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상 대승적 단합 내세워…여권발 정계개편 움직임 의식한 듯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이 12일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 의사를 표한 13명의 의원을 전원 재입당시키기로 결정했다.
 
대선 직전 바른정당을 전격 탈당한 이들의 복당 문제를 놓고 일괄복당을 관철하는 홍준표 대선후보와 이에 반발하는 친박계 의원들 간의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대선 이후에도 당을 뒤흔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특히 당시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탈당파 일괄복당 조치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협의조차 하지 않고 강행해 갈등이 빚어지면서 대선 후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들 사이에 신경전은 한층 격화됐는데, 이날 예상외로 빠르게 매듭지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홍준표·정우택, 당권 장악 놓고 예고된 충돌
 
앞서 홍 전 지사는 대선을 목전에 두고도 당내에서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의 입당 문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자 자유한국당 당헌 104조의 당무우선권을 근거로 탈당파 13명의 일괄복당을 강행한 바 있다.
 
당시 홍 전 지사가 단행한 조치는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일괄복당 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을 느끼고 자진탈당한 의원들의 복당 및 친박 청산 차원에서 인명진 비대위 체제 하에 이뤄진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 3인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까지 해제하는 포괄적 규모에 이른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사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의 구체적 조율 없이 이뤄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인지 현재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이끌고 있는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보수결집 효과를 명분으로 내세워 강행했던 홍 후보의 탈당파 일괄복당 결정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는데, “당시 홍 후보는 그렇게 하면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오히려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지지율을 얻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결과를 볼 때) 실질적으로 제 판단이 옳았다”고 홍 전 지사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탈당파 복당 사안’과 관련 “바른정당으로 나간 사람들과 소위 마음을 앙금을 아직 갖고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당헌당규 규정을 보면 해당행위를 하고 나간 탈당 인사에 대해선 경중에 따라 입당 여부라든지 여러 규정이 최고위 또는 비대위에 권한이 있다”고 강조해 사실상 비대위에서 재논의를 거쳐 복당을 거부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홍 후보의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막 대선에서 떨어졌는데 또 당권에 출마한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지금 제 생각은 당권도전 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자 홍 전 지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당권에 눈이 멀어 당을 분열시키는 어떤 행동도 옳지 않다”고 응수한 데 이어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선대위 만찬회동에선 아예 노골적으로 정 원내대표의 탈당파 복당 재검토 주장을 꼬집어 “이미 복당이 다 돼버렸는데 법률적으로 어떻게 다시 하나. 자기가 어떻게 재검토할 권한이 있나”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전 지사는 “어차피 바른정당 저건 없어지고 국민의당도 없어진다. 양강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가만 놔두면 세월이 그렇게 만들어갈 건데 뭐하려고 억지로 (복당 재검토를) 하나”라며 “(재검토하면) 그건 역적 소리 듣는다. 이미 대통합 구도가 돼버렸는데 그걸 자기가 또 갈라치기 하겠다(는 거냐)”라고 정 원내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 문제를 놓고 일견 관계없어 보이는 ‘당권’ 얘기까지 거론됐다는 점에서 결국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 문제는 일종의 방아쇠였을 뿐 이르면 내달로 관측되는 차기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를 앞두고 홍 전 지사와 정 원내대표 사이에 벌써부터 당권 경쟁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한국당, 여소야대 깨려는 與에 긴장…탈당파 복당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원내대표는 홍 전 지사와 신경전을 벌인지 바로 하루 만인 1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으로 입당했다 되돌아온 의원 13명에 대해 전원 재입당을 승인하기로 비공개 비대위에서 결정했다”며 “오늘의 조치로 이를 둘러싼 모든 논란은 종식돼야 한다”고 예상외로 빠르게 매듭지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같은 신속한 결단을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오로지 당의 대승적 단합과 새출발,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하기 위함”이라며 “대선이 끝나고 자유한국당이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이 복당, 징계 해제라는 당내 이슈를 두고 내부 혼란에 빠져선 안 된다는 게 저의 분명한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즉,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여소야대 구도를 깨기 위해 발 빠르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을 적극 끌어들이려는 상황에서 당권 투쟁에만 몰두하다간 정계개편에 대응할 타이밍조차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탈당파 복당 논란을 급히 정리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날 “지금 우리가 오겠다는 사람 막거나 가릴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탈당파 복당을 더 이상 미루면 보수우파의 대분열을 초래할 것”이라 주장했던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다음 날인 12일엔 아예 “보수우파만 갖고는 당의 존립은 힘들다”며 “중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변 확대에 나설 것을 촉구했는데, 결국 여당이 원내를 장악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중도까지 끌어들이는 수준의 정계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번 바른정당 탈당파의 입당 수용 결정을 계기로 바른정당과의 재결합도 본격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같은 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바른정당 탈당파) 13명의 복당신청이 승인됐는데 애당초 시비 없이 좀 더 빨리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참에 범보수계열인 바른정당과도 재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바른정당과의 합당 주장까지 펼치기도 했다.
 
특히 정 전 원내대표는 “아마도 청와대와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대상으로 연정을 제안할 것”이라며 “정국은 다시 양당구도로 재편될 조짐이고, 그렇다면 더더욱 보수진영 또한 덧셈 정치가 정답”이라고 역설했다.
 
◆ 당 수습 여부, 친박 반발 해결이 관건
 
하지만 당장 친박계에선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 사안은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부르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지사 등 일부 비주류 세력이 여전히 상당수인 친박계를 견제하고자 탈당파 의원들을 입당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친박 핵심 김진태 의원은 12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바른정당 탈당파 13인이 복당 승인된 데 대해 “후보가 한마디하면 복당 조치되고,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 한마디 하면 복당 승인되고 여기가 무슨 초등학교인가”라며 “즉시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개최를 요구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좀 더 깊이 들어가 이 논란을 촉발시킨 홍 전 지사가 당권 도전까지 바라보고 있는 점을 겨냥 “보수정권을 재탄생시키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면서 “(전대 출마는) 홍 후보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당내 여러 가지 의견들을 수렴해야 한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통합정부 구상을 앞세워 야권을 적극 포섭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취하고 있는 만큼 다급해진 한국당 지도부는 당내 친박계의 반발을 마냥 고려해줄 수도 없는 상황인데, 그래선지 정 원내대표는 “각자 개인적 이견과 불만, 섭섭함과 분노마저 있더라도 이제 과거를 털고 단합해서 제1야당으로서 우리 본연의 책무를 최우선시 해야 한다”며 “향후 당내 분란을 일으키거나 당원과 국민의 지탄을 받는 해당행위를 할 경우 그 누구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120석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향후 40석의 국민의당과 적극 연대 혹은 합당까지 하게 된다면 과반을 이뤄 자칫 여당 쪽에 원내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보니 탈당파 의원까지 받아들여도 107석에 불과해 의석 하나가 아쉬운 한국당에선 20석의 바른정당과도 재결합할 여지도 없지 않아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을 계기로 야권 정계개편 역시 급속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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