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 ‘대북결제’ ‘햇볕정책’ 후보 간 얽히고설키며 주고받는 ‘색깔공세’ 계속 될 듯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자강 안보’ ‘안보는 보수’ 등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규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동의 못 한다. 국방백서에 주적으로 명시돼 있다”고 공격했다. ⓒ안철수 국민캠프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자강 안보’ ‘안보는 보수’ 등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규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안보를 두고 다시금 야당 성향의 정당이 양극단의 입장을 취하면서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는 와중에 송민순 전 장관까지 가세해 양당 간의 색깔론 공세의 열기는 더욱 높아졌다.
 
 
◆안철수 “문 후보에 동의 못 한다” 박지원 “굉장히 위험, 안보 ABC도 이해 못해”
안철수 후보는 20일 오전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자신의 ‘자강 안보’를 강조하면서 ‘안보는 보수’라는 안정감을 주는데 주력했다. 그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데 대해 “문 후보에 동의 못 한다. 국방백서에 주적으로 명시돼 있다”고 공격했다.
 
안 후보는 “남북 대치 국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정말 골칫덩어리다. 예측 불가능하다”며 “다만 우리는 평화통일을 이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주적임과 동시에 우리의 대화 상대다. 결국 평화통일을 이뤄야 하는 상대라는 점에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안 후보는 집권 시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해올 경우 “정상회담을 위한 정상회담에 단호히 반대한다. 북핵문제의 수단일 때, 하나의 수단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고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서는 “연평도를 포격했던 포대에 대해 우리가 보복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해야 다시 도발을 안 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 “국보법 폐지는 아니다. 시대가 흘렀다. 모든 법이 현재에 맞게 개정될 필요성은 있을 수 있다”며 “국보법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현실에 맞는 것들은 존속하고, 맞지 않는 것은 바꿔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도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TV토론을 보고 문 후보의 안보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 이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또 대북정책의 ABCD도 모르는 것”이라고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박 대표는 “문 후보가 주적에 대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은, 마치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먼저 북한에 가겠다는 것으로 굉장히 위험하고 안보 문제에 대해 ABC도 이해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문 후보를 공격했다.
 
 
◆송민순 “문재인, 잘못됐었다고 해야지 깔아뭉갤 일 아냐”...전통문·메모 공개
여기에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이 가세하면서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세에 힘을 더했다. 송 전 장관은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엔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다고 한 자신의 회고록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관련 문서와 메모를 공개하면서 “문 후보가 대선 토론 등에 나와 계속 부인만 하니까”라고 이유를 밝혔다.
 
송 전 장관은 “문 후보는 자신의 이야기가 잘못됐었다고 해야지 사실을 싹 깔아뭉갤 일이 아니지 않으냐. 이처럼 확실한데 어떻게 역사에 눈을 감고 있을 수 있나”라며 “문 후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본인의 리더십도 인정받고 내 책은 제대로 된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자신의 결정을 인정하더라도 얼마든지 이를 정당화할 수 있었을 텐데 도리어 내 책을 공격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본다”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북한에서 온 전통문에는 “남측이 반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이라며 “남측이 진심으로 10.4 선언 이행에 북남간 관계 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있는 입장을 취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송 전 장관은 이후 21일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그 시점에서 국가 운영할 때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라며 “지금 와서 사실관계를 다 호도하고, 부인하기 때문에 진실성의 문제라고 본다. 이 문제를 색깔이나 정치이념의 문제가 아닌 판단과 진실성의 문제로 봐 달라”고 말했다.
 
 
▲ 문재인 후보는 송민순 전 장관에 대해 “참여정부때 함께 근무했던 장관이기도 하고 또 과거 일에 대해서 서로 기억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 갔는데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그런 차원을 넘어서 지난 대선 때 NLL사건과 같은 제2의 북풍공작, 그것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색깔론, 북풍공작이라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문재인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색깔론, 북풍공작”...민주당 일제히 역공
이러자 민주당은 21일 일제히 안철수 후보 측과 송 전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추미애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21일 선대위회의에서 “이번 대선은 색깔론, 종북몰이 등 어떠한 정치공세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다급한 보수 후보야 그렇다 해도, 안보팔이에 숟가락 얹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자격이 없다"며 안 후보를 겨냥했다.
 
추 대표는 “당명을 빼고, 보수표에 구애하더니 북한은 주적이라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애잔한 구애를 하고 있다”며 “남북관계에 있어서 주적이라는 의미를 파악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공이 있고, 과도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손쉽게 한 것을 보면 이 분이 제대로 된 역사공부, 평화통일에 대한 깊은 성찰을 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며 “과연 5.18 민주화운동과 10.4 성명 등을 당 강령에서 빼고자 했던 것도 그런 것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추 대표는 “깊이가 없고, 철학이 없고, 통찰력이 없고, 앞을 보는 비전이 없다면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그런 후보일수록 낡은 지역주의와 냉전에 숟가락을 얹는다”며 “더 이상 호남정신, 김대중 정신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진표 공동선대위원장도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상왕이 일장춘몽으로 끝날 것 같으니 정치9단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초조해졌다. 입만 열면 지역감정 네거티브를 하다 이제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며 “지하에 계신 김대중 대통령이 통탄할 일이다. 색깔론 들먹이는 안보야 말로 가짜 안보다. 진짜 안보 대통령은 문 후보다”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사 좌담회에서 “주적론, 햇볕정책에 관해 박지원 대표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박 대표가 문 후보에게 ‘북한 먼저 간다’는 색깔공세를 한 것은 후배로서 실망스럽다”며 “김 전 대통령을 오래 모셨고,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 평생 남북 평화에 기여한 분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다를 바 없는 말을 해도 되나”라고 꼬집었다.
 
우 원내대표 이날 오전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서도 “평소에 안 후보가 말해오던 흐름이 있지 않냐”며 “이 분은 안보를 튼튼하게 가져가면서도 남북대화나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던 분 아니냐. 심각한 위협에 대해 철저히 안보대응을 하겠다.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권한을 쓰겠다고 얘기해야지 북한을 우리의 주적이라고 그러면 어쩌냐”라고 힐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이라면 북한을 우리의 군사적 위협으로 생각해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북한하고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이러저러하게 먼저 규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이 모든 대통령들이 해왔던 스탠스”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국방백서에 주적이라고 돼 있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닌 게 문제”라며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 국방백서의 내용조차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않다면 국군통수권자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역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는 송민순 전 장관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강당에서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에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메모를 공개한 것에 대해 “참여정부때 함께 근무했던 장관이기도 하고 또 과거 일에 대해서 서로 기억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 갔는데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그런 차원을 넘어서 지난 대선 때 NLL사건과 같은 제2의 북풍공작, 그것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색깔론, 북풍공작이라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후보는 “회고록에 저를 언급한 대목이 3대목 나오는데 모두 사실과 다르다. 유독 저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모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 송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문제의 핵심은 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2007년 11월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이라는 방침이 먼저 결정됐느냐, 결정되지 않고 송 전 장관 주장처럼 북한에 먼저 물어본 후 결정했느냐는 것이다. 분명히 말씀드리건 데 11월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방침이 결정돼서 그 이후에 일들은 이미 우리가 밝힌 바와 같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북한에 통보해주는 차원이지 북한에 그 방침에 대해서 물어본 바는 없다. 북한에 물어볼 이유도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저희에게도 있고 국정원에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증거자료가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기록물이기 때문에 대통령 기록물 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면 언제든 11월 16일 회의에서 기권방침이 결정됐다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송 전 장관이 제시한 전통문으로 보이는 문서가 북쪽에서 온 것이라면 거꾸로 국정원이 그에 앞서 보낸 전통문이 역시 국정원에 있을 것”이라며 “국정원이 그것을 제시하면 이 문제는 그냥 그것으로 깨끗하게 다 증명 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송 전 장관이 청와대 메모 서류를 제시했다”며 “지도자는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도 “문 후보는 지난해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근데 최근 토론회에서는 처음에는 안 물어봤다고 하다가 북한이 아닌 주변에 취재만 했다고 했다”며 “말바꾸기가 진짜 적폐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사진 / 고경수 기자
◆홍준표·유승민도 문재인 공세에 가담, 정의당은 홍·유 비판
이렇게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색깔공세에 가세해 문 후보 비판에 나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송 전 장관이 청와대 메모 서류를 제시했다”며 “지도자는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도 “문 후보는 지난해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근데 최근 토론회에서는 처음에는 안 물어봤다고 하다가 북한이 아닌 주변에 취재만 했다고 했다”며 “말바꾸기가 진짜 적폐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색깔론 공세에 여념이 없다”며 “남북관계를 파탄시킨 정치세력들이 녹슨 반공의 칼을 쥐고 망나니 춤을 추는 꼴”이라고 홍준표·유승민 후보를 비판했다.
 
‘주적’ ‘대북결제’ ‘햇볕정책’ 등 5 당과 후보들 간에 얽히고설키며 주고받는 ‘색깔공세’는 23일로 예정된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도 후보 간 설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