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결과, 대선구도 전반엔 별 영향 못 미쳐…고정 지지층 비율이 관건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대선후보 TV토론(3차 합동토론)이 이전 두 차례 토론보다도 훨씬 높은 38.5%라는 시청률을 기록해 점차 높아져 가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유권자들의 관심은 점점 다가오는 대선일에 맞추어 높아져만 가지만 토론 때마다 후보자 간 비전이나 정책대결에 집중되기보다 매번 과거 문제와 개인사와 관련된 네거티브 공방만 되풀이되다 보니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물론 토론을 계기로 반등을 노려온 일부 후보들 역시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점차 굳어지며 그나마 유지되어오던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이의 양강구도조차 흔들리는 분위기인데, 왜 토론이 진행될수록 양측 간 격차까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고정 지지층 위주 문재인, 안철수보다 유리
 
그간 3차례에 걸친 토론에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선두주자인 문 후보를 집중난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후보의 우위는 더욱 분명해져 가는 모양새다.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조사해 23일 발표한 가장 최근의 조사결과 3가지를 대표적으로 살펴보자면 우선 조선일보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전국 유권자 1030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문 후보가 37.5%, 안 후보는 26.4%로 둘 사이의 지지율 격차는 어느새 오차범위 밖인 11.1%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 성인남녀 1021명을 상대로 조사한 전화면접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44.4%, 안 후보는 32.5%로 11.9%포인트의 격차를 보였으며 한국경제신문과 MBC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유권자 1514명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역시 문 후보가 39.1%, 안 후보가 30.1%로 둘 사이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9%포인트에 달했다.
 
안 후보의 기세가 꺾인 것으로 나온 이 3개 기관의 조사결과는 문 후보와 안 후보 양자구도가 아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을 포함한 5자구도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나 나머지 3명의 후보는 안 후보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무는 데 그치면서 기존의 양강3약구도에서 1강1중3약구도로 재편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언급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결과에서 현재 지지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인지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도 문 후보 지지층에선 76.4%가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안 후보 지지층에선 이보다 낮은 64.2%가 계속 지지할 것이라 답해 고정 지지층 확보 측면에서도 문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현재 자신이 지지 후보가 반드시 당선되어야만 한다는 절박함에 있어서도 문 후보 지지층에선 63.1%가 꼭 되어야 한다고 답한 반면 안 후보 지지층에선 45.4%만이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 32.2%는 가급적 되는 것이 좋다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 적극성 면에 있어서도 문 후보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로운 점은 TV토론과 관련된 부분인데, 대선후보 토론을 시청한 뒤 지지 후보를 변경할 의향이 있는지 물은 결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1%인 반면 바꿀 의향이 없다는 비율은 과반인 56.4%에 달해 TV토론에서의 난타전이 결국 후보 간 지지율 변동에는 별 영향을 못 미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유권자, 안보보다 경제 관심…安 ‘우파 행보’ 별무소득
 
또 홍 후보와 유 후보 같은 보수진영 후보들은 물론 안 후보까지 안보를 강조하며 다소 우향우 행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은 안보보다는 경제분야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대 관심공약에 있어선 경제분야가 45.5%의 선택을 받은 데 반해 안보·외교통상분야는 18.2%의 선택을 받는 데 그쳤고,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에 있어서도 서민경제 살기기가 40.4%로 1위를 기록했으며 북핵문제 해결은 9.2%로 권력기관 개혁과 청년일자리 창출에 이은 4위에 머물렀다.
 
즉, 가계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서민경제가 신음하는 상황 속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거시적인 안보위기보다는 당장 자신의 생계와 관련된 경제문제를 해결해 줄 후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동 조사기관이 안보 위기에 가장 잘 대응할 것 같은 후보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33.7%로 문 후보가 1위를 기록하고 의외로 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보수진영의 홍 후보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7%로 2위에 자리해 안보 관련 이미지메이킹 전략에 있어서도 문 후보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문 후보를 따라잡기 위해 집토끼 뿐 아니라 산토끼까지 노리고 보수층으로 외연 확장을 적극 시도해온 안 후보는 이제 와선 고정 지지층인 집토끼까지 보수 행보에 반발해 이탈하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처해버렸는데, 실제로 호남에선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이전보다 큰 격차로 따돌리며 멀리 앞서가고 있다.
 
앞서 거론한 3개 여론조사 기관 중 첫 번째로 소개한 칸타코리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는 호남에서 52.8%의 지지율을 얻어 26.4%에 그친 안 후보에 무려 2배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갤럽이 이보다 앞선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4월3주차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결과에서도 문 후보는 호남에서 51%, 안 후보는 35%로 나타나 국민의당의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문 후보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 최근 한국갤럽의 4월 3주차 여론조사에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보수의 본산인 대구, 경북에서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면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렇다고 해서 산토끼라도 분명하게 잡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보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한국갤럽의 4월 2주차 조사결과에서만 해도 4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던 안 후보가 3주차 조사에선 26%를 얻은 홍 후보에 TK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문 후보에까지 1%포인트 차로 뒤지며 23%로 3위를 기록해 불과 1주 만에 이 지역 안 후보 지지층이 대거 홍 후보 쪽으로 이탈해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지지층이 분열될 가능성이 낮은 문 후보와 달리 안 후보는 그간 반문정서 덕에 얻었던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이 다시금 홍 후보에게로 돌아가자 문 후보 근처까지 치고 올라갔던 지지율이 급격히 빠지는 형국이어서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선, 단일화 외에 文 잡을 대안 없어
 
지금까지는 집토끼의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 보수후보들과의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자강론을 주장해왔지만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상승 동력을 다시 마련하기 위해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의 후보 단일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선 당일까지 이제 보름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문 후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 설령 안 후보가 단일화한다고 해도 문 후보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일견 회의적 시각도 없진 않지만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의 의뢰로 실시된 칸타코리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 시 문 후보가 41.4%, 안 후보가 41%로 0.4%포인트 차의 박빙 양상으로 나타나 아직까진 대선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5자 구도 조사 시 없음, 잘 모름으로 응답한 21.3%의 부동층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질의한 결과 이중 58.6%는 모르겠다고 답했으나 17.3%는 안 후보를, 13.7%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혀 부동층 사이에서는 현재로선 안 후보 지지층이 더 높은 것으로 나오는 것 또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후보 단일화하지 않은 채 이대로 저마다 완주했다가는 문 후보 당선으로 끝날 수 있다며 후보 사퇴 시한인 29일 전까지 먼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대선 직전 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극적인 반문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을지 유권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상기 여론조사 결과들과 관련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려면 중앙선거관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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