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피로 옷 젖었다고, 살인자도 피해자냐”

▲ 최근 전두환씨의 아내인 이순자씨가 출간한 회고록에서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강변한 것이 파장을 부르고 있다. 5월 단체는 당연히 강력 반발했다. ⓒ 채널A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최근 전두환씨의 아내인 이순자씨가 출간한 회고록에서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강변한 것이 파장을 부르고 있다. 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수많은 사상자에 대한 반성은커녕 치졸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씨는 <당신은 외롭지 않다>는 제목의 719쪽 자서전을 출간했다. 그는 지난 1996년 전씨가 12.12 군사반란, 5.18 광주유혈진압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한 스님에게 5·18 희생자 224명의 영가천도(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기도를 올려달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적었다.
 
“저희 때문에 희생된 분들은 아니지만, 아니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이지만, 그런 명분이 그 큰 슬픔 앞에서 뭐 그리 중요하겠나”
 
이와 관련, 당연히 5월 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5.18 기념재단을 비롯한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대표는 27일 이 씨의 회고록을 언급하며 “자신들은 ‘광주와 무관하다’ 자신들도 '5·18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피해자의 피에 자신의 옷도 젖어 버렸으니, 본인도 살인의 피해자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논리"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전두환 일당이 사면돼 버젓이 활개치고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피해자들과 광주시민들은 두 번 죽임을 당하는 고통을 감내했다"며 ”심지어 5·18이 일어난 지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갖 왜곡에 신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씨 부부를 향해 “살아있는 동안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오직 진실을 제대로 밝히고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며 "역사의 죄인들이 회고록으로 자신의 죄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나아가 “전두환과 이순자는 5·18 희생자와 그 가족, 광주시민, 대한민국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하며 자신들의 죄를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한 뒤, 차기 정부를 향해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발포책임자 규명, 헬기 무차별 총격 등 가해자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