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설량 306리터 달해… 방사선 유출은 없어

▲ 고리원전 4호기 원자로의 냉각재가 과다하게 누설돼 원전 운영사가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현 기자] 고리원전 4호기 원자로의 냉각재가 과다하게 누설돼 원전 운영사가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는 28일 오전 5시 11분경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4호기의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고리원자력본부는 “고리 4호기의 원자로 건물 내부 바닥에 냉각수 과다 유입으로 수집조(저장탱크) 수위가 올라가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날 0시 20분경부터 출력을 감소시켜 발전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누설된 냉각수 총량은 약 306리터로 파악됐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원전 내외에 설치된 방사선계측기 지시값을 분석한 결과 방사선 유출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원전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며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부산 기장군과 인접한 울산을 포함해 무려 원전 7기가 밀집해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전면적인 안전 점검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빈번한 안전사고로 불안감 증폭
이번 원자로 냉각재 누설이 발생한 고리원전 4호기는 가압경수로형 95만㎾급에 해당되며, 운행한 지 30년이 넘은 기종이다. 원전 냉각수 누출 사고는 지난 2008년 6월 고리원전 3호기에서도 발생한 사례가 있어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고리원전 3호기 격납건물 내벽에 설치된 두께 6mm의 철판을 점검한 결과 127곳에서 부식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사고 발생 시 방사선 유출을 막아주는 CLP(라이너 플레이트)가 대량으로 부식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격납고 부식에 따른 방사능 물질 유출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일부 시민단체는 고리 3호기와 같은 방식으로 시공된 4호기의 가동을 중단하라고까지 요구했다.
 
더욱이 27일에는 경북 경주의 월성 원전 4호기에서 핵연료 장전을 위해 연료를 상자에서 검사대로 옮기던 도중 연료 한 다발이 1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연료봉 건전성 및 방사선 영향평가 결과 방사성 영향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원전 4호기에 대한 계획예방정비를 앞당겨 실시할 예정으로 최근 논란이 됐던 격납고 내부 철판 점검도 함께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인이 밝혀지면 대책을 수립,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고리원전 4호기에 대한 계획예방정비를 앞당겨 실시할 예정이며, 최근 논란이 됐던 격납고 내부 철판 점검도 함께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 시설 노후화 심각
최근 원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운동연합은 28일 발생한 고리원전 4호기 원자로의 냉각재 누설을 "원전의 총체적인 노후화 징조"라고 규정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가동 30년이 넘은 경수로 원전과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중수로 원전에서 안전성 문제가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번 고리 4호기에서는 증기발생기 하단의 배수밸브 부위에서 냉각재가 누설된 만큼 밸브 씰, 또는 밸브 자체가 파손됐거나 용접부위 균열로 냉각재 누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백만 개의 부품과 설비로 구성된 원전은 170∼1,700㎞의 배관과 케이블로 이뤄져 노후화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용접부위는 6만5,000곳, 밸브는 3만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철판 부식, 밸브 파손, 용접부위 균열 등 원전 노후화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현재 원자력안전법 체계상 원전의 운영 허가가 설계수명인 40년간 유효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운영 허가를 5년마다 갱신하고 프랑스는 10년마다 전반적인 점검을 거쳐 원전 안전성 수준을 한 단계씩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후화된 원전의 안전성을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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