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홍준표·유승민 단일화, 후보들 입장차로 난항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굳은 완주 의사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막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결국 당에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과 함께 3자 단일화를 이루는 쪽으로 결론 냈는데, 이 소식이 다른 후보들에게도 알려지면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에선 저마다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단일화 대상인 후보자 3인 모두 3자 단일화에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생각보다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앞으로 대선일까지 2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이견 차를 좁혀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유권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바른정당, 劉 반발에도 3자 후보 단일화 결정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5시간가량의 마라톤 의원총회 끝에 자정을 넘긴 25일 문재인 후보를 꼬집어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후보의 당선만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 그 큰 목표를 위해선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문 후보 당선 저지가 단일화 명분인 만큼 문 후보를 바짝 뒤쫓아 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에 반대한다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는 어차피 단일화한다 해도 문 후보를 이기기 어렵기에 양자 단일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유 후보의 반발을 의식한 듯 “바른정당은 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면서도 “유 후보는 당의 이 같은 제안을 반대하지 않겠다는입장으로 추후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는데, 정작 유 후보는 25일 지상욱 대변인을 통해 “오늘 의총에서 유 후보는 3자 후보단일화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반대 입장을 긴급 공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후보는 이날 오전 용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강당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단일화 얘기가 나올 것이란 예상은 했느냐’는 질문엔 “그렇다”면서도 ‘완주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해 당 결정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유 후보가 단일화 불응 의사를 보이자 당내에선 여러 방식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는데, 정병국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론조사에 의하면 보수 후보 단일화를 하게 되면 누구를 하는 게 좋냐 하면 유승민 후보가 나온다”며 “이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카드를 던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유 후보 설득에 나섰다.
아울러 정 위원장은 이 문제로 인해 당내 파열음이 생기고 있는 점을 감안했는지 바른정당 분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어제 의총에 모인 31명 전제가 우리 33명이 흩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그런(탈당)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단호히 일축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선 한층 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는데, “(문 후보를) ㅇ이길 수 있는 실효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3자 단일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국민의당과는) 지속적으로 대화해 왔다. 창당 이후 계속적으로 대화 창구는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유 후보를 설득하는 모습의 정 위원장과 달리 이전부터 단일화를 주장해온 의원들은 보다 강한 어조로 유 후보를 압박하기도 했는데, 김재경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나와 “(단일화는) 빠를수록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단일화 하지 않으면 당선) 안 될 사람들이 내가 대통령 되겠다고 얘기하면 국민들이 그 얘기를 듣겠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3자 단일화에 반대하는 후보를 꼬집어 “후보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솔직한 상황인식 위에서 이야기가 돼야 한다. 후보들이 좀 더 자기 속내를 드러내면서 솔직한 고백을 하고 갈 때”라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유 후보 측에서도 그대로 있지 않고 적극 반박에 나섰는데, 지상욱 공보단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가운데 “당 지지율이 20~30% 되는데 후보 지지율이 3~4%라면 비난받을 수 있다고 보지만 지금 당 지지율도 4~5%다. 낮은 지지율은 우리(당) 모두의 책임”이라며 공동책임론으로 맞불을 놨다.
한 발 더 나아가 지 단장은 자유한국당 또는 국민의당과의 물밑 접촉 여부에 대해서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은 뒤 “단지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정치공학적으로 연대하는 것은 후보의 뜻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단일화 반대에 못을 박았다.
◆ 자유한국당 ‘동상이몽’, 국민의당 ‘거부’에 단일화 난항
바른정당이 단일화 결정 뒤에도 좀처럼 내부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3자 원샷 단일화’란 마지막 변수까지 도마 위에 오르자 당장 다른 정당들에서도 각자 반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자유한국당에선 바른정당의 단일화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인 건 아니지만 일단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이북5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북5도민회에서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를 요청했다. 우리들이 적극적으로 단일화를 할 수 있도록 그렇게 추진하겠다”며 단일화 범위에 대해선 “바른정당과 남재준 후보, 조원진 후보”라고 꼽아 사실상 범보수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홍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추진 의사를 묻자 “안 후보는 좀 틀리다”면서 “그건 단일화를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답해 바른정당에서 제안한 3자 단일화와는 그 결을 달리했다.
그는 마포 대한민국재향경우회를 찾은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민의당과는 절대 (단일화)하지 않겠다. 안 후보와는 이념과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단일화 대상이 아니다”라며 “지도부도 국민의당하고 단일화는 없는 걸로 안다. 안 후보를 그냥 두는 게 선거구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홍 후보는 유 후보가 단일화에 불응하는 데 대해서 역시 “유 후보도 (단일화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안 한다면 세 사람(홍준표, 조원진, 남재준)이라도 하겠다. 보수대통합 차원에서 단일화를 TV토론을 조성해가자 이렇게 제안해 유 후보를 제외하고는 다 토론에 응하기로 한 대답을 들었다”고 ‘보수 단일화’ 추진 의사를 한층 굳히는 모습으로 응수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홍 후보가 주장한 보수 단일화는 당초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가 제안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유 후보까지 끌어들이려는 홍 후보와 달리 정작 조 후보는 이날 홍 후보를 향해 “만약 홍 후보가 유승민과 단일화를 한다면 홍 후보도 배신자 후보가 될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어 범보수 단일화 역시 홍 후보의 구상대로 흘러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 때문인지 정우택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원장도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을 드러냈는데, 특히 정 위원장은 바른정당에서 내놓은 3자 원샷 단일화에 대해선 “서로 정체성이 다른 정당이고 각 당마다 자기네 대통령 후보를 선출에 의해 뽑았기 때문에 이를 철회하고 단일화하는 방법 등 쉽지 않은 고차방적식이 될 것”이라며 “저는 굉장히 짧은 시간동안 정체성도 서로 다른 정당끼리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무엇보다 3자 원샷 단일화의 핵심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단일화에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벽에 막힌 형국인데,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3자 단일화 관련 질문이 나오자 “우리 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정치인들에 의한 의도적인 연대는 거부한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물론 최근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2차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단일화는 지금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선거 승리를 위해 가는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후보 단일화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까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 측처럼 “우리는 그대로 가겠다”고 일축해 모처럼 떠오른 단일화 의제가 그대로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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