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친박 청산’ 않고 ‘흡수 통합’ 주장만…바른정당, 대선 연대 일축
이런 홍 지사의 구애에 바른정당에선 앞서 친박 청산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홍 지사는 자신이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자체가 친박이 더 이상 당내에 없다는 걸 증명한 셈이라고 강변하면서 일방적으로 바른정당이 한국당으로 들어올 것을 촉구하고 있어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홍 지사는 유독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선 ‘배신자 프레임’까지 꺼낼 정도로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이제는 유 의원을 상대조차 안 하려는 듯한 인상을 띠고 있어 일각에선 바른정당과 유 의원을 분리해 대응하려는 계산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 홍준표, ‘우파 결집’ 전략 성공할까?
홍 지사는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른정당 김무성 선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통화 사실을 밝힌 뒤 “같은 당인데, 무슨 연대냐, 연대가 아니라 같이 가겠다고 했다”며 “(대선 후보) 등록 시점까지 (재결합이) 잘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어린애들도 아니고 앙금은 가라앉히고 우선 대선을 치르고 나서 얘기하자. 그 정도 정치적 역량이나 포용력은 있는 분들”이라면서도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이나 연대에 반대 의사를 표한 데 대해선 “혼자 떠드는 것 갖고 저한테 확인하려 하지 말라”고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 지사는 같은 날 앞서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다른 당과의 연대는 지금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다”며 “바른정당과 함께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는데, 아예 ‘연대가 아니라 같이 가겠다’는 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보수 원로 등을 만나며 보수 적통이 자당에 있음을 확인받고자 같은 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까지 연이어 만나는 행보를 보였는데, 홍 지사는 이 전 대통령과 만난 직후 기자들로부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야 한다고 이 전 대통령이 언급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럼, 당연히 합쳐야 된다(고 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적극적으로 보수 우파가 좀 단결해 달라는 말이 있었다”며 “탄핵 때문에 갈라졌는데 원인이 없어졌으니 당연히 합쳐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밝혀 자신의 재결합 주장에 정당성이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좌파가 되면 4대강 시비를 또 할테니까 이 전 대통령도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게 훨씬 좋다(고 했다)”면서 자신이 유일한 보수적자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그는 같은 날 신당동 사저까지 찾아가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파 결집을 해서 대통령이 꼭 돼라, 대통령이 되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며 “꼭 대통령이 돼서 좌파들이 집권하는 것을 막아라,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루 뒤인 4일에는 보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으로 내려가 전날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이 지지를 호소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고, 곧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까지 찾아 보수 표심을 최대한 결집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날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선 “여야를 통틀어 계파 없이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은 역사상 제가 유일하다. 계파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당원이 같은 형제”라고 일견 보수 통합 의지를 다시금 드러낸 뒤 “대한민국을 이만큼 살게 한 주축세력이 TK인데 왜 우리가 탄핵에 위축되나. 제가 TK의 적자”라며 “홍준표 정부를 만드는 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홍 지사의 계속된 재결합 요구에 발맞춰 그의 소속정당인 한국당에서도 바른정당을 향한 압박수위를 점점 높이는 모양새인데, 이철우 신임 사무총장은 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지금 바른당은 이미 국민들이 심판을 내린 걸로 알고 있다. 나가서 지지율이 전혀 안 올라오고 있다”며 “보수가 분열하면 망하게 돼 있다. 한 집안에서 두 후보가 있을 수 없다, 이런 전략 가지고 바른당을 설득하고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경우 같은 날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이보다 한층 날선 반응을 내놨는데, 바른정당을 겨냥 “당이 어렵다고 제일 먼저 뛰쳐나간, 대통령이 어려워졌다고 제일 먼저 뛰쳐나간 세력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우리보고 며칠 전 배신자라고 했다”면서 그 중에서도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 의원을 꼬집어 “자길 정치적으로 발탁하고 은혜 입은 사람이 어려워졌다고 등 돌리는 게 배신, 배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예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은 이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바른정당과의 연대와 관련, “홍준표 후보는 바른정당이 분당한 원인이 말소됐으니 집 나간 동생들이 돌아와야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인 것 같다”면서도 “국민적인 정서는 아직 서로를 잘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탈당한) 책임자들이 석고대죄하는 정치적 제스처가 있어야 그나마 보수의 화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사실상 백기투항까지 요구했다.
◆ 바른정당, 당분간 ‘자강론’ 힘 실을 듯
이 같은 한국당의 일방적 압박에 바른정당에서도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격하게 반발하며 단호히 일축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유 의원은 4일 홍 지사와의 대선후보 단일화에 대해 “우리가 바른정당을 시작한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 있을 수 없다”면서 “자유한국당은 전혀 변한 게 없고, 홍 후보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기존의 반대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유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조직위원장 임명식에서도 “한국당에서 뽑은 후보나 저 왼쪽에 있는 민주당, 국민의당 모두 문제가 많다”며 어느 정당과 대선 연대에 나서기보다 일단 자강론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홍 지사와 전화통화까지 했다는 주호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경기 하남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윤완채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현장회의에서 홍 후보를 향해 “옛말에 대장부가 뜻을 품고 집을 나오면 뜻을 이루기 전엔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 말이 있다”며 “우리 바른정당 구성원들은 모두 그런 각오를 갖고 있다. (홍 지사가)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날 홍 지사와의 전화통화 사실을 공개한 가운데 “바른정당이 지금까지 보수 재건과 개혁을 위해 한 일에 대해서 평가하고 인정해야 한다. 우선 (자유한국당) 안방부터 청소하라고 했고, (우리더러) 들어오라 이런 소리는 맞지 않다”면서도 한국당과의 대선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까 여러 가지 상황변화를 봐야 할 것”이라고 다소 여운을 남기는 듯한 발언까지 내놨던 주 원내대표가 이 정도로 선을 그은 데에는 홍 지사를 대선후보로 선출한 뒤에도 친박계가 오히려 한층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란 점을 십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친박 인사들은 저마다 홍 지사에 힘을 보태겠다며 의외로 적극 협조에 나설 뜻을 보이고 있는데, 친박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4일 오후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직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친박, 비박 이런 게 어딨나. 당이 하나가 돼서 좌파 포퓰리즘 세력 집권을 막는 게 급선무”라며 “보수 적자 후보인 홍 후보의 당선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밖에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 역시 같은 날 SNS에 바른정당을 겨냥 “아비가 감옥 갔다고 집 나가서 쌈박질하는 자식들과 아비의 죄를 대신 반성하며 합심해 열심히 공부하는 자식들 중 어떤 자식들을 원하냐. 말하나마나 후자”라고 비판하면서 “여론조사 추이나 당세를 놓고 보더라도 홍 후보가 ‘보수적통 후보’임에는 누가 봐도 이견이 없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홍 지사도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내 경북 선대위원장에 김광림 의원과 백승주 의원을, 경북 총괄선대본부장에는 이만희 의원을 임명하고, 대구 선대위원장에는 김문수 전 비대위원과 윤재옥 의원, 대구 총괄선대본부장에는 김상훈 의원을 선임하는 등 대체로 친박계 의원들을 대거 전진 배치해 이들의 호응에 화답했다.
이처럼 바른정당이 요구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로 한국당 내 친박계가 속속 전면에 재등장할 조짐까지 보이자 바른정당은 유 의원 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 보수 단일화나 한국당과의 연대 에는 잠정 중단하는 모습인데, 김무성 선대위원장도 이날 “홍 후보가 여러 말을 하고 있는데 바른정당은 창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현재로선 양측의 재결합 가능성은 거의 물 건너갔다는 관측까지 적잖이 나오고 있다.
김민규 기자
sisafocus01@sisafoc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