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구도 ‘올인’한 홍준표…당내 압박 속 완주 굳힌 유승민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출정식을 갖고 첫 유세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보수후보들의 지지율 반등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선후보와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선후보 모두 후보등록을 끝마치면서 과연 이들이 남은 기간 동안 어떤 비장의 한 수를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에 벌써부터 유권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홍준표, 기울어진 운동장 넘어설 수 있을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현 대선판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로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 중 언론의 보도행태는 물론 각종 여론조사기관들이 발표하고 있는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유독 불신감을 내비쳤는데, 홍 후보는 17일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4·12재보선에서 한국당이 선전한 점을 들면서 “보궐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맞춘 데는 여의도연구원 밖에 없다”며 “여연을 20년 넘게 봐 왔다. 우리가 일반 여론조사보다 훨씬 짜게 3~5% 정도 짜게 조사한다. 그런데도 정확하게 맞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4·12재보선이 ‘대선 풍향계’라고 하다가 우리가 압승하니까 슬그머니 없어졌다”며 “언론도 기울고 여론조사도 기울었다. 여론조사 기관들 한 달 전과 지금 내 지지율이 똑같은데 당 조사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언론 및 여론조사 기관들에 대한 반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앞서 홍 후보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지금의 여론조사는 틀렸다”며 “27만통 전화를 했는데 응답이 1997통인 전화 여론조사로 지지율을 발표하고 이것이 사실인양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응답률이 4.2%에 불과한 국민여론을 마치 전체 국민여론인양 호도하는 언론도 문제”라며 “96% 국민의 여론을 도외시하는 지금의 전화 여론조사가 틀렸다는 것은 힐러리와 트럼프의 미국대선에서도 이미 증명된 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유권자 19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의 4월2주차 조사결과를 대표적으로 꼬집어 비판한 것으로 비쳐지는데, 여기서 홍 후보는 7.1%를 기록해 이 기관의 한 주 전 조사 결과인 10.2%보다 3.1%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나온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해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홍 후보는 “미국 대선에서 정확성이 증명된 빅데이터 기법을 사용한 오늘 매경의 빅데이터 지수는 문재인 29.48, 안철수 25.32, 홍준표 21.12로 이미 3강구도로 형성됐다”며 그간 여론조사기관들에 대한 불신감을 토로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에게 유리한 지표는 선뜻 인용하는 일견 모순된 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현재 대선구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판단한 그로선 어떻게든 3강구도로 전환시키는 것만이 현재의 문-안 양강 프레임을 깰 유일한 돌파구라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선지 그는 선두주자인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해서만 날을 세울 뿐 보수적통을 놓고 경쟁하던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에 대해선 언급조차 자제함으로써 아예 대선경쟁구도에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데, 17일 아산 현충사에서도 “기본적으로 선거구도는 좌파냐 우파냐 라는 것”이라면서도 “유승민표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홍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이번 선거 복잡하지 않다. 진보좌파 셋에 보수우파 하나”라며 “이 땅을 지켜온 보수우파들이 하나가 돼 홍준표를 찍으면 좌파정권을 막는다. 이젠 보수우파들이 좌파집권을 막기 위해 보수우파 대표후보에게 집중투표 운동을 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는데, 이번 대선을 진보정당 간 양자구도가 아닌 좌우 이념 대립으로 몰아가되 그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자신을 중심으로 보수 유권자들의 전략투표가 이뤄지게끔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그가 “지금 보수우파 진영들은 개인적 욕심으로 출마했기 때문에 보수대통합이 될 수가 없다”며 “큰 물줄기가 잡히면 작은 물줄기가 말라버린다”고 표현한 데 비추어 바른정당의 유 후보나 새누리당의 조원진 후보 등 다른 보수후보들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이젠 선을 그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당내 보수후보 단일화 요구에 대해 “보수단일화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실제로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이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보수세력이 분열된 채 선거일을 맞을 수는 없다. 단일화해야 한다”며 “홍준표, 유승민 두 사람이 만나 보수세력 재정비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까지 호소했음에도 홍 후보는 같은 날 울산 남구 선암호수공원에서 열린 팔각인 한마음체육대회 축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단일화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이를 일축한 바 있다.
 
이렇듯 보수단일화는 접고 ‘3강구도’를 형성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홍 후보에 발맞춰 소속정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17일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형식, 원고, 규칙이 없는 ‘일대일 3무(無) 토론’을 제안했는데, 한국당 중앙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인 강효상 의원은 이날 오후 당사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겨냥 “같은 정치 성향과 정치세력을 공유하고 있는 두 후보의 추가적인 TV토론은 시간낭비일 뿐”이라며 “두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상대는 바로 한국당의 홍 후보”라고 주장해 3강구도 형성에 열을 올렸다.
 
이처럼 당 역시 한 목소리로 홍 후보 지원에 힘을 쏟는 데에는 단순히 자당 후보 지원이란 차원을 넘어 대선 당일까지 한자릿수 지지율에만 머무른다면 당 자체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대선을 치르기 위해 한국당은 약 250억원을 담보대출로 조달한 만큼 만일 홍 후보 지지율이 10%조차 나오지 않는다면 절반도 국비 보전 받지 못한 채 모두 빚으로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당내 일부 ‘사퇴론’ 꺾고 완주 의사 굳힌 유승민

 
물론 이 같은 돈 문제는 비단 한국당만의 문제는 아니고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다른 정당의 후보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바른정당의 경우 10%는 고사하고 5%조차 못 넘기고 있다 보니 유세차량이나 광고, 선거운동원 등에 들어갈 선거 비용을 최대한 아끼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일단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측에선 선거 비용으로 50~9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의원들이 사비를 내놓지 않는 이상 이 정도 예산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를 놓고 당내 일각에선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심지어 대선후보 사퇴까지 공론화하려는 기류까지 당내에 흐르기 시작했는데, 이를 의식했는지 유 후보는 지난 15일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대선후보자 등록을 위한 접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이야기를 전혀 못 들었다”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거면 실명을 대고 떳떳하게 하라고 하겠다. 사퇴는 없다”고 맞대응에 나섰다.
 
그러자 하루 뒤인 16일 같은 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여의도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가운데 “드롭(중단)을 했을 때 영향을 줘서 판을 바꿀 수 있거나 그럼 드롭도 해볼 수 있다”며 “투표용지 인쇄할 때, 29일을 시점으로 한 번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유 후보 사퇴 논의 가능성을 표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장은 유 후보가 완주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의원들이 의견을 모으면 수용할 것”이라며 “조용히 드롭(중단)하는 것이 굉장히 일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 후보 측은 즉각 반발해 이 의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는데, 지상욱 공보단장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후보 등록하고 오늘 공식 선거운동을 코앞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 사퇴 운운하는 건 부도덕하고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언동”이라며 “선거운동 시작도 안 했는데 29일 운운하면서 사퇴 얘기를 한다는 건 뭔가 의도가 있어 보인다. 후보 흔들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사자인 유 후보 역시 17일 이 의장을 겨냥 “(사퇴론 주장은) 정상이 아니다. 그런 부당하고 반민주적인 목소리에 이제까지 한 번도 굴복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저는 후보로서 지금 국민들 만나는 것도 굉장히 바쁘다. 그런 잡음에 전혀 개의치 않고 그대로 끝까지 앞만 보고 가겠다”고 거듭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같은 파열음이 나오게 된 근본적 원인이 본인의 낮은 지지율에 기인한 만큼 이 의장이 29일이라는 데드라인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지지율을 어떻게든 끌어올려야만 한다는 유 후보의 압박감은 이전보다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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