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 ‘상왕론’ ‘2선 후퇴론’ 등 안팎으로 견제를 받고 있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박 대표는 페이스북에 “문 후보에게는 안철수 바람을 만들어준 호남이 적폐세력이냐. 안희정, 이재명을 지지하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부패 기득권 세력이냐. 안철수를 지지하는 TK(대구·경북)와 합리적 보수층이 적이냐"라고 몰아세웠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상왕론’ ‘2선 후퇴론’ 등 안팎으로 견제를 받고 있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DJ를 골로 보냈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안철수 후보와 동선이 겹치지 않게 선거운동을 하는 박지원 대표가 안 후보를 도우는 것인지, 훼방을 놓는 것인지 모를 것 같은 서슴없는 입담을 계속 과시하고 있다.
 
 
◆“문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 박지원의 좌충우돌 발언
그는 공식선거 첫날부터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문모닝’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가 국민을 적폐세력으로 몰았다고 뒤집어씌우기를 시도했다. 박 대표는 페이스북에 “문 후보에게는 안철수 바람을 만들어준 호남이 적폐세력이냐. 안희정, 이재명을 지지하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부패 기득권 세력이냐. 안철수를 지지하는 TK(대구·경북)와 합리적 보수층이 적이냐"라고 몰아세웠다.
 
박 대표는 또 “국민을 둘로 가르지 말라”며 “문 후보는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생각하지만, 안 후보는 모든 국민이 주인이라는 통합의 길로 간다. 안철수의 미래가 이긴다”고 단언했다.
 
이어서 그는 전북 전주대 앞에서 열린 ‘전북 국민 승리 유세 및 전북 발대식’에서 “문 후보는 우리 전북 인사들에게 차별을 했다”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북 송금 특검에서 우리 김대중 전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고 비난했다.
 
박 대표는 또 “우리 안철수 후보 포스터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결재를 받고 만들지 않는다. 안철수와 우리 국민의당이 만든다”며 “그렇게 얘기하려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 포스터에서는 ‘부산 대통령 후보 문재인’이라고 왜 인쇄하지 않았는지 묻고싶다”고 안철수 후보 포스터에 당명을 뺀 것에 대한 비판에 역공을 가했다.
 
19일에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국민통합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특검을 모두 용서했다고 주장하자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거 때까지 대북송금특검과 소위 삼성X파일 조사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워하고 많은 불만을 가지고 계셨다”며 “당시 대북송금특검을 당에서나 국무회의에서도 다 반대하고 오직 노무현, 문재인 그리고 장관 한 분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대표, 사무총장 등이 가서 얘기를 했지만,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침묵하고 땅만 쳐다봤다는 것”이라고 문 후보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문제는 누구보다도 김 전 대통령께서 저하고 훨씬 많은 말씀을 하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페이스북에 “친문세력이 가수 전인권까지 적폐세력으로 매도한단다. 안철수를 칭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라며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문재인식 분열의 정치, 소름 돋는다”고 적기도 했다.
 
이렇게 박지원 대표의 좌충우돌하는 거친 입담이 계속되자. 다른 정당들은 다시금 상왕론을 꺼내면서 그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바른정당 등 다른 정당 “자해공갈 발언” 맹 비판, 안철수에 박지원과 단절 충고도
지상욱 바른정당 대변인단장은 19일 박지원 대표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골로 보냈다”는 발언을 “자해공갈 발언”이라고 평하면서 “한 때 모셨던 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도리도,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닌 발언이고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 단장은 “오죽하면 DJ의 아들 김홍걸씨도 박 대표를 비판하겠냐. 박 대표는 문 후보에 대한 사감으로 호남을 또 다시 지역주의의 볼모로 잡아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호남도 팔고 예전에 모시던 분도 팔아 박 대표가 얻으려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상왕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꼬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도 19일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포스터 당명삭제 논란과 관련 “포스터에 왜 당명을 표시 안 했나. 포스터에 당명이 없다”며 “박지원이 그 당의 실세기 때문에 (박지원 대표 중심의 당 이미지 부각을) 피하려고 한 게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또 “박지원 씨는 대북송금하고 친북 인사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며 “박지원 씨는 그때 실세인데 어떻게 사드배치 당론을 바꿀 수 있나”라고 재차 박지원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시중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 씨가 대북정책에서 대통령이라는 말도 돈다”고도 말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도 19일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포스터 당명삭제 논란과 관련 “포스터에 왜 당명을 표시 안 했나. 포스터에 당명이 없다”며 “박지원이 그 당의 실세기 때문에 피하려고 한 게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사진 / 유우상 기자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박지원 대표와의 단절과 청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 대변인은 “사드배치 반대 당론 변경이 어려운 것처럼 실제 주인인 박지원 대표가 있는 한 안 후보 뜻대로 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안 후보는 구태정치의 상징인 박 대표와의 단절 및 청산을 선언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만이 안 후보가 정치인으로 살아남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0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아무리 급해도 자기의 정체성을 배신하는, 부정하는 얘길 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박 대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선거에 들어와서 벌써 여러번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오늘은 제 귀를 의심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주적론, 햇볕정책은 박 대표가 할 말은 아니지 않냐. 평정심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박 대표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색깔 공세를 펼친 것은 실망스럽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오래 모셨고, 평생 남북평화를 위해 기여해 온 분이 바른정당 유승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다를 바 없는 말을 해도 되냐”고 비판했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입담과시 여전, ‘상왕’이미지도 여전
하지만 박 대표의 꿈쩍도 않고 계속 불안한 수위의 발언을 이어 갔다. 22일 안철수 후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페이스북에 “광주시민들이 안철수 후보에 대한 가짜뉴스 흑색선전을 시원하게 해명 해 달라고 요구한다”며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제 고향이 진도다. 진돗개는 한번 물면 안 놓는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박 대표는 “얼마나 양념을 퍼 부었으면 그걸 해명하라 하겠느냐. 안철수 비방 방법과 호남에서 이간질 방법 문건이 발각되었지만, 오리발을 내는 집이니 오죽 했겠느냐”며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들이 저를 공격하지만 대통령을 하겠다는 훌륭한 분들이 자기 소속당과 함께 박지원 하나 못 당하다니, 쯧쯧”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상왕’이라는 비판이 계속되자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다. 23일 전남 목포 평화광장 유세에서 “지금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대통령 후보도 아닌 저만 공격하고 있다. 이분들은 안 후보와 싸울 길을 찾지 못하고 저 박지원하고 싸우려고 한다. 저는 안 후보 승리의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목포시민과 국민이 아시듯 저는 금년 75세”라며 “저는 안철수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떤 임명직 공직에도 단연코 진출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 안철수 후보 못지않게 언론에 오르고 부각되고 있는 박지원 대표의 입담이 과연 안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지 조차 갸우뚱하게 만든다. 사진 / 고경수 기자
박 대표는 “저는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바치고 있다”며 “특히 지난 총선에서는 야권통합에 대한 저의 소신을 접고 안 후보가 요구하는 3당 체제, 국민의당의 승리를 위해 목포에서는 유세 한 번 하지 않고 호남을 누벼 우리 국민의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또 전국 정당투표에서도 제1야당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바쳤다”고 주장했다. 또 “연정론, 연합·통합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안 후보와 저 박지원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자강론을 부르짖어 왔다”고 강조했다.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는 “지금이 이조시대인가.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며 “안철수를 찍으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소위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는 조어)을 반박했다.
 
하지만 3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상왕론’의 근거로 ‘평양대사’가 되겠다고한 발언을 문제삼자 발끈하면서도 임명직 공직 진출포기 선언과는 배치되는 주장을 했다.
 
박 대표는 24일 새벽 페이스북에 “KTX 차로 이동 중이어서 대선후보 TV토론 시청하지 못해 아쉽다”라며 “포털 뉴스를 검색하니 유승민 후보가 제가 평양대사 하고 싶단 유세 내용을 시비했다. 저는 2011년 18대 국회 원내대표 때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 해 초대평양대사를 하는게 꿈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유세 및 채널A에 지난 20일 출연해서도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그때 초대 평양대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유승민 후보는 영원히 남북관계가 긴장과 대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대선 후보라면 정확히 파악해서 질문해한다”며 “그러니 배신의 정치인 소리를 듣고 지지도도 바닥으로 형편없이 나온다. 대선 TV토론도 5%~10% 이상 나오는 후보만 토론에 나오게 해야지 유승민 후보처럼 군소후보를 출연시키니 토론의 질이 떨어진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반응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지라도 ‘공직진출 포기’와는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상왕’이라는 이미지를 여전히 강하게 남긴다. 안철수 후보 못지않게 언론에 오르고 부각되고 있는 박지원 대표의 입담이 과연 안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지 조차 갸우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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