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호남 현장 투표서 안철수 64.2%로 손학규·박주선 눌러

▲ 최근 지지율 소폭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5, 26일 양일간 진행된 국민의당 호남 경선에서 2연승을 거두며 자강론 전략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판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 밀려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치러진 첫 당내 경선에서 손학규·박주선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압승하며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한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문재인 전 대표와 결별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첫 시험대로 오른 4·13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정계를 놀라게 한 안 전 대표는 그간 중요한 고비마다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 온 바 있다.
 
앞서 자신의 대선 지지율이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당 지지율마저 하락하던 당시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보수정당들과의 대선 연대론이 강하게 제기되자 자칫 자신이 창당한 당에서 팽 당할 위기로까지 몰린 안 전 대표는 돌연 자강론을 내세우면서 당내 연대론 기류를 잠재우고 주도권을 쥐는 데 성공한 점 역시 그의 이 같은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까지 일찌감치 예견했었던 그가 이번 대선을 자신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과의 대결로 규정함에 따라 이번 경선에서의 압승을 발판 삼아 그 자신이 전망한대로 문 전 대표와의 맞대결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安 64.6% 득표하며 ‘연대론’ 내세운 孫·朴 크게 제쳐

 
지난 총선에서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3당 체제를 이뤄내는 데 성공한 국민의당에게 있어 첫 경선 지역인 호남에서의 현장투표는 다른 어느 곳보다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온 데 이어 호남에서의 정당 지지율 역시 민주당이 앞서고 있어 국민의당으로선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당 호남 현장투표에 참여하는 지역 유권자들의 규모는 호남 내 반문정서가 여전한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된다고 할 수 있는데, 25일 열린 광주·전남·제주 6만 2441명, 26일 전북 3만 375명으로 총 9만2816명이 참여하면서 흥행에 성공해 그간 침체되어 있던 당은 다시금 활력을 되찾은 분위기다.
 
‘반문정서’란 부분에 있어선 국민의당 내 세 명의 대선후보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인 만큼 일단 국민의당의 호남 현장투표에 9만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는 건 반문정서의 표적이 되고 있는 문 전 대표로서도 쉽게 간과할 수는 없는 수준인데, 이를 견제하려는지 문 전 대표 측 특보단장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27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충분히 그 정도는 동원 가능한 숫자”라고 폄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견제와 관계없이 안 전 대표는 지난 25일과 26일 전남·북에서 치러진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현장투표에서 총 9만2823표 중 5만 9731표를 얻으며 64.6%의 득표율을 기록해 각각 1만1025표(11.92%)와 2만1707표(23.48%)를 모으는 데 그친 박주선 국회 부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큰 격차로 제쳤다.
 
일단 박 부의장과 손 전 지사 모두 안 전 대표의 압승이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경선 일정은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당의 지지 기반이자 핵심지역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크게 밀렸다는 의미는 사실상 국민의당의 최종 후보가 되는 데 있어서도 이들이 안 전 대표에 비해 한층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유일한 호남 출신 대선후보인 박 부의장과 전남 강진에서 장기간 칩거하며 ‘강진 거사’라는 별명까지 얻은 손 전 지사가 예상보다 부진한 원인에는 우선 유력주자에 집중하는 호남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도 어느 정도 작용했겠으나 결정적으로는 안 전 대표가 두 후보와 달리 보수정당과의 연대론에 그동안 부정적 반응을 비쳐왔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는 호남에서의 정권교체 열망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면서 박근혜 정권 창출에 기여한 보수진영과의 연대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안 전 대표가 주장한 자강론은 한층 힘을 받게 되는 반면 당내 연대론자들의 목소리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安 ‘자강론’ 힘 받으며 ‘연대론’ 이대로 꺼질까
 
다만 안 전 대표 역시 자강론만으로는 지지층 확대에 한계가 있고,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도 분명히 필요하기에 결국 시점의 문제일 뿐 연대 자체를 끝까지 거부할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 박지원 대표는“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며칠 전에 통화해 제가 협력을 구했다. 곧 만나자고 약속했다”며 “우리를 도와달라고 만나려 하는 것”이라고 밝혀 벌써 ‘반문연대’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실제로 안 전 대표가 자강론을 주장하던 당시 호남 출신임에도 당내 호남 의원들의 ‘연대론’ 주장이 아닌 ‘자강론’ 쪽에 힘을 실어줬던 박지원 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며칠 전에 통화해 제가 협력을 구했다. 곧 만나자고 약속했다”며 “우리를 도와달라고 만나려 하는 것”이라고 밝혀 벌써 ‘반문연대’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박 대표는 이 같은 확대해석을 경계한 듯 “반문연대 이런 용어를 쓰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문재인 후보와 일대일 대결로 돼서 정책으로 미래를 승부 보지 어떤 이합집산을 통해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며 “박근혜 추종세력, 실패한 세력들과 지금 현재 합종연횡한다는 건 국민정서를 떠나는 것이고 그런 일은 분명히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와 무관한 자당이 제3지대 등을 통해 보수정당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자체를 거부한 채 연대가 아니라 문 전 대표 당선을 바라지 않는 보수층의 표심만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민주당 후보들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보수후보들에 비해 자당 소속인 안 전 대표가 앞서 있다는 상황에서 나온 자신감에 근거한 태도로 비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보수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박 대표가 접촉하기로 한 인물이 김종인 전 대표라는 데에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미 지난 23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의 조찬 회동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자 “각 당 경선이 끝나 후보가 누가 돼야 하나 협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변한 바 있는데다 앞서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의 김무성 의원과도 회동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것만으로 김 전 대표에 대해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반문 프레임을 앞세우는 국민의당에서 그에게 협력을 요청하기로 했다는 것은 결국 자당이 반문 연대를 주도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게끔 다른 세력 혹은 정당들을 끌어들여 달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어 점차 대선일이 가까워질수록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덜한 일부 보수 세력과의 연대 정도는 어떤 형태로든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선 과거 김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국민의당의 안 전 대표와 서로 독설을 퍼붓던 순탄치 못한 관계였던 점이나 김 전 대표 역시 킹메이커가 아닌 대선후보로 나설 뜻을 피력했다는 점에선 종국엔 안 전 대표와 충돌하지 않겠느냐는 비관론도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문재인, 호남 경선서 60.2% 압승…국민의당, 득 될까
 
이런 가운데 27일 최대 승부처인 호남지역에서 치러진 첫 민주당 순회 경선 결과 문 전 대표가 60.2%를 기록해 압도적으로 승기를 쥐며 호남 내 반문정서에 대한 우려를 털고 대세론을 다시 한 번 입증해냈다.
 
이에 반해 문 전 대표를 맹추격하던 안희정 지사는 호남에서 20%를 얻는 데 그치며 이재명 성남시장에도 0.6% 차로 겨우 2위를 수성하는 수준에 머물러 앞으로 ‘문재인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한층 불투명해졌다.
 
경선 직전 있었던 전두환 표창 논란에도 끝내 문 전 대표가 이 같은 압승을 거두면서 호남 내 반문정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제 어느 정도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만 안 지사를 더 어려운 상대로 내다보던 국민의당 입장에선 이번 결과가 오히려 호재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당 후보 중 안 전 대표가 지난 26일 전북에서의 2차 전국순회경선 합동연설에서 “문재인을 꺾고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오로지 문 전 대표 대항마 이미지를 내세워왔을 만큼 일찌감치 문 전 대표만을 상대로 준비해온데다 박지원 대표는 아예 2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안희정 지사가 됐을 때 거의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희정과 안철수의 대결은 우리로선 훨씬 버겁다. 안 지사가 1등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낸 데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결국 국민의당의 ‘반문 대항마’ 전략이 들어맞기 좋게 이날 민주당 호남 경선 결과는 문 전 대표의 압승으로 끝났는데, 향후 대선 본선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호남을 놓고 맞붙게 된다면 그간 떠돌던 ‘반문정서’의 실체 여부를 증명할 수 있게 될 것인지 그 결과에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