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의원들 입당 등 보수세력 洪 지지로 수렴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보수대결집 전략이 선거 종반 판세를 뒤흔들 변수가 될 것인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바른정당 의원들 13명이 2일 자유한국당으로 대거 입당하면서 그동안 홍준표 한국당 대선후보가 외쳐온 보수대결집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뤄오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여기서 이탈한 보수 유권자들을 흡수한 데 힘입어 최근 상승세를 탄 홍 후보가 대선 종반 ‘보수대결집’을 성사시켜 문 후보와의 양강구도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바른정당 일부 흡수, 득 될까 독 될까
 
대선 내내 지지율 답보 상태에 머물던 바른정당이 선거일까지 버티지 못하고 내홍에 시달린 끝에 2일 13명의 의원이 집단탈당하면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바른정당이 창당된 지 채 100일도 되지 않아 이 같은 대규모 이탈이 일어나면서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자격조차 잃어버린 반면 최근 상승한 끝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2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는 홍 후보 측에선 뜻밖의 호재로 여긴 듯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총괄선대본부장은 2일 바른정당 의원 13명의 바른정당 탈당 선언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홍 후보 당선을 위해 그동안 우리 당내에 있었던 분란들을 해소하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늘 계기로 대화합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 보수 대단합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본부장은 아예 대선 전 바른정당 붕괴까지 밀어붙이려는 듯 ‘향후 다른 의원들도 입당하겠다고 하면 받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은 열려 있기 때문에 입당을 신청하면 절차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추가 복당 수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 후보 역시 이와 비슷한 입장을 내놨는데, 2일 서울 마포 잭비님블에서 진행된 ‘미운우리대통령 509 對청년 오디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로서는 대통합이 돼서 대선에 임하는 게 좋겠다. 처음 말한 대로 지게 작대기도 필요한 게 대선”이라며 “보수대통합이란 차원에서 다시 들어오는 게 좋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당내 친박계 의원 등 일부 반발을 의식했는지 “앙금이 있어서 내부에서 좀 언짢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서도 “대선 때 니편 내편 가르는 건 옳지 않다. 이제 친박이 없어졌는데 무슨 감정을 갖고 그래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이참에 상승세에 탄력을 붙이고자 홍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겨냥 “TK민심은 바른정당 모든 사람은 용서하지만 유승민 후보만큼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진 뒤 “이제 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대선을 정확히 맞췄던 구글 트렌드는 오늘 아침 기준으로 제가 43, 문재인 31, 안철수 23”이라고 강조했다.
 
▲ 바른정당 (왼쪽부터)김성태, 황영철, 홍문표, 이군현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후 자유한국당 복당 기자회견을 가진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하지만 홍 후보의 기대와 달리 당내에선 바른정당 의원들의 입당에 대한 견해가 사실상 양분된 상황인데, 심재철 자유한국당 공동선대위원장이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은 홍 후보가 승리로 가는 디딤돌”이라든지 “남은 분들도 돌아오시기 바란다.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반해 친박계 의원들은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역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정치적 빈사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며 “홍을 지지하고 싶으면 백의종군 하고, 입당은 대선 이후 당원들의 뜻을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탈당 의원들의 복당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홍 후보를 향해서도 “지게 작대기라도 잡고 싶은 후보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기둥뿌리 흔들리는 건 막아야 한다”며 “우리가 이용당할 뿐 우리 당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복당 수용 의사를 번복할 것을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원조친박’이라는 같은 당 한선교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가장 탄핵에 앞장섰던, 그래서 이 나라를 지금 이 상황으로 몰고 들어간 그 장본인들이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자유한국당에 다시 들어오겠다고 한다”며 “아무리 이 시기가 대선을 일주일 두고 한 표가 황금과도 같은 가치가 있더라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이건 자존심도 없고, 홍준표의 모습은 어떤 것이냐. 정의롭고 용감하고, 그런데 그 모든 모습을 덮어버리는 옳지 않은 일들”이라며 “만약 그들에 대한 일괄 복당이 이뤄지면 저는 14년간 정들었던 자유한국당을 떠나겠다”고까지 배수진을 쳤다.
 
예상치 못한 바른정당 의원들의 입당으로 이렇듯 자유한국당 내부에 논란이 일자 한때 남재준 후보와 함께 보수단일화 대상으로 꼽혀온 친박 핵심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홍 후보를 겨냥 “나는 오늘부로 배신자와 손을 잡은 자유한국당을 배신의 정당으로, 배신자와 손을 잡고 권력만 쫓아가는 홍준표 씨도 배신자로 규정한다”고 날을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발맞춰 조 후보 캠프에서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진태, 박대출 등 자유한국당 내 탄핵반대 의원들을 향해 탄핵을 주도한 의원들이 수두룩한 자유한국당에서 주저 말고 탈당하라고 한국당 탈당까지 종용하고 나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입당이 홍 후보에게 있어 날개가 될지 분란의 씨앗이 될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보수결집에 놀란 文, 安에서 洪으로 표적 바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홍 후보가 역설해온 ‘보수대결집’ 전략은 실제 효과를 나타내는 듯 보이는데,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유권자 1961명 대상으로 이뤄진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2.2%P, 응답률 4.3%)에서 홍 후보가 안 후보를 제치고 20%선에 오르면서 처음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문 후보 측에선 지지층이 일부 중첩되는 안 후보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지지층 중첩이 거의 없는 홍 후보를 상대하는 편이 한결 편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간과하기는 어려웠는지 안 후보에 집중됐던 기존의 공세방향을 점차 홍 후보 쪽으로 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홍 후보가 2위로 올라오는 데 대해 “누가 2등인지, 3등인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서도 “만약 바른정당 의원이 홍 후보와 연대를 가시화해 자유한국당으로 가 숨겨진 보수가 총집결시 결과를 알 수 없는 판으로 갈 수 있다”고 내심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선지 안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루던 당시엔 외연 확장을 위해 통합정부 구성을 외치던 문 후보도 잠시 접어뒀던 적폐청산 구호를 다시 꺼내들고 수위 높은 발언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일 유세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적폐청산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박근혜 정부는 물론 그 이전의 이명박 정권 때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문제까지 재조사하고 검찰과 국정원도 개혁하겠다고 공약했고 문 후보 지원에 나선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지난 30일 충남 유세에서 “극우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면서 보복을 암시하는 강경 발언까지 주저 없이 던졌다.
 
특히 이 위원장은 TV토론에서 좀처럼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홍 후보를 꼬집어 “큰소리 떵떵 치더니 TV토론만 하면 (지지율이) 쭉쭉 빠지는 사람이 있다”며 “방심하면 안 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이미 선거는 끝났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문 후보 캠프의 공세에 자극받아 보수층의 결집은 한층 공고해지는 모양새인데,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 역시 최후엔 보수 대 진보의 진영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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