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하자”...안철수 ‘의원내각제 반대’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원내 5당의 대선 후보들은 개헌 시기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때 함께 실시해야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는 선거일정과 개헌의 타이밍 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들 후보들은 권력구조나 시행시기 등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권력구조 자체가 각 당의 입장과 지향에 따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당의 지지기반과는 물론 현재의 대선정국과도 관련된 첨예하고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선 전 개헌을 매개로한 ‘빅텐트’ ‘반문연대’ 등이 활발하던 불과 1 개월 전후까지 만 해도 개헌은 대선 주자들을 검증하기 위한 주 소재가 되기도 했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해 12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후보 개헌 관련 의견청취 위한 헌법개정특위’에는 원내 5당의 후보를 초청해 개헌에 대한 입장과 공약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었다.
 
▲ 원내 5당의 대선 후보들은 개헌 시기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때 함께 실시해야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는 선거일정과 개헌의 타이밍 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시점이다. 사진은 개헌특위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 사진 / 고경수 기자
 
◆문재인 “당선되면 즉시 개헌 작업 착수” “5·18, 6월 항쟁, 촛불혁명 정신 반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 “대선 후 정부에도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국민참여 개헌논의기구 설치할 것”이라며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국회 의견도 존중하고 긴밀히 협력해 반드시 개헌을 성공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개헌에 가장 소극적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그는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곧바로 개헌 작업 착수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국회가 2018년 초까지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면 개헌이 완성된다”며 “새 헌법에 의한 4년 중임 대통령제 시행은 차기 대통령 선거를 하는 2022년에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게 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을 분리해서 총선이 대선에 종속되지 않게 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며 “총선이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가 돼야 한다”고 총선과 대선의 분리 실시를 주장했다.
 
그는 ‘국민 중심 개헌’ ‘분권과 협치’ ‘정치 혁신’을 개헌의 3대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주요내용으로 ▲헌법 전문에 4·19 민주혁명,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항쟁, 6월 항쟁, 촛불혁명 정신 반영 ▲국민 기본권 반영 ▲4년 중임제 실현 및 결선투표제 시행, 선거제도 개편 ▲지방분권 개헌 ▲삼권분립 강화를 내세웠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 “대선 후 정부에도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국민참여 개헌논의기구 설치할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곧바로 개헌 작업 착수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문 후보는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대체해야 한다. 제주도·세종시는 연방적 수준의 자치분권 시범지역으로 해야 한다”며 안희정 충남지사가 요청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자치국무회의 신설”을 주장했다
 
문 후보는 또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시행하고 책임총리가 국무위원해임·제청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게 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며 “국회 권한 강화를 위해 정부 입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모든 장관 임명에 있어 국회의 동의를 얻게 해야 하고, 정부 제출 예산안의 총액에 대해 국회가 항목과 금액을 조정할 권한도 검토해봐야 한다”며 “감사원의 회계감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내각제는 시기상조” “대통령 결선투표” “선거제도 개선 병행”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의원내각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낮다”고 이유를 댔다.
 
안 후보는 “다당제가 정립된 지 불과 1년 정도밖에 되지 않다. 협치와 대화, 타협에 대한 국회의 경험과 문화가 축적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의원내각제 외 나머지 두 가지 권한축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곳 국회와 국민의 공론화를 거쳐 정해지는 대로 따를 생각”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의원내각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의원내각제 외 나머지 두 가지 권한축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곳 국회와 국민의 공론화를 거쳐 정해지는 대로 따를 생각”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안 후보는 “어느 쪽이 되더라도 대통령 권한 축소는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대통령 인사권 축소를 위해 장관급 이상 인사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 예산 법률주의로 국회의 예산 통제력 강화, 감사원의 회계감사 기능을 국회에 이관하는 부분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부 독립성 강화를 위해서 대법원장 호선제 도입, 대법원장 임기 연장을 검토해주길 바란다”며 “국민투표 범위 확대, 국민발안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대통령 결선투표 등도 모두 반영되길 희망한다”고 고 말했다.
 
안 후보도 개헌투표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지방선거 때 함께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이 적절하다”며 “당선되면 청와대 내 대통령의 개헌의견을 작성할 개헌 TF를 설치 운용하겠다. 오는 9월 정기국회 개회 이전까지 국회에 제안할 개헌의견을 완성해 보내겠다”고 했다.
 
그는 “개헌 이전 또는 동시에 반드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이 꼭 이뤄져야 한다”며 “이것이 되지 않은 채 개헌이 이뤄진다면 국민 동의를 받기 어렵다. 다당제는 시대적 정신과 흐름이라고 본다. 분권이라는 흐름에도 맞다. 양당제에 최적화된 국회의원제도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선거구제 개편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역할을 헌법에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무라든지 국민복지에 대한 국가의무라든지, IT정보사회에 따른 정보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부적으로 국민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보장국가 실현도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지방정부의 입법권, 재정권 확대가 필요하다.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부분도 개헌에 명시해 국민 의사를 묻는 과정들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2020년 임기단축” 홍준표 “흉악범 사형집행” 유승민 “분권형 대통령 최악”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2018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선거시기가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 이후에 개헌 논의 과정에서 중론을 모아 결정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심 후보는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같은 권력구조가 결정될 경우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며 “그 경우 2020년 임기단축을 통해 헌법을 발효시키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같은 권력구조가 결정될 경우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한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개헌특위 전체회의에 불참했는데, 이철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홍 후보를 대신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겠다”며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동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이 대신 전한 입장문에서 홍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상생과 타협의 정치로 바꾸겠다”며 “대통령은 국가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행정의 권한과 책임은 국무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내각과 각 부 장관들에게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헌법에 명시하겠다. 국회를 국무총리 산하기관과 함께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며 “대통령 직속기관은 수도 서울에 둬 한강 이북 사수의 상징으로 삼겠다”고 제시했다.
 
홍 후보는 “국회는 양원제로 개혁해서 국회의원 정수를 상원 50명, 하원 100명으로 줄이고, 불체포특권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특권을 폐지하겠다“며 ”검사의 독점 권한인 영장청구권을 경찰에게도 부여하겠다. 검찰총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검찰 직급을 조정해 현재 46명인 차관급을 대폭 축소하고, 정치 검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문책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또 “지난 30년 동안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요청되는 기본권 중에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기본권을 헌법에 확충하겠다”면서 “사회 방위를 위해 흉악범에 대해서는 이제껏 중단된 사형을 집행하겠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국가발전의 핵심 가치인 자유시장경제를 더욱 확고히 하고, 경제 성장의 토대인 공정한 경제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의에 불참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이날 경북 영천 공설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권형 대통령제는 최악이다. 외교안보는 대통령, 내치는 총리가 맡는 구조는 나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통일이 되고 어느 정도 경제발전을 할 때까지는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가다가 통일이 되고 경제수준이 올라가면 바로 순수내각제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정치인들이 몇 년 만에 개헌하면서 권력구조 하나만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고치는 그런 개헌은 국민 우롱”이라며 “30년 만에 개헌하면 국민 기본권, 지방분권, 감사원의 국회 이전이나 헌법재판소 결함을 보충하는 3권 분립에 관한 개헌을 하고 권력구조는 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의 개헌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열린 이날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많은 분들이 개헌을 정치권의 정략적 수단으로 오해한다”면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데 개헌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가 대선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개헌 논의를 추진하려면 국회와 차기 대통령간 이해와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여야를 떠나 저와 여러분이 국민 열망에 부응한다면 새로운 헌법으로 모두가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개헌의지를 밝혔다.
 
개헌투표 시기에 대해 대선 후보들의 의견은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로 일치했을 뿐, 권력구조 등에 대해서는 당의 정체성 차이만큼 후보들의 견해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개헌 투표시기에 대해 견해가 일치했다는 것은 개헌추진의지에 대해서만은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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