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공여 혐의에 구속으로 재판 불리 피하려는 조처 분석도

▲ 이번 지주사 전환 포기는 이외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 영향을 미쳤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 노린 뇌물 공여 혐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해온 지주사 전환을 전격 포기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경영권 승계는 당분간 사라지게 됐다.

이번 지주사 전환 포기는 이외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 영향을 미쳤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 노린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불리한 해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이다는 의견이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포기를 결정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은 커졌지만 재판 이후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주사 전환 포기가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토 5개월 만에 부정적 여건에 선회
27일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포기를 전격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전반적으로는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한데,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며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수반되는 여러 문제들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에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10월5일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보낸 서한 내용에서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현금배당 30조원 △나스닥 상장 △3인의 독립적 이사 구성 등 기업구조 개편, 주주환원, 투자자 접근성 및 기업 경영구조 개선에 관한 방안이 담겨있었다.

엘리엇 요구 이후 당월 27일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틀 후인 29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을 6개월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때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11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자사주 의결권을 활용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려 한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먼저 자사주 12.8%를 소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제 의원은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면 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손쉽게 확보된다”면서 “회사돈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이 부당하게 강화된다는 점에서 명백히 변종 순환출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부회장은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면서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주사 전환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문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면서 뇌물 공여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면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다.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부회장은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면서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주사 전환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말로 지주사 전환을 당분간 보류하겠다는 해석을 낳았다.

예상대로라면 5월에는 지주사 전환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부정적 영향’이라는 것에 지주사 전환을 포기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정경유착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 입장에선 여론의 부담 때문이라도 지주사 전환을 서두를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에만 몰두하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지주사 전환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어 이 부화장이 구속된 마당에 지주사 전환 발표로 이 부회장에 부담 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엿보인다. 삼성의 컨트롤 타워였던 미전실이 해체된 상황을 놓고 보면 지주사 전환 포기는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자사주 소각, 관련법 개정추진 부담
특히, 금산법과 보험업법이 규정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이유다.
 
이어 삼성전자는 최근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이 어려운 제반 여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구조 대비 뚜렷한 개선 요인이 없어 주주 가치와 회사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국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막는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각각의 삼성전자 지분 7.55%, 1.32% 등을 합한 금융사 지분은 8.9%로 5%를 넘는다.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금융사들이 보유한 8.9% 지분은 신규 취득하는 것으로 간주돼 5%를 넘는 3.9%는 매각해야 한다. ⓒ뉴시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24조에 따르면 삼성생명·화재 등 금융사들이 비금융 계열사 지분 5%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각각의 삼성전자 지분 7.55%, 1.32% 등을 합한 금융사 지분은 8.9%로 5%를 넘는다.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금융사들이 보유한 8.9% 지분은 신규 취득하는 것으로 간주돼 5%를 넘는 3.9%는 매각해야 한다. 

또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취득가(과거 취득원가) 기준으로 보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 자산이 작년 말 기준 264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계열사 주식을 약 7조9천억원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현재 삼성전자 주식은 200만원을 넘지만 삼성생명 장부에 반영된 삼성전자 지분 취득가는 주당 5만3564억원으로 지분 취득가는 5690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말 장부가 기준은 19조1435억원이다.

현재 보험회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한도 산정 시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만약 보험업법 개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해야 해 이재용 부회장의 우호세력 지분율은 10%대로 낮아지게 되며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법 외에는 최선의 방법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사주는 보통주 17,981,686주와 우선주 3,229,693주이며, 전체 발행주식수의 13.3%(보통주 12.9%, 우선주 15.9%)에 해당된다. 삼성전자는 시가 40조원을 상회하는 자사주 규모를 감안해 2회에 걸쳐 분할 소각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회차로 오늘 보통주 899만여주와 우선주 161만여주를 소각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고, 잔여분은 내년 중에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각할 계획이다.

또 보통주 90만주, 우선주 22만 5천주를 매입해 소각할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2회차 자사주 매입은 28일부터 시작해 3개월 내 완료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총 9조3천억원 규모의 2017년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며, 지난 12일에 1회차로 총 2조4500억원 규모의 보통주 102만주, 우선주 25만 5천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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