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군불떼기 활발하나 현재로선 ‘다자’ 불가피

▲ 대선후보들이 양자구도냐 다자구도냐를 놓고 자신에게 유불리를 따지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이 한달여 남은 가운데 유권자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양자와 다자구도 중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양자냐 다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 일례로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를 전제로 한 여론조사들은 그동안 ‘대세론’의 주역이던 문 후보가 아니라 ‘안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대선이 다자구도로 이뤄질 경우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대체로 문 후보의 우세에 힘을 싣고 있어 대선판이 어느 구도로 흘러가느냐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다.
 
◆ 文-安 대결, 다자선 文 우세…양자선 ‘예측 불허’
 
근래 뒷심을 발휘하는지 안 후보의 맹추격이 계속되면서 대선판 내내 이어져온 문재인 대세론이 깨질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짐에 따라 안 후보에 유리한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가 적잖이 회자되고 있다.
 
그간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오던 문 후보였기에 양자구도란 결국 문 후보 대 비문연대를 지칭해왔지만 최근 들어 안 후보의 상승세가 부각되면서 양자구도의 의미는 이 둘의 대결로 그 의미가 보다 좁혀진 모양새다.
 
이에 따라 두 후보의 양자대결을 상정한 여론조사 결과들을 먼저 살펴보자면 중앙일보가 지난 4~5일 이틀간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2.5%P, 응답률 24.1%)에선 문-안 양자구도가 성사될 경우 안 후보가 과반인 50.7%를 얻어 42.7%에 그친 문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8%P차로 제친다고 나온 바 있다.
 
동 조사기관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만 추가시킨 3자대결에선 문 후보가 41.9%, 안 후보가 40.8%로 나왔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까지 포함시킨 5자구도에선 문 후보가 38.4%, 안 후보가 34.9%로 나타나 여전히 다자대결에선 문 후보가 유리하지만 후보자가 줄어들수록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격차도 점차 좁혀지는 경향을 띠었다.
 
또 엠브레인이 YTN과 서울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일 유권자 1042명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응답률 14.1%)에서도 두 후보의 양자대결을 전제할 땐 안 후보가 41%로 39%의 문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2%P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자구도의 다자대결에선 문 후보가 38%, 안 후보가 34.4%, 홍 후보가 10.4%, 심 후보가 3.6%, 유 후보가 2.1% 순으로 나와 앞서 거론한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MBN과 매일경제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 유권자 1008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응답률 10.8%)에서 나타난 양자대결 결과는 다른 조사시관에서의 양자구도 결과와 달리 문 후보가 46.3%의 득표율을 기록해 42.8%의 안 후보를 3.5%P차로 따돌리며 승리한 것으로 나와 결국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양자구도로 가게 되면 적어도 다자구도보다는 승자를 예측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양자구도 성사 여부인데, 문 후보에겐 보수후보들까지 난립하는 다자구도보다는 한층 부담스러울 수 있어 민주당에선 한 목소리로 문-안 양자구도의 실현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실현 가능하지 않은 양자 구도를 보도하는 건 옳지 않다”며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3당이 후보 단일화나 연정을 시도하고 있다면 그런 여론조사가 타당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 후보 측 역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선다는 양자대결 조사 결과를 지난 3일 처음 내놨던 내일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특정후보 띄워주기”라며 “잘못된 조사이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물론 민주당 측에선 줄곧 유지되어온 대세론이 깨지는 전조가 되지 않을까 불안한 심정에서 이런 결과들을 일단 부인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우 원내대표의 발언대로 양자대결이 이뤄지려면 먼저 안 후보와 보수진영 간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조짐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이 그저 불안감에서 기인했다고만 예단하기는 어렵다.
 
◆ 文-安 양자구도, 보수진영 완주로 현실성 낮아
 
실제로 보수진영 중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는커녕 ‘문재인-홍준표 양자구도’를 내세우고 있는데, 지난 4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을 “보수 우파 후보 대 좌파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가지 않을까”라며 “좌파 두 분, 얼치기 좌파 한 분, 우파 한 분 이렇게 4자 구도로 끝까지 치러질 것”이라 관측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6일 광주 5·18민주묘지 참배 뒤엔 “(문 후보와) 양자구도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홍 후보는 6일 국민의당을 향해선 오히려 “민주당의 2중대”라고 각을 세운 뒤 안 후보의 상승세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민주당 안희정 후보에 갔다가 안철수 후보에게 갔다가 방황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보수 우파들이 아직 집결을 안 하고 있지만 후보등록 전까지는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해 안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뿐 아니라 홍 후보는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에 대해선 아예 언급조차 피하면서 자신이 보수적통 후보임을 자처해 종국엔 보수단일화가 불가피하게끔 만들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데, 이에 반발한 유 후보는 6일 경남도의회 기자회견에서 “탈당한 저희가 단일화 한다는 건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완주 의사를 적극 피력하고 있어 안 후보로의 후보단일화는 차치하고 보수진영 내 후보단일화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유 후보는 같은 날 회견에서 국민의당과의 연대 여부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사드배치를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안 후보는 그런 당 후보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국가 안보에서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국민의당과 단일화를 할 수 있는지 매우 회의적”이라고 밝힌 만큼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가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에선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인지 대선판을 자당에 유리한 양자구도로 설정하기 위해 연일 열을 올리고 있는데,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4일 당 대표-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 “국민들은 이제 과거, 패권, 분열을 버리고 미래, 혁신, 통합의 길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며 “안철수-문재인 양자대결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대표는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은 ‘양자대결은 가상 대결이고, 왜곡조사’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 의뢰를 운운하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처사”라며 “대세론일 때는 과학으로 맹신하다가 대세론이 무너지자 언론 탓, 여론조사 탓만 하는 모습이 바로 패권이고 오만”이라고 문 후보 측에 역공까지 펼쳤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양자구도’를 곧 안철수-구 여권연대로 설정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안 후보가 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다른 정당 후보나 세력과 연대하지 않겠는가’라는 패널들의 질문에 “정치공학적으로 누구와 손잡고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이제 국민께서 원하지 않는다”라며 “그런 일은 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이 전략 역시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 국민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전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언주 의원 국민의당 입당식에서 이언주 의원을 반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는 김종인계인 이 의원의 입당을 계기로 김종인 전 대표 측과 연대할 가능성이 나오는 데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심지어 안 후보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계로 꼽히는 이언주 의원이 탈당해 안 후보를 돕겠다고 국민의당으로 오면서 불거진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단번에 일축해 끝까지 기존의 자강론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렇듯 안 후보 스스로 후보단일화나 연대 등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반대로 당에서 띄우던 ‘문-안 양자구도’는 더 성사되기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되는데, 다만 대선일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판세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일부 있다.
 
그 이유로 먼저 안 후보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다 다자구도에서도 문 후보와의 격차가 크지는 않고 6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에선 비호감도가 28.1%로 2위에 달한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는 4.6%로 4위에 그치고 있으며 ‘비문 단일화’ 추진 시 단일후보로는 안 후보가 63.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비록 현 시점에선 문-안 양자구도의 실현가능성이 희박할지언정 대선일에 가까워질수록 반문정서와 사표방지 심리가 작동해 각 정당별 후보 완주 여부와 별개로 유권자에 의한 ‘비문연대’가 안 후보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결과는 끝까지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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