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단 추가 출연 돈에 희비 갈려

▲ 뇌물 공여 혐의로 법원에 출석했던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반면 신동빈 회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 검찰의 재계 수사도 마무리됐다. 검찰의 칼끝에 정조준 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희비도 엇갈렸다.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반면 신동빈 회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최태원 회장을 옭아맸던 뇌물공여 혐의를 벗어나면서 조만간 출국금지 조치도 해제될 예정이라 그간 제동이 걸렸던 글로벌 경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시바 인수전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반해 신동빈 회장은 경영비리로 일주일에 두 번씩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뇌물공여 혐의까지 추가되며 법정에 드나드는 횟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영 행보가 지금보다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재계 총수로는 두 번째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돈 건넨 여부가 희비 갈라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최순실씨가 주도한 미르 K스포츠 재단에 각각 111억원과 45억원을 출연했다.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각각 2월16일, 3월14일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을 놓고 고민하면서 이 점에서 두 회장의 희비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당시 롯데는 최씨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를 만난 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한 뒤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 하루 전 돌려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SK그룹은 CJ헬로비전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들의 반대와 공정위 및 방통위 등에게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데 난항을 겪은 것을 해결하고자 면세점 탈락으로 재취득을 확보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 현안에 대한 부정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SK그룹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해외전지훈련사업’ 등의 명목으로 K스포츠재단에 89억원을 지원하도록 요구받았다. 당시 89억원 금액이 부담을 느낀 SK그룹은 협상을 통해 39억원으로 낮췄지만 협상이 실패하면서 실제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 뇌물죄 성립 조건은 실제로 금품이 오가지 않았어도 이를 약속만 했을 때에도 처벌이 가능하다. 결국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희비는 돈을 실제로 건넨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판가름이 났다.

신 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은 실제 70억원을 건넸다 돌려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가성 입증된다고 판단 기소된 것과 달리 최 회장은 실제 돈이 오고 간 사실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2012년 636억원대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201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최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됐다. 
▲ 최 회장은 일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4개월간 미뤄왔던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SK하이닉스, 도시바

◆최태원, 도시바 인수 총력?
최 회장은 일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4개월간 미뤄왔던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도시바 인수전이 코앞으로 닥치면서 도시바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도시바 인수전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대 30조원까지 뛰며 가열 양상을 빚고 있다. 당초 예상 금액인 15조원 보다 1.5배에서 2배의 가격으로 올라 인수 금액만 놓고 보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장에서 업계 5위로 도시바 인수를 통해 업계 2위로 뛰어오르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글로벌 1,2위를 놓고 경쟁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 도시바 인수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전과 관련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SK그룹이 도시바 인수에 의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은 조심스럽지만 아직까진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SK그룹이 도시바 인수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최 회장의 의지가 있어서다.  지난 13일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경영학전문석사(MBA) 강연회’에서 최 회장은 “본 입찰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도시바 인수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신동빈의 롯데 우울한 50주년
최태원 회장과 달리 신동빈 회장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또 다른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 신동빈 회장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경영비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또 다른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사진/ 시사포커스 DB]

일주일에 이틀 정도를 재판 준비에 써야 하는 지금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면 일주일 3~4일 이상을 재판 주빈에 쓰게 되면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롯데는 뉴 롯데로 거듭나기 위해 신동빈 체제의 ‘원 롯데’를 이뤄야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면 당분간 올 스톱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경영비리로 신 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가 재판을 받아야 한다. 거기다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 등 대내외 환경이 신 회장을 괴롭히고 있다.

재판이 장기화 될 경우 올해 호텔롯데 지주사 전환도 물거품이 될 공산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재판 과정에 시간을 쏟아야 할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에 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해서도 출국금지로 발목이 묶인 상태고 대처에도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연내 상장은 쉽지 않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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