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수수료 인하 우려, '카드사들 자구책 마련할 것'

▲ 국내 대형 카드사의 실적을 종합해 본 결과, 카드론과 대출연체율에서 가장 부실한 수치를 나타낸 곳은 하나카드였다. 2014년 말 외환카드 합병이후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하나카드는 카드론 수익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타사에 견줘 영업이익이 상승세를 탔지만, 자산대비 순이익은 낮았고, 급증한 카드론 때문에 역으로 대출연체율은 증가했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지난해 신용카드사가 저금리와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라 카드론을 대폭 늘이면서 대출연체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카드사의 실적을 종합해 본 결과, 카드론 실적 증가율과 대출연체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곳은 하나카드였다.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이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자산대비 순이익은 낮았고, 급증한 카드론 때문에 역으로 대출연체율은 증가했다. 또 하나카드는 전산통합에 따라 가맹점수수료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2014년 말 외환카드 합병이후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하나카드는 카드론 수익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 수익은 카드수익이 91.3%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6년 카드론 수익과 가맹점수수료수익이 각각 18%와 49%를 차지했다. 지난해 카드론 자산규모는 21.2조원으로 2015년 말 대비 11.3%나 증가했다. 
 
◆ 하나카드, 카드론 상승율·대출 연체율…'최고'
올해 카드론은 신용카드사 실적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 저금리 속에서도 예대마진 상 꽤 높은 수익을 볼 수 있었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중금리대출 시장의 경쟁심화에서도 카드론은 여전히 카드사의 독점 시장이기도 했다.

이에 하나카드의 작년 카드론 실적 증가율은 21.5%로 업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합병을 실시했던 2014년에서 2015년까지 증가율은 2%에 그쳤지만, 영업점들이 안정되자 본격적으로 카드론 사업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론 증가에 따른 각 카드사 대출연체율을 살펴보면, 이 역시 하나카드가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1.67%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1.54%에 비해 0.13%나 증가했다.

두 번째로 연체율이 높은 카드사는 업계 1위인 신한카드였지만 1.43%에서 1.40%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 외 우리카드는 1.41%를, 국민카드는 1.27%, 삼성카드는 1.17%를 나타내며 소폭 증가한 것에 그쳤다. 카드사 대출 연체율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연체율을 합산한 값인데, 특히 작년엔 현금서비스가 감소했기 때문에 카드대출 연체율등 곧 카드론 실적과 동등한 비율을 보였다.

 
▲ ⓒ 카드사별 영업이익 카드론 실적, 가맹점수수료이익 ⓒ 동부증권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창구를 통해 거래를 하면서 카드론 등의 영업을 하게 된다”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작년 급격히 카드론 이용자수가 늘게 된 것”이라며 “무리한 카드론 실적증가때문인지 수익은 많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자산의 증가는 충당금 부담은 향후 대출연체율 상승으로 연결된다. 올해 하반기 급격한 카드론 증가에 가계부채와도 뇌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지난 3월에는 각 카드사 CEO에게 매일 카드 대출 상태를 체크하라는 금융당국의 요청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 수수료 하락에 카드사 손해날까? 
카드론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가 가맹점수수료 인하다. 대선을 맞아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카드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실적 상 카드사 가맹점수수료수익은 신용카드의 실적 증가에 따라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작년 가맹점수수료의 근간이 되는 카드구매 이용액은 전년대비 12%나 증가했다. 실제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최근 3년만 보더라도 영업손실을 본 카드사는 없었다. 2016년 말 당기순이익은 7703억원으로 전년대비 1.8% 증가했다.
 
유일하게 작년 하나카드만 가맹점 수수료가 감소했는데 이는 외환카드와 합병 후 전산오류에 따른 영업차질로 인한 일시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나카드가 실적을 채우기 위해 유일하게 잡을 수 있던 카드가 카드론이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차기 정부를 맞을 카드사들이 낮아진 가맹점수수료에 대한 대책으로 다른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수수료를 낮춘다고 해도, 카드사나 금융사가 손해볼 일을 만들진 않을 것으로, 포인트 혜택 등 마케팅비용이나 인력 조정 등 여타 비용을 줄이면서 탈출구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작년 수수료인하에 따른 올해 카드론 비중 확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하나은행은 구 명동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을 매물로 내 놓는 등, 비용보전이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카드사 역시 방편을 마련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정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가맹점 수수료는 영업수익의 50%를 차지하고 있어 수익기여도가 높은 편”이지만 “신용카드 이용실적 증가와 함께 부가혜택 및 마케팅비용 축소 등 다양한 비용절감 노력과 VAN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지급방식의 변경 추진, 무서명거래 확대 등을 통해 일정 수준 방어는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카드와 합병 이후 하나카드는 카드론에 따른 대출연체율 문제와는 별도로 몸서리를 앓고 있다. 현재 하나카드는 8년만에 첫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2014년 외환카드와 합병한 뒤 접대비나 광고비 용역비 등의 비용처리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비용 처리가 정확‧적절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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