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마다 선두 결과 달라 논란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청년,BE 정상회담’에 채이배, 김수민 청년의장, 7명의 청년대표들과 토론회를 갖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몇 주째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그간 선두를 지켜왔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선 양자구도가 아닌 다자구도에서도 안 후보가 오차범위 내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있으며 이런 기세를 바탕으로 안 후보 측에선 아예 과반 이상 득표로 승리하겠다는 자신감까지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론조사 기관마다 문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를 내놓는 곳도 적지 않은데다 양강구도는 분명히 확인되지만 어느 쪽이 확실한 우위인지는 아직도 장담할 수 없어 각자 다른 조사결과 내용에 유권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 양측은 상대후보의 지지율이 거품에 불과하다며 상호 비방전까지 이어가고 있어 ‘지지율’을 둘러싼 신경전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갑작스런 안철수 상승 배경은?
 
이 같은 지지율 논란이 일어나게 된 표면적 원인은 일단 문재인 대세론으로 대표되는 1인 독주체제가 안 후보의 맹추격으로 사실상 깨져버렸기 때문인데, 문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해 양 후보 간 간격이 좁혀진 것도 아니다 보니 먼저 안 후보의 급격한 지지율 상승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게 된 원인 중 첫 번째로는 일단 민주당 경선이 문 후보 선출로 마무리되면서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 중 상당수가 비슷한 성향의 안 후보 지지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일례로 김성태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지난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 이유는 안희정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한 게 1차적 이유”라며 “대구·경북과 50~60대 전통적 지지층이 안 후보 쪽으로 상당히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지난 5일 실시됐던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기존 안희정 지사 지지층 중 63.1%, 이재명 시장 지지층 중 30.3%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온 반면 문재인 후보는 이 시장 지지층 중 43.4%로부턴 지지하겠다는 답변을 얻었으나 안 지사 지지층 중에선 14.1%만이 문 후보 지지 의사를 표해 대조를 이뤘다.
 
이는 당초 이 시장의 정책이나 성향이 진보 색채에 가까운 반면 안 지사는 중도·보수로 적극 외연 확장을 시도해왔기 때문에 진보적 성향의 문 후보가 대선 경선 이후 안 지사의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는데, 안 지사 지지층 중 상당수는 예상대로 안 지사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안철수 후보에게로 쏠리는 모양새다.
 
안 후보 상승의 두 번째 원인은 사표 방지 심리에 따른 보수층의 전략 투표 때문인데, 보수정당 후보들이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결국 ‘원하지 않는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는 데에 방점을 두고 당선 경쟁권에 있는 후보 중 안 후보를 지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7개 지방지 의뢰로 지난 7~8일 양일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실제로 리얼미터가 전국 지방대표 7개 신문사 의뢰를 받아 지난 7~8일 양일간 22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2.1%P, 응답률 9.9%)에 따르면 두 후보 중 진보층(문 66.2%, 안 21.3%)과 진보적 중도층(문 58.1%, 안 31.7%)에선 문 후보 지지율이 훨씬 높았던 반면 보수층(안 41.7%, 문 12.1%)과 보수적 중도층(안 56.9%, 문 20.3%)의 다수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도층에선 문 후보가 43.5%, 안 후보가 41.4%를 얻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연령이나 지역별로도 이 같은 특징이 두드러졌는데,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고연령층일수록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답변이 많아 50대와 60세 이상에서는 안 후보가 각각 45.2%와 54.3%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고,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지역에서도 오차범위 이내의 박빙이긴 하나 안 후보가 37.6%로 34.4%를 기록한 문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동 조사결과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6자구도)는 결국 문 후보가 42.6%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기록하면서 37.2%에 그친 안 후보와 5.4%P의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이며 건재를 과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안 지사가 다자구도에서도 오차범위 내 박빙 혹은 아예 문 후보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그 이유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 ‘安風 비밀’은 유·무선 비율…유선 높으면 安 유리
 
그런 면에서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발표된 7개 여론조사기관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모두 늘어놓고 살펴보면 우선 문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난 조사 결과가 4종이고 1종은 동률, 2종은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와 여전히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밀려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한국일보 의뢰로 진행된 한국리서치 조사결과(유선 23.5%, 무선 76.5%)에선 문 후보가 37.7%, 안 후보가 37%로 나왔고, KSOI 조사결과(유선 19%, 무선 81%)에선 문 후보가 41.8%, 안 후보가 37.9%로 좀 더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MBC와 한국경제의 의뢰를 받아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결과(유선 14%, 무선 86%)에서도 문 후보가 35.2%, 안 후보가 34.5%로 나왔으며 이데일리에서 의뢰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유선 10%, 무선 90%)에서도 문 후보가 41.1%, 안 후보가 34.8%로 6자구도 시 오차범위 밖에서 문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조선일보 의뢰로 실시된 칸타퍼블릭 조사(유선 44.9%, 무선 55.1%)에선 안 후보가 34.4%, 문 후보가 32.2%로 안 후보 우위로 나타났으며 KBS와 연합뉴스의 의뢰를 받은 코리아리서치의 조사결과(유선40%, 무선 60%)에서도 안 후보 36.8%, 문 후보 32.7%로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밖에 한겨레신문의 의뢰를 받아 진행된 리서치플러스 조사결과(유선 54%, 무선 46%)에선 다자구도임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똑같이 37.7%의 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안 후보가 앞서거나 문 후보와 동률을 이룬 조사 결과에선 전부 유선전화 비율이 40% 이상인 데 비해 문 후보가 앞선 조사결과에선 한결같이 유선 비율이 40% 미만이란 점에 비추어 유선 비율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양 후보의 승패가 엇갈리게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고령층에서의 유선 활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유선 비율이 높을수록 안 후보 지지세가 두터운 고령층의 의사가 가급적 높게 반영되는 반면 문 후보가 강세인 청년층 등 다른 연령층의 비율은 보다 축소돼 반영되는 경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선응답 비율을 높이면 정확성 논란에서 해소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20대부터 40대까지는 대체로 육성을 통한 전화면접방식보다 자동응답(ARS)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무선전화 조사 시 적극적 지지층이 높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답변이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는 맹점도 없지 않기에 쉽게 결론 내리기엔 각 여론조사기관에서 좀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얼미터가 전국 7개 지방지 의뢰로 7~8일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교체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문 후보 지지층 중에선 21.7%에 그친 반면 안 후보 지지층에선 28.6%로 좀 더 높게 나타난 점에 비추어 봐도 고정 지지층이 많은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는 당초 진보정당에서 중도보수로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형세다 보니 변동 지지층 비율이 낮지 않아 ‘샤이 보수’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지 의사를 표하지 않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의사는 여론조사에 반영이 잘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문 후보 대 안 후보라는 양강구도로 굳어지면서 보수정당 후보들은 밀려난 채 야당 대 야당이라는 구도가 형성돼 대선에 대한 보수 유권자들의 적극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도 향후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유무선 응답비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양측의 지지율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보니 두 후보는 일단 서로에게 유리한 지표만 근거로 내세우며 상호 비방 수위만 높여가는 형국인데, 지난 6일 안 후보에 맹추격 당하던 문 후보 측에서 먼저 안 후보의 지지율에 대해 “맥주거품 같은 것”이라고 폄하했고 국민의당에서도 김영환 최고위원이 “문 후보의 지지율이야말로 거품”이라고 맞받아치면서 점차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매일 같이 여론조사 기관들이 저마다 쏟아내는 결과에 양 후보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앞으로 한 달도 안 남은 기간 동안 어느 쪽이 고배를 마시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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