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뒤집고 당명 뺀 포스터, ‘가짜뉴스’로 천안함 유족 2번 모욕, “문재인 찍자”까지

▲ 서울시장 선거, 대통령 선거, 새정치연합 탈당 등 계속된 ‘철수’ 끝에 겨우 ‘진수’한 안철수 호의 미숙함일까? 공식선거 첫 날부터 미숙함과 잡음, 헛발질 등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김영환 국민의당 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은 “포스터는 ‘국민이 이긴다’에 국민 자가 들어가 있어서 굳이 국민의당을 안 넣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캠프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서울시장 선거, 대통령 선거, 새정치연합 탈당 등 계속된 ‘철수’ 끝에 겨우 ‘진수’한 안철수 호의 미숙함일까? 공식선거 첫 날부터 미숙함과 잡음, 헛발질 등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게다가 ‘상왕’이라 지적받고 당내에서도 ‘백의종군’ ‘2선퇴진’에 시달리던 정치 9단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마저 도움이 되기는커녕 헛발질에 동참했다.
 
 
◆당명감춘 선거포스터, 정체성 논란에서 합성·왜곡논란으로
공식선거일 첫 날인 17일 오전은 당명표시가 빠진 안철수 후보의 선거 포스터에 대한 민주당과의 공방으로 시작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17일 오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선거 벽보에 당명을 제외한 것에 대해 “보수세력의 표를 구걸하겠다는 것”이라고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필승다짐대회에서 지적했다.
 
추 대표는 안 후보에게 “대리 후보, 렌탈 후보도 거론된다”면서 “결국 그 후보는 자신의 포스터에서 당명을 지웠다. 무슨 뜻인가 보수세력의 표를 구걸하겠다는 것 아닌가. 스스로 보수세력의 정권연장의 도구가 된다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꼬집었다.
 
이에 김영환 국민의당 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슬로건을 항상 포스터 하단 또는 상단에 배치하던 형식을 깨고 어깨띠에 넣었고, 국민의당이란 이름을 쓰지 않고 손이 잘렸지만 그것을 아무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생략의 기법'을 사용했다”며 “포스터는 ‘국민이 이긴다’에 국민 자가 들어가 있어서 굳이 국민의당을 안 넣었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왜 민주당 문재인 포스터에는 ‘부산대통령 후보 문재인’이라고 인쇄를 안 했는지 묻고 싶다”고 되받아쳤다.
 
그런데 논란은 당명을 밝히지 않았다는데서만 그치지 않았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쟁을 넘어 당을 초월하여 디자이너로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당명을 뺀 것도 디자인 감각으로는 가능하다고 밝히면서도 “처음 벽보를 보는 순간부터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진 속 얼굴은 안철수 후보와 좀 달랐다”고 의문을 표했다.
 
손 의원은 “목을 중심으로 몸을 둘로 나눠 얼굴과 몸이 다른 사진일 뿐만 아니라 얼굴 좌우가 바뀌었다. 인간의 얼굴은 거의 비대칭이다. 그래서 좌우를 바꾸면 어딘가 이상해진다”면서 “디자이너에게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가 있다. 대통령 후보의 목을 잘라 다른 얼굴을 붙이고 게다가 좌우를 반전시켜 이미지를 왜곡했다. 이건 아니다. 벽보는 후보를 판단하는 중요한 매체다. 후보의 목에 손을 댄 사람이나 그렇게 하도록 용납한 사람이나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이미지 왜곡’을 지적했다.
 
박지원 대표는 “이제석 대한민국 광고 천재가 만든,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 포스터를, 오히려 민주당에서 선전해주고 있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는데, 광고계 출신 손 의원의 지적에 동업계의 ‘천재’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답을 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이 포스터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느라 저예산으로 진행된 작품”이라면서 “평소 사진을 쓰라고, 있는 사진 중 그런 요소가 가장 좋은 사진을 쓰라고 조언했다.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얼굴을 변형해서 달라 보이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후보 얼굴의 좌우가 바뀐 부분에 대해 “작업 중 생긴 우연”이라며 “이미 사진자체의 질이 좋지 않다. 디자인 과정에서 색깔이 맞지 않거나 빛 방향이 맞지 않는 부분을 맞추려 하다 보니 구조적 결합을 위한 포토샵이 이뤄진 것”이라고 ‘이미지 합성’을 인정했다.
 
벽보용 포스터에 본인의 사진이나 이미지 등을 합성을 해도 되는 것인지는 기준이 없겠으나, 손혜원 의원의 말대로라면 얼굴의 좌우대칭이 바뀐 것 등은 광고계에서는 디자이너의 기본 윤리를 벗어난 ‘기만’인가 보다.
 
 
▲ 국민의당이 ‘가짜뉴스’라고 오히려 해당 글을 게시한 유족에 대해 법적 조치하겠다고 강경 대응했던, ‘천안함 유족 몰아낸 VIP 헌화’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이고 ‘진짜뉴스’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진실공방 끝에 안철수 후보는 결국 18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천안함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라고 사과했다. ⓒ안철수 국민캠프
◆‘가짜뉴스’라던 현충원 ‘갑질참배’ 천안함 유족증언에 사실로 밝혀져
이날에는 국민의당이 ‘가짜뉴스’라고 오히려 해당글을 게시한 유족에 대해 법적 조치하겠다고 강경 대응했던, ‘천안함 유족 몰아낸 VIP 헌화’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이고 ‘진짜뉴스’라는 보도가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해당글을 SNS에 게시했다 지웠던 황 모씨의 작은 아버지 박 모씨와의 인터뷰에서 “제복을 입은 현충원 직원이 먼저 ‘VIP 오시니까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 거북하지 않게 얘기했지만 유가족들에게 비켜 달라고 얘기한 것 자체가 기분이 안 좋았다”라며 “지들이 뭔데 유가족에게 비켜 달라고 하나? 이것은 남의 상가집에 와서 유가족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는 것이나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충원 직원이 가고) 이번에는 국민의당 관계자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VIP 안철수 의원이 오시니까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 이들이 주위를 정리하고, 사람들도 정리하는 등 설레발을 쳤다”면서 “(국민의당 소속) 여성 의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딸을 밀친 뒤에 한마디 말도 없이, 늦었다는 듯이 안 의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 이미지를 위해 현충원에 와서 참배하는 유가족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안 후보가 국민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글을 올려 ‘가짜뉴스’라고 국민의당으로부터 매도 당했던 황 모씨도 “지난주 일요일(4월 9일) 국민의당에서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얘기했다, 거기서 완전히 뚜껑이 열렸다”면서 “국민의당이 형사고발하면 되지 않느냐? 그런데 안 하는 걸 보면 국민의당이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 날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로 이어졌고 국민의당은 결국 사과했다. 박광온 단장은 18일 오전 논평에서 사건의 전개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이 사건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며 “첫째, 유족들에게 추모의 시간과 공간을 뺏어갔다. VIP가 추모를 하러 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유가족들에게 비켜달라고 한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이어 “둘째, 공개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글을 올린 사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셋째, 유가족의 인척을 형사고발하겠다고 겁박한 것이다”라면서 “이것은 공당으로서는 매우 신중해야할 일인데 형사고발을 언급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 세 가지 문제를 분명히 지적하며,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가 직접 사과를 하는 것이 유가족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 생각한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정의당 임한솔 부대변인도 이에 가세해 “VIP가 오신다며 사람들을 내쫓는 갑질도 문제지만, 자당 후보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너무나 손쉽게 가짜로 치부해버리는 모습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직전 청와대 홈페이지에 내걸렸던 ‘이것이 팩트다’ 코너가 연상된다”고 비꼬면서 안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런 진실공방 끝에 안철수 후보는 결국 18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천안함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라고 사과했다.
 
 
▲ ‘상왕’이라 지적받고 당내에서도 ‘백의종군’ ‘2선퇴진’에 시달리던 정치 9단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마저 도움이 되기는커녕 헛발질에 동참했다. 박 대표는 “문재인이 되어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박지원 대표 페이스북
◆금태섭 “안철수, 6.15 남북공동성명 등 삭제요구 맞다”
한때 안철수 의원의 최측근이었던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공식선거 첫날부터 안 후보를 괴롭혔다. 금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과정에서 안 후보가 당 강령에서 6.15 남북공동성명 등을 삭제하자고 한 것이 맞다고 확인하고 나섰다.
 
금 의원은 “안 후보는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 시절 윤영관 전 장관을 통해 당의 정강정책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사항을 삭제하자고 주장했다”면서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에게 '(민주당 강령에서) 5·18 정신, 6·15 선언 이런 거 다 삭제하자고 주장하셨던 바 있지 않느냐'고 물은 것은 네거티브 공세가 아니다. 사실에 근거한 정당한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모든 문제가 정강정책 같이 중요한 사항을,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평가처럼 민감한 문제를 공식적인 의사결정 기구에서 논의하지 않고 혼자서 결정해서 발표하게 한 경솔함과 독단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엄연히 있었던 결정에 대해서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혹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도 않은 채 막연히 흑색선전이라고 하거나 ‘지금 국민의당 강령에는 다 들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윤영관 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정강정책분과 공동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 “당시 제 개인적 생각은 정강정책에 대해 이념적 지향성보다 실용적 접근을 해서 중도층을 끌어안는 외연확대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정강정책 서론 부분에 대해 논의할 때 이념논쟁 소지가 되는 것들은 언급하지 않는 게 어떤가 의견을 말해봤다”면서 “이런 의견을 안 후보와 상의한 적은 없다. 더구나 그런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자신의 실수라고 밝혔다.
 
한편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7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출정식에서 “문재인이 되어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는 곧 “안철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제가 일부러 한번 실수를 해봤습니다”라고 수습했지만 온라인상에는 ‘박지원이 문빠’라는 등의 비아냥거림이 이어졌다.
 
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요구한다 800여평 집 내역을 공개하라”고도 주장했는데 행사 후 당 관계자는 문 후보의 집 800평에 대해 ‘부산 기장’은 착오라며 ‘경남 양산’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공식선거 첫날 안철수 후보의 선거운동에는 이런저런 헤프닝과 실수, 착오가 이어졌다. 많은 관계자가 모여 동시다발적으로 운동을 전개해야하기 때문에 일사분란함을 바라기는 어렵지만, 무엇인가 어수선하고 불안한 느낌을 주는 스타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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