주당은 최소한 자당과 정책적으로든 이념적으로든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자유한국당을 무시한 채 다른 야당들과만 의정을 운영해 나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지는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이념적 색채와 외교안보 측면에서의 정책노선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보니 이들의 합당 또한 성사되기 쉽지 않아 아직은 탁상공론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은 대선 패배 후 당의 존립마저 불안해질 조짐이 감지되면서 한층 다급해진 국민의당 측에서 우선 거론하고 나섰는데, 국민의당은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과반인 23명에 이르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을 생각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호남 민심까지 접수한 민주당으로 이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기에 이런 흐름을 막고 당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외통수로 여기고 있다.
 
물론 국민의당 내에서도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하는 섣부른 통합론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이념적으로 중도인데다 지역적으로는 호남까지 민주당에 빼앗기고 세대 측면에서도 뚜렷한 절대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국민의당으로선 확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나 한국당과는 다음 선거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도 위기감이 확연히 다르기에 당장 의석수를 불려 3당 체제라도 굳히는 것 외엔 현재의 불안한 상황을 타개할 방도가 없다는 게 지도부의 시각이다.
 
그러자면 키를 쥐고 있는 바른정당을 설득해야 하는 게 관건이지만 자당 의석수의 2배인 국민의당과 합당해봐야 그 규모에 밀려 자칫 국민의당의 들러리만 서는 꼴이 될 수도 있고, 외교안보 측면에서 입장이 다른 국민의당과 함께했다가 오히려 자당의 보수색채마저 퇴색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으며 보수궤멸까지 외쳤던 민주당에만 유리한 구도를 조성해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정작 바른정당에선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 바른정당은 지난 15일부터 이어진 1박2일 간의 연찬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당 방침을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아닌 자강론으로 정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실제로 바른정당에선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통합 발언을 놓고 지난 15일부터 소속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모두 모여 연찬회를 통해 적극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자강론 쪽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끝으로 자유한국당을 살펴보면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현재 어느 정당이든 180석을 넘기지 못하면 어떤 쟁점 사안도 처리할 수 없다 보니 최순실 게이트 이후 위축됐던 보수진영에선 어떤 식으로든 120석 이상을 확보해야만 중도·진보정당들을 견제할 수 있는데, 그렇기에 한국당이 아무리 107석으로 제1야당인들 독자적으로는 여당을 견제할 방도가 없어 20석을 가진 보수정당인 바른정당과 별 다를 게 없는 실정이다.
 
이를 한국당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에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단 바른정당 탈당파 13인에 대한 복당 사안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은 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되는데, 문제는 보수정당으로서 진보진영을 견제하고자 한다면 여러 고려할 필요 없이 당세를 불리는 데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바른정당과도 적극 합당 논의에 임해야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각만 세운 채 합당이 아니라 흡수하겠다는 식의 고압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만일 한국당의 107석과 바른정당의 20석이 합쳐 127석을 이룰 경우 민주당이 제아무리 국민의당과 합당하고 정의당과도 연대한다고 한들 쟁점 법안에 대해선 보수진영과 협의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지금처럼 보수가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선 자유한국당이 의도한대로 견제에 나서기 힘들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백기투항하는 식으로 흡수되느니 자강론을 택한다고 해도 이미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 굳어진 배신자 프레임을 벗기 힘들고 한국당처럼 절대 지지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시간이 흐르면 다음 선거에서 사라지게 되고 결국 보수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어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바른정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에 나선다고 해도 보수정당이란 특성상 민주당 등 중도·진보진영과의 정책연대 역시 경제 부문에 그칠 뿐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선 결국 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 120석 이상을 이루려고 당장 바른정당과 적극 합당을 논의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각 당에서 새 지도부가 본격 출범하고 여당에서 어느 정도로 보수진영을 압박하는 정책을 펴나가느냐에 따라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정권 초기 주요 정책들을 적극 추진하려 할 것이 분명한 만큼 이른바 적폐청산 등과 연관된, 한국당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경우 급한 대로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적극 임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적폐청산 등의 부분에 있어선 바른정당이 민주당 측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한국당 내의 핵심 친박 제거나 배신자 프레임을 씌운 데 대한 사과 등 양측이 적절히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정이 이뤄진다면 다시 보수진영이 하나로 뭉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바른정당 역시 지금의 4당 체제 하에선 향후 총선에서 현재의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할 수준으로 당선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고, 대선 역시 막말을 일삼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4%나 얻은 점에 비쳐 봐도 규모가 큰 정당일수록 절대 유리하다는 점을 이번 대선을 통해 여실히 느꼈던 만큼 보수색채를 가진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에는 친박 청산 문제만 어느 정도 매듭지어진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 결국 여당인 민주당에서 정국 초기에 한국당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자극하느냐가 보수 재통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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