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행장 인선 행추위 무산, 차기대선 후로…정책 ‘기재부 축소’ 방향

▲ 수협은행장 선출이 차기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그 동안 4차례에 걸쳐 임추위가 열렸으나 정부측 인사와 민선 수협인의 후보 간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차기정부의 공무원 조직 개편에 따라 수협 행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수협은행장 선출이 차기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임추위가 열렸으나 정부 측과 민선 수협인 후보 간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차기정부의 관료 조직 개편으로 수협 행장 인선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지난달 27일 행추위를 열었으나 합의하지 못했고, 행장 추천을 차기 정부 구성이후로 넘길 계획이다. 쉽사리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정부 측과와 수협 내부와의 갈등 때문이다.
 
관료조직과 수협내 인사 간 ‘대립’
수협은행장 인선은 지난 3월 9일에 시작돼, 총 4차례나 무산됐다. 지난 4월 12일 이원태 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상무 업무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그 동안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된 뒤 1,2기 모두 예금보험출신이 대신 은행장을 맡아왔다. 때문에 수협내에서는 이번 기회엔 54년만에 전통 ‘수협맨’이 행장에 당선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협은행이 정부의 손에 묶여있는 이유는 과거 공적자금을 수혈받았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바젤Ⅲ 대응을 위해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2001년 1조7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수협 받고 수협은행은 100% 자회사로 중앙회에서 분리됐다.
 
▲ 지난 3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공개하면서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며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권한도 재정경제부로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감독권한은 금감원으로 넘어가 사실상 금융위는 해체된다.ⓒ 블로그

하지만, 이에 기재부 출신 등 정부 측 인사 추천하는 예보 인사가 1,2기 경영을 맡았고,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정부 부채를 정리하는 것과 재정 악화를 막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을 반복했다는 은행내부의 평가다.
 
이에 수협에서는 은행장들을 정부 측에 돈을 갚기 위해 꽂은 ‘관피아’라고 정의하고, 이번 차기 인성에서는 수협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수협인’에게 자체 경영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추위는 5명으로 구성돼있는데, 이중 3명은 정부 측에서 추천하는 위원이고, 2명은 수협중앙회에서 추천하고 있다. 행장이 추천되려면 이중 2/3이상인 4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수협은행장 행추위의 구성원은 송재정 기재부 추천(전 한국은행 감사) 금융위 추천(연태훈 KDI연구위원), 해양수산부(임관희 국장) 정부 측 3명과 수협중앙회가 추천한 (박영일 전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대표, 최판호 전 신한은행 지점장) 등이다.
 
차기정부, 더불어민주당? ‘기재부 권한 줄인다’
 
이 같이 수협은행은 시중은행이었지만.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예보의 1,2기 회장이 당선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실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예금보험공사, 해양수산부 4기관의 지배아래 있다고 할 수 있다. 1기 이주형 행장 인선에는 정부측 추천 임추위가 4명, 중앙회가 1명에 불과했다. 2기 이원태 은행장에서 그 나마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팽팽하던 수협은행장 인선이 무산되고 결국 차기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동시에 관료 측의 주체인 기획재정부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정권을 잡을 것이 유력해지면서 행장 인선의 중심추는 기존 관료조직에게서 멀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3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공개하면서 경제부처 조직개편안의 1안으로 기재부의 분리와 경제부총리 폐지를 내세웠다. 기재부의 비대한 권한을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분산한다는 것
 
문재인 후보 측의 더미래연구소는 이날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며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권한도 재정경제부로 흡수하겠다”며. "금융위의 감독권한은 금감원으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융위도 해체되는 수순이다.
 
이와 관련해 수협은행 1,2기 행장이었던 이원태, 이주형 수협은행장 모두 기획재정부를 거쳐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을 엮임했다. 임추위 추천 조직에는 금융위도 들어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수협의 행장인선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수협내부의 관피아에 대한 반발은 대선과 관계없이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차기 정부의 집권에 따라 기재부나 금융위 등 인사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관료조직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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