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부재가 낳은 삼성의 변화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금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 지 3년이 된 날인 10일 이재용 부회장은 치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지난 10일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금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 지 3년이 된 날이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 안에서 오너 일가 중 법정 구속돼 재판을 받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고 더군다나 이건희 회장 및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총수 공백사태를 맞이하는 것도 처음 겪는 일이다. 삼성 경영이 ‘시계제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총수 공백 사태로 인해 삼성의 미래를 한치 앞도 알 수 없어서다.

삼성과 경쟁하는 구글, 애플 등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새 성장동력을 찾아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며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치고 나가고 있지만 삼성은 총수 부재 탓인지 미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전후 삼성의 길
삼성의 경영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전과 이후로 나눠 보면 총수 부재의 공백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 2014 5월10일 이후 삼성의 경영은 이 회장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회장 와병 이후 3년 기간 삼성을 표현하면 ‘격동의 3년’이라고 표방해도 무방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각종 M&A와 계열사 내 합병, 최순실 게이트 연루돼 첫 총수 구속, 지주사 전환 전면 백지화 선언 등이 잇따랐다.

구체적으로 2014년 11월 석유화학 계열사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방위산업 부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화학 방산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했다. 2015년 7월에는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에도 경영권 승계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켰다. 그해 10월엔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BP화학 등 비주력 화학계열사를 롯데에 매각했다. 12월에는 성장동력 중 하나인 자동차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 무엇보다 삼성이 충격에 휩싸인 것은 최순실 게이트에 이재용 부회장이 연루되면서 국회 청문회에 불려간데 이어 특검 수사로 이어지면서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그런데 이듬해인 2016년 삼성에 내우외한이 닥친다. 하반기 야심작인 갤럭시노트7에서 배터리 발화 사고 발생하자 단종을 선언하고 회수에 들어갔다. 이에 3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9.06%, 영업이익은 29.63% 감소했다. 또 전 분기대비 매출은 7.73%, 영업이익은 36.12% 감소했다.

무엇보다 삼성이 충격에 휩싸인 것은 최순실 게이트에 이재용 부회장이 연루되면서 국회 청문회에 불려간데 이어 특검 수사로 이어지면서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 기간 선대 회장인 고 이병철 회장이 직접 만든 전경련 탈퇴에 이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학을 했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이외에도 매주 수요일 열렸던 사장단 회의도 미전실 해체와 더불어 사라졌다. 그러면서 각 계열사별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 체제 변화를 시도했다. 삼성은 올해 4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으로 경영권 승계의 최종 단계인 지주사 전환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고, 이 부회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 사용할 것으로 여겨졌던 40조원 가량의 자사주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1심 재판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
3년 간 경영권 승계 작업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높이려 했던 꿈은 일단 멈춰진 상태다. 일단 삼성은 총수 공백 사태 위기 고육책으로 계열사별 자율경영 쇄신안을 발표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은 채용, 인사, 사업계획 등 권한은 커지지만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 내에 실적으로 답해야 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거워지기에 장기적 프로젝트 사업계획을 세우는 한계가 있다. 현재 삼성은 계열사별 사장단 인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재계선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 이후에나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 이후에나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일단 삼성은 11일 사장단 인사에 앞서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먼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IM(인터넷·모바일)과 CE(소비자가전) 등 세트 부문에 대한 임원 인사와 주요 보직 인사를 실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사태로 인한 삼성의 현재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큰 변화는 이재용 부회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며 “최근 6개월 간 삼성에게 벌어진 일은 글로벌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달만 뒤쳐져도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만큼 삼성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1심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가 입증되는 것이 삼성에선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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