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보수표 흡수’ 목적…홍준표, ‘보수결집’ 노려

▲ 선두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따라잡아야 하지만 좀처럼 반문연대를 이루기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후발주자들이 저마다 문 전 대표와의 양자구도 프레임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당을 끝으로 모든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일단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5자 구도로 대선 대진표는 짜인 모양새다.
 
하지만 그동안 대세론을 이어오며 선두를 지켰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라잡기 위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맹추격이 최근 눈에 띄면서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점차 ‘문-안 양자구도’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보수적통을 놓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설전을 벌이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지난 대선처럼 좌우 진영대결 양상으로 끌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홍 양자구도’를 주장하고 있다.
 
◆ 文-安 양자구도 프레임, 대선 변곡점 만들어낼까
 
우선 선두인 문 후보를 넘는지 여부가 대선 승리를 결정짓기 때문에 후보마다 여기저기로 분산된 ‘반문 표심’을 하나로 끌어 모으기 위한 차원에서 양자구도 프레임을 조성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만일 양자구도로 가더라도 아예 좁히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가 있다면 별 대책이 없겠지만 일부 후보는 몇몇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양자구도로 맞붙을 경우 역전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 적잖은 기대를 품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불과 몇 주 사이에 지지율이 출렁였던 몇몇 후보들이 그동안 여럿 존재했었던 만큼 ‘대세론’을 굳힌 줄 알았던 문 후보의 아성도 남은 한달여 기간 동안 깨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어 양자구도는 문 후보에겐 위협적 변수로, 반대진영엔 마지막 ‘조커’로 작용해 대선판을 마지막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동안 문 후보는 탄핵 국면과 맞물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검증 공세를 피하는 것은 물론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대다수를 점하며 당 지지율까지 상승하게 되는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려왔지만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선 검증의 칼날이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 자신에게로 향하면서 아들 취업 특혜 의혹 등으로 대세론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만 2위 후보와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을 바탕으로 후위주자들의 각종 의혹 제기와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캠프의 대응과는 별개로 문 후보 자신은 가급적 ‘무시·무대응’ 전략을 고수했었는데, 민주당 경선 이후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했었던 유권자 일부가 비슷한 성향을 띤 안철수 후보에게로 빠져나가면서 안 후보가 급상승하는 조짐을 보이자 잔뜩 경계하기 시작한 문 후보가 자신을 향한 의혹제기나 안 후보의 발언에 직접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양자구도를 만들어준 셈이 됐다.
 
앞서 국민의당은 자체적으로 대선판을 키우기 위해 손학규 전 지사까지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저조한 지지율에 시달리며 경선조차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뻔했으나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세론이 재확인된 민주당 경선 종료시점이 국민의당 경선에서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이른바 ‘안풍’ 분위기를 띄우려던 시점과 겹치면서 민주당에서 국민의당 쪽으로 지지후보를 바꾼 유권자들의 흐름이 안풍을 한층 실체화시켜주는 모습으로 비치게 만들었다.
 
이런 시너지 효과에 힘입어 한번 타기 시작한 상승세가 반문정서를 가진 보수층에까지 기대감을 확산시키면서 사표방지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외연 확장까지 이뤄져 안 후보로선 자신이 예언한대로 어느 정도는 ‘양자구도’를 이뤄내게 됐는데, 이를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안 후보는 5일 문 후보에 ‘양자 끝장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안 후보의 제안은 자신이 토론에서 반드시 유리하다는 자신감에 기인했다기보다도 선두주자라는 특성상 문 후보는 토론에서 수성해야 하는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어 맞상대를 한다 해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점을 노린 압박 전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기에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제안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긴 하나 안 후보가 이날 ‘토론 제안’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문가가 만들어준 정책을 외우고 읽다보니 미처 검증이 안 됐던 것”이라며 “미국처럼 준비된 서류 없이 맨몸으로 끝장토론하자”고 제안한 건 사실상 일각에서 문 후보를 겨냥해 제기하던 ‘원고만 보고 읽는다’는 지적을 내포한 셈이어서 별 이유도 없이 거부하게 되면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부담이 없지 않아 문 후보로선 다루기 까다로운 공을 받게 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민주당 내 이언주 의원까지 5일 안 후보를 돕기로 결심했다며 다음 날 탈당하기로 예고해 경선 과정에서 충돌했던 비문계 의원들과의 통합에 나선 문 후보의 노력이 무색하게 당내가 술렁이고 있는데, 앞서 김종인계로 꼽혔던 최명길 의원의 탈당도 있었던 만큼 문재인 대세론만 확인된 경선 이후에 비문계 의원들의 연쇄탈당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문 후보는 일견 선두는 유지하면서도 이전보다 여러모로 불안한 실정이다.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그래선지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단일화를 전제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실현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며 “누가 경쟁력 있나 알아보기 위한 취지의 여론조사는 있을 수 있지만 문-안 대결 의도로 하는 것이기에 국민의 정당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반응이 격해질수록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게 돼 도리어 실제 양자 구도가 이뤄질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갈 길 멀어 급한 洪, ‘양자구도’로 비상할까
 
이런 가운데 보수진영에서도 YTN·서울신문 의뢰로 엠브레인이 지난 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나마 10.3%의 두자릿수 지지율을 이뤄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홍준표’ 양자구도 주장을 펼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려 부심하고 있는데, 아직 자신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도 보수결집은 이끌어내려는 의도에서 양자구도 프레임에 집중하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냐, 중도보수까지냐 하는 범위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자신의 이념이 보수라고 답한 유권자들이 대체로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현재 지지율이 유 후보에 앞서고 있는 자신을 중심으로 보수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홍 후보는 이번 대선을 지난 18대 대선처럼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 양상으로 몰아간다면 보수대결집을 일으켜 과반 득표를 달성했던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문 전 대표에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문-홍 양자구도’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먼저 안철수 후보에게로 흡수된 일부 보수층 표심 역시 끌어와야 되기에 안 후보와 국민의당을 향해선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러면서도 홍 후보는 양자구도를 형성하려는 방식에 있어선 안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같은 날 문 후보에게 끝장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진행방식마저도 준비된 원고가 없는 형태로 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토론과 의혹 공세만으로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 비록 보수후보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지지율이 자당 지지율보다 대체로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도 비호감도가 60%에 이르고 있어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뚜렷한 확장성을 기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바른정당과의 범보수단일화 논의마저도 홍 후보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친박 인사들을 끌어안기로 정리하며 거의 물 건너 간 모양새여서 상승 계기를 마련할 마땅한 기폭제가 전무한 실정인데,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려는 홍 후보의 ‘문-홍 양자구도’ 구상이 실현될 수는 있을지 우려 어린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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