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적 대통령제’ 등 권력 구조의 재편을 위한 개헌론을 주장하고 나선 민주당 이인제, 정균환, 박상천 의원 등의 정치적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 의원이 개헌 추진을 위해 한나라당 의원과도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최근 심상치 않은 행보에 정계개편을 위한 움직임이 아닌가하고 정치권이 긴장을 하고 있다.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과 관련, 금강산 관광사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등 당론과는 거리가 먼 대북 강경 발언을 한데 이어 2일에는 개헌 추진을 위해 한나라당 의원과도 만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예사롭지 않은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인해 대통령 아들들 문제 등 권력형 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분권적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정당을 가리지 않고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만나겠다’며 본격 행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이 의원은 금주 내에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최근 발생한 서해도발 사건으로 인해 시기를 다소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 의원이 지난 97년 당시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병역기피 의혹을 문제삼아 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처음으로 이날 `과거 동지’를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민주당 탈당과 새로운 정치세력 결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4강 진출에 상당한 역할을 해 주가가 오르고 있는 정몽준 의원과도 만나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후보 경선 당시 공보특보였던 김윤수씨가 이날 민주당 기자실에 들러 ‘8.8 재보선을 전후로 여권이 노무현 대통령후보 카드를 폐기하고 다른 대안을 내세운 뒤 전열을 정비해 정권재창출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 이 의원의 이날 발언과 맞물려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김 전특보는 당초 시나리오의 진원지를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측근’으로 묘사했다가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시중의 근거없는 소문을 인용한 것으로 의미를 두지 말라’고 자신의 발언을 주워담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당 정치개혁특위 박상천 위원장도 이원집정부제 도입 등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문제를 공식 논의키로 하는 등 `주변 여건’도 성숙돼 있다는 게 개헌론자들의 판단이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3일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 개선과 국민통합형 권력구조의 구현은 빠를 수록 좋다’며 ‘대선전 개헌을 검토하고 차선책으로 대통령후보의 선거공약화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개특위는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 ▲내각책임제 개헌 ▲프랑스형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 등을 놓고 본격적인 개헌 공론화에 착수키로 했으며, 특히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당 정개특위 1차 전체회의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현행 5년단임 대통령제는 `1인 장기집권 방지’라는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는 데 이론이 없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는 것이 구조적 정치부패와 국민분열의 정치를 막는 근원적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또 ‘현행 정치자금법은 합법적 정치자금 모금의 상한선을 두는 등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후보나 정당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은 불법 음성자금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게 돼있다’며 정치자금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함께 박 위원은 중대선거구제 전환과 선거공영제 확대, 선거시기 조정, 당내 선거 및 조합장 선거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인터넷 선거운동 확대, 감사원의 국회 귀속,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등도 적극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당내 최대의원모임인 중도개혁포럼을 이끌고 있는 정균환 총무의 27일 당의 외연확대와 관련, 이원집정부제 개헌 주장에 따른 파문이 잇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 총무는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나 ‘부정부패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서 나온 것인 만큼 정치개혁을 통해 분권적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면서 ‘이제 분열에서 화합으로 이끄는 정치지형이 필요하다’고 권력구조 및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의) 모든 기득권이 포기돼야 이런 일이 가능하며 그래야 정치개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같이할 수 있다’며 ‘총리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로 가야한다’고 구체적으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분권적 대통령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자신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정계개편이나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 위원은 ‘낡은 정치제도의 쇄신, 월드컵을 계기로 분출된 국민적 통합 에너지를 활용한 새로운 국민통합적 정치지형의 창출,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분권적 대통령제로의 개헌 등 3단계 정치개혁 차원의 구상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중개포의 핵심관계자는 30일 ‘정균환 회장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권적 대통령제’를 제기한 만큼 중개포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모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상천 최고위원도 최근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문제를 국회차원에서 논의할 생각임을 비쳤고 `개헌불가’입장을 고수해왔던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도 `집권시 개헌공론화’ 입장으로 선회한 바 있어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정 위원은 개헌추진 방식에 대해 ‘노 후보도 책임총리제를 주장한 바 있는 만큼 각당이 대선공약으로 내놓고 협상의 시기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내에 `노무현당화’ 하는데 대해 거부반응이 많다’며 ‘안정감을 심어주는 데 있어 당과 후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개헌론 주장은 최근 이원집정부제 선호입장을 밝힌 민주당 이인제 의원과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 자민련 김종필(JP) 총재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제3신당’ 창당 움직임과 관련해 주목된다. 특히 최근 `분권적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모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비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개헌론이 결국 대선을 앞두고 `반(反) 또는 비(非) 이회창’ 세력을 묶는 도구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외에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에 의해 충청권을 공략당한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이원집정부제’를 강하게 선호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함께 월드컵조직위원장으로 월드컵 열기를 등에 업고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의 향후 거취도 연말 대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정 의원이 연말 대선에 독자 출마하거나 아니면 `정몽준-박근혜-이인제-김종필‘4자 연대가 성사될 경우 그 파괴력이 대선 구도 전반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도 월드컵 이후 정치 행보를 본격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놓고 있어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민주당 내분과 제3후보론 부상 등 정치권 흐름을 내밀히 살펴보며 향후 정치적 변동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월드컵 이후의 정 의원의 행보에 대해 시선이 집중돼 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 자신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MJ 신당 창당론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3후보론의 향방과 성사 가능성 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원 진영의 최근 기류도 예사롭지 않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정책 기능을 대폭 보강하고 세 확산을 도모하는 등 대선 정지작업의 성격이 짙은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5월 20일부터 정책보좌 인턴과 자원봉사자를 공식적으로 모집했다. 이와 함께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정 의원 후원회(회장 이홍구.전 총리)에도 최근들어 가입자가 급증, 정 의원의 든든한 정치적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치권에선 정 의원이 대선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이같은 조직들이 대선 조직으로 전면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정 의원은 월드컵에 전념한다는 방침에 따라 향후 정치행보를 놓고 결정한 것이 아무 것도 없으나 최근의 정치권 기류에 대해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 의원의 입지는 월드컵 열기를 배경으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급상승, 이회창-노무현 양강구도를 허물 수 있는 제3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의원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3강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3자 대결에서 20.1%의 지지를 확보했다. 이 후보(35.4%)에는 크게 못미치나 노 후보(23.2%)의 경우 추격권 안에 둔 수치여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9일의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 40.1%, 노 후보 26.8%, 정 의원 16.1%의 지지도 분포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정 의원이 `반창(反昌) 연대’의 기수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노풍(盧風)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측근은 ‘정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어떤 인물을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폭발력을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의원이 월드컵 열기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어떻게 활용해나갈 것인지가 관심’이라며 ‘8.8 재보선 이후 후보교체론이 다시 제기될 경우 의외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 의원측은 아직까지 대선출마 여부 등 향후 거취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정 의원이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해나갈 지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진지하게 고민한 뒤 결정할 것’이라며 ‘지금은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는 단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 의원이 여러 정치인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한나라당측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중진은 23일 ‘정 의원이 월드컵 직후 독자출마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미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하고 신당의 당명도 `녹색당’으로 정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주장했다. 월드컵직후 정 의원의 독자출마 선언설, `노무현 대안’으로서 민주당의 영입설,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매개로 한 정몽준-박근혜-이인제 `4자 연대’ 구축설 등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에 한나라당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 의원이 결국 한나라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독특한 분석도 한나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국민당 창당 및 성쇠과정을 지켜본 그가 결국은 집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나라당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이기택 전 의원도 27일 자신의 거취문제와 관련, ‘정계를 떠난 것은 아니나 이번 8.8 재보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지금은 지역을 초월하고 보혁이 혼재하는 전국정당이 새로 태어나야할 시점’이라고 말해 제3의 신당 쪽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전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50%를 밑돌았다는 것은 국민들이 현재의 정당구도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며 ‘지금은 지역과 세대간 갈등을 초월하고, 보수와 진보가 혼재하는 새로운 정당이 태어나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민주당이 8.8 재보선에서도 패배하면 지금의 한나라당 독점구도가 더욱 공고화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결국 정치권에 엄청난 변화가 초래될 것이고 그 때 내가 해야 할 역할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의원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몽준 신당’ 등 많은 정당이 출현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설사 많은 정당이 출현한다해도 결국은 양당 대결구도로 갈 것’이라며 ‘8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해, 자신의 정계복귀 시점을 재보선 이후로 잡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어 그는 ‘8월 재보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와 부산 해운대.기장갑에 내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거론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면서 ‘다만 정치는 본인이 하겠다고 되는게 아니라 이번 월드컵에서처럼 `운’이 있어야 되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도 ‘4자 연대’의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는 정몽준 의원에 대해서도 ‘우리 축구의 신기원을 이룩한 정몽준 축구협회장의 위업을 높이 평가한다’고 정 의원을 지목해 극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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