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업별 무더기 적자… 사드 보복 기류 지속

▲ LG화학의 지난해 중국 현지 사업 적자 규모가 커진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LG화학
[시사포커스 / 박현 기자] LG화학의 지난해 중국 현지 사업 적자 규모가 심각할 정도에 이르렀다. 중국 시장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시간이 흐를수록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박진수 부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음에도 지난해 실적은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이는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기류가 강하게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사업 규제, 주요 화학제품 자급률 상승 등이 이어지며 적자폭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 전기차 배터리사업 누적 적자 200억원 넘어
지난달 31일 전자공시시스템의 LG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에 기대를 걸고 2014년 현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진출한 LG화학의 적자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난징에서 소형·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현지 법인은 지난해 175억6,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35억4,100만원의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해 볼 때 1년 사이에 무려 7배로 적자가 확대된 것이다. 2014년 1억2,400만원의 손실액까지 포함해 3년간 누적 순손실액은 212억2,700만원에 달한다.
 
LG화학의 중국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현지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LG화학을 비롯한 한국 기업의 배터리 사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데다 모범규준 인증까지 보류하며 극심한 견제를 가하는 중국 정부의 행태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내 배터리공장 가동률이 20% 수준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조치는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져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이 한층 짙게 다가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중국 진출 3년이 지난 지금은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야 할 시점임에도, 현지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현지 화학사업 등도 고전
LG화학이 다른 분야보다 강점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화학사업에서도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PVC(폴리염화비닐) 사업을 펼치고 있는 LG화학 중국법인 ‘LG보하이케미칼’은 지난해 480억5,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지 PVC 시장의 공급 과잉이 지속된 데다 중국 국내 기업들이 나프타 대신 값싼 석탄을 원료로 PVC를 생산, 원가 경쟁력에서 뒤쳐지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2015년과 비교하면, 적자폭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 내 석탄 구조조정으로 석탄 기반의 PVC 생산이 감소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내 PVC 회사를 합병하는 등 호재가 있었음에도 적자를 면하지는 못한 것이다.
 
흑자 기조를 유지한 다른 현지 법인들도 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합성고무제품(SBS)을 제조·판매하는 중국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113억2,700만원에서 지난해 70억3,200만원으로 감소했다. 강도가 높고 가벼워 자동차·전자부품 등에 사용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중국 법인 역시 절반 가까이 흑자폭이 축소됐다.
 
정보전자소재사업 부문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편광판 중국법인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편광판은 TV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전·후면에 부착, 빛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해 색을 구현하는 필름으로 LCD의 핵심소재다.
 
LG화학은 중국 내 LCD 수요를 감안해 지난 2004년 현지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까지 설비 증설 등 전방위적인 투자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최근 LCD가 성장을 이어가지 못하고 정체 단계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실적이 하락했다. 2015년에 2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현지 법인은 지난해 291억6,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급변한 상황을 겪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드 보복 기류 등 중국 리스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가운데 현지 경쟁 역시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어 과거에 비해 사업 여건이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연구·개발(R&D) 1조원 투자 방침과 함께 중국 시장에 대해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근 중국 내 배터리공장 가동률을 70% 수준으로 올렸다”며 “이는 수출용,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용으로 전환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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