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낮은 후보들로서는 TV의 영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어

▲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고 부동층이 많은 특성을 보임에 따라 TV토론회 등 TV를 이용한 선거 운동의 효용과 영향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지율이 떨어지는 3위권 밖의 후보들로서는 TV의 영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더문캠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고 부동층이 많은 특성을 보임에 따라 TV토론회 등 TV를 이용한 선거 운동의 효용과 영향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지율이 떨어지는 3위권 밖의 후보들로서는 TV의 영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TV토론방식을 둘러싼 잡음이나, 효과적인 TV홍보를 위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후보 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MBC 토론거부에 다른 당 발끈...“경악을 금치 못할 일”
MBC TV ‘특집 100분토론 대선후보에게 듣는다’ 출연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거부하자, 나머지 정당의 후보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국민과 나라를 대표할 대통령에 도전하는 후보라면 국민 앞에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검증과 평가를 받아야 함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문 후보는 당당히 공중파방송의 토론을 거부하며 오만방자함을 드러냈고, 지지율 하락으로 쥐구멍을 찾던 안 후보마저 이때다 싶어 문 후보 뒤에 함께 숨어버렸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문 후보는 아들 취업청탁,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뇌물수수, 대북결제 등 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안 후보역시 1+1 부부 채용특혜, 부인 갑질 논란, 안랩 주식 문제, 투기 등 여러 의혹들이 양파껍질처럼 하나하나 불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에게 묻는다. 국민이 두려운 것이가? 아니면 진실이 두려운 것인가? 무엇이 두려워 숨으려 하는 것인가”라며 “국민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횡포와 오만함에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토론에 응하고 국민 앞에 떳떳하게 진실을 말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토론회 참여를 요구했다.
 
지상욱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대변인단장도 “본인들이 마치 ‘고스톱 판의 굳은 자’가 된 듯한 오만한 태도”라며 “국민의 대선후보 검증권리를 박탈한 오만한 태도를 규탄한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자신들의 본 모습을 보이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 대변인은 “아들의 취업청탁이 우선이고, 부인의 교수채용이 먼저인 후보들에게는 TV 카메라 앞에서 국민들의 철저한 검증을 받는 것은 아마도 두려운 일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박원석 정의당 심상정 후보 선대위 공보단장 역시 논평을 통해 “TV토론을 서서 하느냐 앉아서 하느냐를 두고 입씨름 하던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나란히 MBC 토론을 거부했다”며 “TV토론을 기피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검증을 기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두 후보가 적폐청산과 개혁을 자임하면서 토론과 검증은 기피하고 서로간의 비방전에 열 올리는 것은 겉 다르고 속 다른 태도이며, 촛불 민심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모습”이라며 “초심을 내던진 문 안 두 후보에게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안철수 후보측은 MBC ‘100분 토론’ 출연거부에 대한 입장을 내놨는데,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고, 방송국 측의 무성의나 무례라고 보일 만한 사정도 있었다. ⓒ더문캠
◆거부 후보 측 “6일 전에 난데없이 토론회하자는 건 불가능, 신의 영역”
문재인·안철수 후보측은 MBC ‘100분 토론’ 출연거부에 대한 입장을 내놨는데,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고, 방송국 측의 무성의나 무례라고 보일 만한 사정도 있었다.
 
이용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선대위 미디어본부 TV토론단장은 18일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주말쯤 MBC쪽의 연락이 왔다. 그런데 지금도 오래전부터 받아놓은 일정이 많은데 그것도 소화를 못 하는 상황”이라며 “거부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일정이 이미 짜인 상태기 때문에 MBC의 요청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MBC 측의 임박한 요청에 따른 일정상 불가함을 설명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선대위 TV토론본부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14일 오후 3시쯤 MBC 시사제작국 명의의 공문이 왔다”면서 “저와 공보실에 담당 부장과 작가에게 전화가 왔는데 일방적으로 4월20일 오후에 5인 후보 토론회를 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 전까지는 아무 접촉이나 제안이 없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신 본부장은 “아시다시피 5인 후보를 모으기도 어렵고, 우리 후보의 일정을 갑자기 낸다는 것도 사실상 예술에 가깝다”면서 “6일 전에 난데없이 토론회를 하자는 것은 토론회를 성사시키자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고, 이 일정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사정을 전했다.
 
신경민 본부장은 “선관위 토론이 아닌 SBS, KBS, JTBC 토론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접촉과 제안이 와서 조율한 끝에 성사된 것이다. MBC 토론과는 전혀 다르다”라며 “이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재 거의 불가능하고, 신의 영역에 가깝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이것을 거부했다고 하는 것은 정확한 팩트는 아닌 것 같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모두 일정상의 이유를 들고 있는데, 6일 전에 방송출연 요청이 왔다는 것은 사실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일반인이어도 응하기에 어려워 보인다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일일물도 아닌 주간물의 경우는 아무리 촉박해도 2주 전에 섭외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볼 때는 무리가 있는 요청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선 후보 토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출연 대상인 5명의 후보 모두의 동의와 함께 진행방식을 함께 검토해야하기에 더욱 무리한 일정제시가 아니었나 하는 면이 있다.
 
한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선후보는 23일부터 진행하는 선관위 주관의 TV토론회가 대선 후보들을 구분해 초청한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19일에 제출했다.
 
 
▲ 이런 공방 중에도 후보 진영에서는 TV광고를 18일 공개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18일 ‘나라를 나라답게’와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강조하고 ‘행복의 나라’를 컨셉으로한 TV광고를 공개했다. ⓒ더문캠
◆TV광고 공개...문재인 ‘행복의 나라’ 유승민 ‘보수의 새 희망’ 홍준표 ‘강한 대통령’
이런 공방 중에도 후보 진영에서는 TV광고를 18일 공개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18일 ‘나라를 나라답게’와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강조하고 ‘행복의 나라’를 컨셉으로한 TV광고를 공개했다.
 
이 TV광고는 국민이 꿈꾸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후보의 의지를 담았는데, 문 후보가 전면에 나오지 않고 80% 가량을 어린이, 취업준비생, 어르신 등 국민이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 후보 측은 “지난 7개월, 국민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나쁜 뉴스에 지쳤다. 국정농단, 뇌물, 강탈, 부정 입학, 탄핵, 구속, 적폐청산 등 견디기 힘들 이야기들이 쏟아졌다”며 “그런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은 후보의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배경음악은 가수 한대수 씨의 '행복한 나라' 원곡을 그대로 썼다.
 
홍준표 후보측도 TV광고 ‘강한 대통령’편을 공개했는데 북한의 핵 실험에도 등 돌리고 앉아있는 개구리를 보여준 뒤 후 홍 후보가 등장해 “튼튼한 안보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홍준표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영상 공개 후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등 대한민국의 절체절명 위기 속에, 오직 여의도 정치권만이 당파,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며 국민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을 ‘우물 안 개구리’를 통해 통렬하게 꼬집었다”고 설명했다.
 
함 본부장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열강의 지도자들이 자국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강한 스트롱맨인 상황에서 내부 싸움에 매몰돼 정작 큰 숲을 보지 못하는 답답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세계지도를 확대해 나가는 영상으로 표현했다”며 “우리도 세계와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함 본부장은 “이번 선거 공식 메인 슬로건은 당당한 서민 대통령”이라며 “서민출신 홍 후보가 서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세계와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냈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 측은 ‘보수의 새 희망’이라는 메시지의 TV광고를 공개했다. ‘나라가 걱정된다면 대통령은 유승민’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무실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유 후보는 “공화는 하나의 공동체를 꾸려가면서 더불어 잘 사는 것”과 “공동체를 지키는 게 진짜 보수”라며 새로운 보수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재벌하고 정경유착하고 기득권의 편을 드는 게 보수가 아니다”라며 “보수 정치 안에서도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젊고 개혁적인 분들이 제법 있다. 그분들과 뜻을 같이 해서 대한민국 보수 정치를 바꿔보고 싶다”며 개혁보수의 의미를 부여했다.
 
마지막에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라는 멘트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 안보와 경제전문가로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MBC ‘100분 토론’ 출연 여부를 놓고 후보 간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도 TV광고를 공개하고 집행하기 시작한 각 후보진영. 19일 밤 10시에는 5당 후보의 두 번째 토론이자, 대선 TV토론에서는 처음인 ‘스탠딩 방식’의 생방송 토론이 진행된다. TV의 각종 기능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후보 간의 TV전쟁은 갈수록 치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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