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반등 안간힘 속 洪 보수결집 발판 삼아 ‘문-홍 양강구도’ 주장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간 지지율이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어느새 사전투표까지 시작된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이 실버크로스 여부를 놓고 저마다 유리한 자료를 내세우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2일까지 조사된 게 전부이다 보니 두 후보 중 누가 앞섰는지 분명하게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양측은 자당 후보가 앞선 결과를 바탕으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쏟아내고 있는데, 초박빙의 접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일각에선 선관위 고발까지 거론하는 등 갈등수위는 연일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홍준표 ‘실버크로스’ 주장, 虛인가 實인가
 
홍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이후 홍 후보 측에선 지지율 2위와 3위 간 역전을 뜻하는 실버크로스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선 자신이 안 후보에 앞선 몇몇 여론조사 결과에 힘입어 아예 골든 크로스라는 용어까지 쓰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상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미 6차례에 걸친 대선후보 TV토론도 모두 끝난 데다 여론조사 공표도 금지돼 표심의 동향을 확인하기 어렵다보니 후보들 모두 여론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인데,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 후보는 실버크로스는 물론 골든크로스까지 외치고 있고, 근래 지지율이 하락해온 안 후보 측에선 실버크로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홍 후보 측 황우여 자유한국당 선대위원장은 4일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진영의 표가 강력히 집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실버크로스는 넘어섰고 골든 크로스를 향해가고 있다”고 주장한 데 반해 김영환 국민의당 미디어본부장은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실버크로스라는 말도 처음 들어봤다”며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량 등 빅데이터 분석을 해봤는데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라고 맞불을 놨다.
 
한 발 더 나아가 안 후보 측에선 ‘샤이 안철수 지지층’의 존재 가능성까지 역설하며 자당 후보가 골든 크로스를 이룰 수 있다고 반격에 나서고 있는데, 김영환 본부장은 “15% 정도 (무당층이) 묻혀있다”며 “오늘 나온 여론조사도 그 정도 나왔는데 막판 선거에선 사표 방지심리로 안 후보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30% 후반 박스권에 갇혀있는데, 투표가 진행되면 호남 등에서 (안 후보로) 표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접전 중인 홍 후보는 애써 무시한 채 아예 문 후보를 넘어서는 골든 크로스 가능성까지 내다봤다.

이처럼 양측이 상충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과연 누가 앞섰는지에 대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일단 여론조사가 가능한 마지막 날인 지난 2일까지 조사해 발표된 12개 결과 중 9개에서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으며 1개는 백중세, 나머지 2개는 홍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된 결과는 프레시안·리서치뷰(안 21.1%-홍 20.1%), 서울경제·한국리서치(안 21%-홍 16.8%), JTBC·한국리서치(안 19.7%-홍 16.2%), SBS·칸타코리아(안 18.3%-홍 16.2%), 채널A·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안 19.9%-홍 17.7%), 한국경제신문·MBC·리서치앤리서치(안 19.3%-홍 17.7%), 한겨레·리서치플러스(안 18.9%-홍 13.7%), 한국갤럽(안 20%-홍 16%), MBN·매일경제·메트릭스(안 21.5%-홍 16.7%) 등이며 CBS·리얼미터(안·홍 모두 18.6%)에선 놀랍게도 두 후보 지지율이 동률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조선일보·칸타퍼블릭(홍 16.8%-안 15.7%)과 서울신문·YTN·엠브레인(홍 19.6%-안 17.8%) 조사결과에선 앞서 안 후보가 앞서던 여론조사 결과들과 마찬가지로 오차범위 이내지만 이번엔 홍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와 홍 후보 측을 고무시켰다.
 
비록 홍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온 조사결과는 겨우 2개 뿐임에도 당장 국민의당에선 김경진 홍보본부장이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라고 하는 건 일종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평가절하한 데 이어 같은 당 김영환 미디어본부장도 “제가 어제 선거유세를 수도권 10군데에서 해봤는데 체감과 여론조사가 맞지 않다”고 여론조사에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이는 자당 후보가 하락세를 타는 데 반해 홍 후보는 상승 기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가능한 마지막 날인 2일 하루만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서울신문·YTN·엠브레인 조사에서 홍 후보가 앞섰다는 점 뿐 아니라 심지어 안 후보가 앞선 것으로 4일 공개된 프레시안·리서치뷰 조사 결과에서도 지난 2일만 지지율 추이만 별도로 살펴보면 안 후보는 1.4%포인트 오른 21.8%에 그친 반면 홍 후보는 이날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당 덕인지 5.1%포인트나 상승한 22.7%를 기록하면서 안 후보를 제친 것으로 밝혀져 홍 후보 측 실버크로스 주장이 전혀 빈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당 지지율 역시 이런 추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마지막인 4일 공개된 프레시안·리서치뷰 조사 결과에서 국민의당은 0.3%포인트 하락한 17.4%를 기록했으나 자유한국당은 전주보다 4%포인트 오른 18.9%에 달해 5월 1주차에 정당 지지도에서도 역전에 성공했다.
 
이 같은 추세로 흐르게 된 근본적 원인은 각각 진보와 보수라는 뚜렷한 색채를 가진 문 후보와 홍 후보에 비해 두 진영 모두의 표심을 공략해야 하는 안 후보는 상대적으로 지지층의 유동성이 높아 선거 종반 이념대결 구도로 가게 되자 결국 진보와 보수층 양측 모두 이탈해버리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발표된 한국경제신문·MBC·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 중 48.1%가 홍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으로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0%에 그쳐 홍 후보의 ‘보수대결집’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관측되며 이에 맞물려 진보 성향 유권자들도 14.1%만이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을 뿐 무려 60.4%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크게 편중되는 경향을 띠고 있어 안 후보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 후보가 앞섰다는 결과를 내놓은 조선일보·칸타퍼블릭 조사에서도 안 후보에 대한 보수층 유권자들의 지지는 4월 초부터 하락세를 이어간 끝에 4월 말에는 홍 후보가 안 후보를 넘어섰으며 5월 1~2일에 이르면 안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층은 17.1%로 떨어져 43.4%까지 올라선 홍 후보는 고사하고 심지어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보수층 비율보다도 낮게 나왔다.
 
그나마 중도층과 진보층에선 홍 후보보다는 여전히 지지율이 앞서고 있지만 중도층에서도 홍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올라 6.2%포인트 정도로 격차가 좁혀져 안 후보로선 이 결과대로면 사전투표까지 시작된 판국에 참으로 암담한 실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여론조사 논란 속 양측 ‘빅데이터’ 인용도
▲ 빅데이터로 살펴 본 5당 대선 후보의 4월 한 달간 ‘구글 트렌드’ 검색어 인기도를 보면 4월 30일 기준으로는 문재인(77) 홍준표(62) 안철수(43) 유승민(18) 심상정(17) 순으로 나타났다. 홍준표는 4월 25일을 기점으로 안철수의 인기도를 역전했고, 안철수는 4월 17일에 인기도 1위를 문재인에게 역전 당했다. ⓒ구글트렌드

여론조사가 이렇게 되니 구글 트렌드를 비롯한 빅데이터 지표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김영환 국민의당 미디어본부장은 4일 당사 브리핑에서 “구글 트렌드 검색량에서는 안 후보가 1위였다”며 “숨은 표가 이동해 안 후보와 각축현상이 벌어지고 (막판에) 승리할지, (문 후보) 대세론을 굳힐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미있는 점은 국민의당에서 언급한 구글 트렌드 결과를 자유한국당에서도 자당 후보를 선전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건데, 홍 후보는 김 본부장이 ‘구글 트렌드 검색량에서 안 후보가 1위’라고 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현재 이 시각(오전 7시 35분) 구글 트렌드는 홍 48, 문 52, 안 22”라며 “안 후보는 관심 밖이고, 홍준표·문재인 양강구도가 정착됐다”고 국민의당 주장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구글 트렌드는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 뿐 아니라 부정적 측면 역시 검색량에 모두 집계되는 만큼 이 데이터만을 놓고 무작정 지지율과 연관시키기는 어렵지만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어느 정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지난달 3일부터 문 후보를 제치고 1위로 올랐던 안 후보가 17일을 기점으로 문 후보에 다시 선두를 내준 데 이어 25일부터는 홍 후보에도 완전히 역전당할 정도로 검색어 인기도에서 밀려나고 있어 최근 구글 트렌드 지표만 살펴본다면 문·안 양강구도보다는 문·홍 양강구도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렇듯 절박한 상황 때문인지 얼마 전 실시된 재외국민 투표에서 출구조사 결과 안 후보가 미국에서 43%, 중국에선 50%로 1위를 기록했다는 가짜뉴스까지 나도는 상황인데, 당장 자유한국당에서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소속 전남도의원이 SNS에 재외국민 투표 출구조사라고 주장하는 글을 유포했다”며 선관위에 고발조치하자 국민의당에선 홍 후보측이 허위 여론조사를 조직적으로 퍼뜨린다면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에 한국당 관계자를 맞고발하는 등 상호 공방이 더욱 격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선일을 5일 남긴 가운데 홍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가 난타전 끝의 승자가 돼 문 후보와 골든 크로스의 결전 상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인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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