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어 정운찬도 불출마 선언…제3지대 사실상 소멸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때 제3지대 결성을 추진하던 세력들이 대선후보 등록일을 목전에 두고 연이어 중도하차를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통합정부론’을 내세웠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지난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불과 일주일만인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김 전 대표와 함께 발을 맞추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까지 후보등록 하루 전인 14일 불출마 의사를 표했는데, 이로 인해 제3지대 구상은 사실상 소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지 않고 남은 대선 기간 동안 특정 후보를 돕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 여부에 이제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불출마’ 김종인, 당분간 관망 자세 유지하나
 
김종인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한지 38일째 되는 지난 12일 “통합정부를 구성해 목전에 다가온 국가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대선후보로서의 노력은 오늘로 멈추겠다”며 “저의 호소는 늦었고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는 힘이 부족했다”고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전 대표는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이 통합정부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후보가 새 대통령이 되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며 “통합정부 구성을 통해서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저의 생각은 역량 있는 후보가 앞장서 실현해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여 다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지난 10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후보들 숫자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내 이름이 지워질지도 모른다’고 한 자신의 최근 발언에 대해 진행자로부터 질문 받게 되자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일 것 같으면 가능성과 불가능을 식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번 주말에 나타난 여론조사를 놓고 볼 것 같으면 굉장히 빠른 시기에 양강 구도로 대통령 후보가 나눠진 것 같다”고 답해 이미 자신의 사퇴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제3지대 이른바 빅텐트에 대해서도 그는 “무슨 빅텐트를 얘기한 적 없다”며 “누가 괜히 말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못을 박아 사실상 추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표의 불출마는 갑작스럽지만 놀랄 일은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인데,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하루 뒤인 지난 6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출마할 경우 절대로 찍지 않겠다’는 비호감 조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은 3위에 오른 바 있고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조사해 12일 발표된 알앤써치의 대선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1.0%, 10일부터 12일까지 조사해 13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이보다도 낮은 0.9%로 모두 최하위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전 대표도 불출마 선언 하루 뒤인 13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국민의 마음이 다 그렇게 변해버렸는데 거기에 소위 불가능한 상황을 알면서 지속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접었다”며 자신의 저조한 대선 지지율이 중도하차 이유였음을 내비쳤다.
 
다만 그의 향후 거취에 대해선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대표 영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발언했던 데다 13일엔 손학규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이 김 전 대표와 조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단 김 전 대표는 CPBC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계 은퇴 가능성에 대해선 “정계 은퇴니 나는 그런 말은 잘 하고 싶지 않다”며 단번에 일축했기에 자신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특정 후보 지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마자 당장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건 본인도 부담스러운 듯 김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의 러브콜에 대해 “나는 관계없고, 내가 어디 가거나 그러지 않을 테니까 그런 얘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특정한 사람을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종인계로 꼽히던 이언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입당한 점을 들어 아무래도 문재인 후보보다 안 후보 쪽에 의중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국민의당 쪽하고는 전혀 관련도 없고 지금 더불어민주당에 계신 분들이 어느 분들이 가깝게 지냈느니 측근이니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런 사람도 별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뿐 아니라 김 전 대표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구도란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양 후보 모두를 비판적으로 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렇다면 누구를 뽑아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더는 내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대해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말은 내가 계속 지켜갈 생각”이라면서도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고 차선이 없으면 차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아닌가”라고 냉소적으로 답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두 후보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사람이 변한다고 그러지만 얼마나 많이 변했겠나. 여러사람 다 모여가지고 이 소리 저 소리 하다 보니 그것을 받아 얘기하니까 사람이 좀 변했나 하는 느낌을 갖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크게 변화한 것은 나는 없으리라 본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도 김 전 대표는 ‘문 후보와는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냐’는 질문엔 “돌아갈 수 없는 다리라고 하는 게 따로 있겠느냐”며 “정치라는 게 항상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단정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고 민주당과의 관계에 여지를 남겨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정운찬, 민주당·국민의당 러브콜 쏟아져
 
이처럼 김 전 대표가 불출마 이후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로 들어갈 모양새를 취하는 가운데 그동안 ‘동반성장’을 외치면서 김 전 대표와 함께 제3지대와 관련해 논의해오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14일 “국민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국민에게 더 구체적이고 직접 피부에 와닿는 동반성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정 전 총리는 김 전 대표에 이어 자신까지 불출마 결정을 내리면서 ‘통합정부’의 꿈이 사라지는 데 대해선 못내 아쉬웠는지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릴 방안은 여러 정파가 참여하는 공동정부의 수립이고 이것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은 정파의 차이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요청을 앞장서 이끌기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당사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후보와 정운찬 전 총리가 통화한 사실을 전하면서 “제가 월요일날(10일) 대·강소기업 상생협력 세미나 자리에서 (정 전 총리를) 뵀고 어제 만났다”며 “제가 함께 해달라 간곡히 청하는 자리였다”고 영입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게 정 전 총리는 대선판에선 하차했지만 그를 영입하기 위한 물밑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인데, 문 후보 캠프 여성본부장을 맡고 있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당사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와 정 전 총리가 통화한 사실을 전하면서 “제가 월요일날(10일) 대·강소기업 상생협력 세미나 자리에서 (정 전 총리를) 뵀고 어제 만났다”며 “제가 함께 해달라 간곡히 청하는 자리였다”고 영입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어차피 구심점이 없어 ‘제3지대’는 애당초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던 만큼 정 전 총리가 직접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인 지난 12일 민주당에선 김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이에 맞춰 발 빠르게 영입 시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질세라 안 후보 측 역시 문 후보와의 영입 경쟁에 본격 돌입해 김 전 대표는 물론 정 전 총리와도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 전 대표나 정 전 총리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 그 분들이 적극 안 후보를 도와줄지 아닐지는 더 두고 봐야 될 문제”라면서도 “하나 분명한 것은 문 후보가 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는 형성했다”고 강조해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미 양당은 김덕룡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영입 인사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 달도 안 남은 대선판이 양강 구도로 굳어진 가운데 한때 제3지대를 꿈꿨던 이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그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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