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주적’ 논란부터 홍준표 ‘여성 비하 사과’까지

▲ 19일 개최된 KBS 대선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서 토론에 들어가기 직전 각 당 대선후보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19일 있었던 2차 대선후보 합동토론은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된 적 없었던 새로운 방식인 스탠딩 토론이었는데, 사전에 준비된 원고나 자료 없이 오로지 후보자 본인이 선 채로 즉석에서 다른 후보들과 여러 주제를 놓고 상호 토론하는 형식이다 보니 후보자의 자질과 민낯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양당제로 일대일 토론 형식처럼 진행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5명의 후보가 난상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처음 시도된 탓이라고만 하기엔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고 심지어 앉아서 하는 토론과 큰 차이점을 못 느끼겠다는 지적도 일부 나와 ‘무늬만’ 스탠딩토론이었다는 실망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토론의 2배를 뛰어넘는 26.4%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이 새로운 형식의 토론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확인됐고,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 이번 토론에서 나온 주요 논란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 문재인, ‘안보관 논란’ 취약점 드러내

 
이번 2차 토론에선 마치 문재인 후보 청문회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대부분 문 후보에 질문이 집중됐는데, 그 중에서도 평소 취약하게 여겨지던 안보 분야와 관련해 보수후보들의 날선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의 주적입니까”라고 질문한 대목은 이번 토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히는데, 문 후보는 이 질문에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는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미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배치 여부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않은 채 다음 정부에서 논의할 문제이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경우에나 배치 찬성하겠다는 식으로 넘겼기에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유 후보의 ‘주적’ 질문은 문 후보의 안보관을 직격했다고 할 수 있는데, 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거듭 몰아붙였음에도 문 후보는 “국방부가 할 일이 있고 대통령이 할 일은 따로 있는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에서 제기됐던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사전협의 논란도 이번 토론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는데, 유 후보가 “지난 2월 9일 JTBC 썰전에서 문 후보 말로 ‘국정원을 통해 북한에 물어봤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추궁하자 문 후보는 “국정원을 통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파악해봤다. 북한에 물었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이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까지 뛰어들어 “송민순 장관께서 거짓말을 했는지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는지 (청와대) 회의록을 보면 나올 것”이라며 “나중에 회의록에 거짓말했다는 게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문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는데, 그럼에도 문 후보는 “그럴 리가 없다. (회의록) 확인해보라”며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갑갑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렇게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안보관 논란은 토론 다음날까지 설전이 이어지는 결과까지 초래하게 만들었는데, 20일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평택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 유가족을 만난 뒤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국군통수권을 쥐는 게 맞는지 국민들이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대북정책에 관한 한 문 후보가 되면 모든 것을 김정은이 결정한다”고 공세를 지속했다.
 
‘주적’ 질문을 처음 꺼냈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한 뒤 “어제 문 후보가 제대로 된 답을 못하는 게 아니라 본인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생각 안 하고 있는 듯이 얘기했다”며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인데 주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주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또다시 지적했다.
 
심지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같은 날 서울마리나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남북 대치 국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라며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문 후보에 동의 못한다. 국방백서에 주적으로 명시돼 있다”고 문 후보에 날을 세웠다.
 
그러자 문 후보는 이날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제37회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을 국방백서에서 주적이라고 규정했던 것은 과거 일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난 이후에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규정은 빠졌고 담겨있지 않다”며 “북한의 핵위협이 실질화 됐기 때문에 북한을 직접적, 심각한 위협이다, 또 북한이 적이다고 국방백서에서 다룰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승민 의원이 국방위원장 했던 사람인데 명백하게 사실과 다른 것을 전제로 그런 질문을 했다는 지적을 드리고 싶다”며 “대통령으로 하여금 북한을 주적으로 공개 천명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역공을 폈다.
 
이처럼 논란이 격화되자 결국 국방부까지 나서기에 이르렀는데, 20일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백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의 개념과 관련 “국방백서 표현 그대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그렇게 이해를 하면 된다”며 북한 주민과 군을 분리해 군과 정권만을 겨냥한 뜻이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하지만 이번 토론으로 문 후보에 대한 안보불안 이미지는 다시 굳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비록 문 후보의 주요 지지층이 보수 성향 유권자가 아니다 보니 당장의 타격은 입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안 후보의 추격에 맞서 외연 확장을 시도하던 문 후보의 전략은 이를 계기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홍준표도 집중난타 받아…‘여성비하 발언’ 사과까지

 
▲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차 대선후보 합동토론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자유한국당

2차 토론에선 선두주자인 문 후보가 모든 후보들로부터 집중견제를 받으면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면 그 못지않게 의외의 난타를 당한 후보도 있었는데 바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다.
 
이번 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적극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안보 부문을 주제로 문 후보를 난타하던 와중에 돌연 화살을 돌려 홍 후보에 대선 출마 자격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는데, 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자유한국당에서 당원권 정지시켰다. 홍 후보도 당원권 정지된 상태에서 본래 당헌당규대로 하면 1심에서 유죄판결 나면 출당 제명인데, 특별한 조치를 취해서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고 치명타를 날렸다.
 
생각지도 못한 일격이었는지 홍 후보는 “이정희를 보는 것 같다. 주적은 저기”라며 문 후보 쪽을 가리키는 등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는데, 뒤늦게 “확정판결이 날 때 출당이고 확정판결이 안 날 때는 당원권 정지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응수했으나 유 후보가 “기소인 동시에 당원권 정지”라고 맞받아치자 또 다시 “주적은 저기다”라고 동문서답해 실소를 자아냈다.
 
이 뿐 아니라 유 후보가 홍 후보를 향해 “경남도지사 지냈을 당시 왜 아이들 무상급식을 반대헀냐, 김문수 경기지사도 시행했고 혼자만 버텼다. 내가 당 지도부 시절 그거 때문에 많이 다투지 않았냐”고 무상급식 폐지를 꼬집어 몰아세우자 “유 후보는 참 주적이 저기라니까 꼭 하는 짓이 이정희 같아”라며 말을 돌렸다.
 
결국 심상정 정의당 후보까지 합세해 홍 후보를 겨냥 “홍 후보님이 공짜 밥 논란 일으켜서 밥그릇 다 빼앗으셨다. 그거 모르냐. 말 바꾸는 거 보니까 스트롱맨이 아니라 나이롱맨”이라고 비판하자 홍 후보는 “참 어이가 없는 토론을 한다”며 입을 다물었다.
 
이후 토론 내내 말을 아끼던 홍 후보는 결국 안철수 후보가 ‘설거지는 하늘이 여자가 하는 일로 정해놓은 것’이라고 했었던 홍 후보의 최근 발언을 거론하며 여성 비하 발언을 사과해야 하지 않나라고 일침을 가하는 데에서 결국 백기를 들었는데, 처음엔 “내가 스트롱맨이라고 그래서 세게 한 번 보이려고 그런 것”이라며 넘기려던 그는 심상정 후보가 “웃어서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압박하면서 다시 궁지에 몰렸다.
 
심 후보가 “여성을 종으로 보지 않으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모든 딸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홍 후보는 “센 척 하려고 한번 해본 소린데 그걸 사과하라고 그러면 어떡하나”라고 어떻게든 넘어가려다가 유승민 후보까지 “빨래 안 하고 설거지 안 하고 밥솥 열 줄 모르는 게 스트롱맨인가”라고 가세하자 거듭되는 질타 끝에 “말이 잘못됐다면 사과하겠다”고 홍 후보는 공개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이번 토론에서 선봉에 서서 매서운 공세를 폈던 유승민 후보를 비롯해 보수와 진보후보를 가리지 않고 공격한 심상정 후보 등은 저번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선전한 반면 문 후보는 간신히 벗어나는 듯 했던 안보불안 프레임에 다시 갇히게 되고 홍 후보 역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동문서답 끝에 사과까지 하게 되면서 이번 토론에서 좋지 못한 점수를 받게 됐다.
 
물론 아직 3번의 합동토론이 더 남아있는 만큼 이번 토론만으로 대선 판세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여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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