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단일화는 ‘외통수’…文과 지지율 격차상 ‘潘 재등판론’ 솔솔

▲ 대선일이 점차 다가오면서 범보수 단일화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진태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경남지사의 모습(배열은 가나다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일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아직 두 자릿수 지지율조차 이뤄낸 후보가 없어 보수진영이 하나 같이 근심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점차 보수정당 일각에선 후보 단일화에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에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강성 친박인 김진태 의원을 제외한 대다수 후보들이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고 바른정당에서도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일찌감치 범보수 단일화를 주장한 데 이어 최근엔 김무성 의원이 적극 단일화 움직임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보수 후보들만으로는 앞으로 얼마 안 남은 기간 동안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재등판론까지 일부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 실제로 반 전 총장도 당초 24일 예정됐던 미국으로의 출국을 돌연 1~2주간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당-바른정당 ‘범보수 단일화’ 탄력 받나
 
분당 사태 이후 한동안 보수적통 경쟁을 벌이며 완전히 견원지간으로 돌아섰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대선을 앞두고 결국 연대 움직임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범보수 단일화 주장은 당초 한때 출마 여부가 불확실하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제외하면 보수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먼저 제기했었으나 한국당에서 홍준표 지사가 등판한 이후 지지율이 유 의원을 크게 앞서고 바른정당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오히려 한국당 지도부까지 보수 단일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홍 지사는 지난 15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의 회동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 논의한 바 있는데, 그는 당내 친박계 대선후보인 김진태 의원와 설전을 벌이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바른정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홍 지사는 지난 23일 CJB 청주방송국에서 진행된 충청권 후보자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파 진영의 사람들은 대동단결을 해야지 안 그러면 전부 다 망한다. 선거 연대는 해야 옳지 않느냐”며 “내가 지금 바른정당에서 만난 사람이 김 의원만이냐. 주호영 원내대표도 만나고 김성태 의원도 만나고 다 만났다”고 발언한 데 이어 24일 상암MBC에서의 방송4사 토론회 직후에도 “대선 때는 적도 만난다. 바쁜 일 없으면 계속 만날 것”이라고 연일 단일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심지어 홍 지사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나랑 친한지 오래됐고 앞으로 만날 수 있으면 만날 것”이라며 “민주당에도 나랑 친한 사람이 많다”고 강조해 범보수 단일화라는 ‘스몰텐트’를 넘어 ‘빅텐트’ 가능성까지 열어뒀는데, 2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선 “만약 박지원 대표하고 손을 잡게 될 경우 어떻게 보면 영호남 정권이 탄생하니까 대한민국을 위해 참 좋은 것”이라고 좀 더 분명하게 이 같은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서 23일 MBC토론 자리에선 김 의원과의 회동과 관련 “내가 선거 연대를 제안했고 답변이 있었지만 김 의원 입으로 밝히는 게 정답”이라며 연대 여부에 대한 입장을 공개 표명하도록 김 의원을 한층 강하게 압박했다.
 
여기에 발맞춰 당 지도부에서도 점점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데,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민주당 후보들 간 충돌을 꼬집어 “이번에 범보수우파 정권을 재창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우리가 같이 힘을 합친다면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난국을 헤쳐나간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원내대표는 같은 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좀 더 상세하게 단일화 시점과 구상을 밝혔는데, “4월 15일이 대선후보 등록 시작일이다. 여러 변화가 있겠지만 적어도 후보 등록 전까지 지지율, 민심, 정치지형의 변화 등 여러 정치 환경을 고려해 연대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금은 시점이 아니다. 각 당 후보가 선출된 이후 연대가 이뤄져도 되지 않겠나”라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정 원내대표가 같은 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비대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을 겨냥 “과연 (대선후보) 등록은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신을 못 갖는다”라고 날을 세웠던 점에 비쳐본다면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바른정당과의 연대로 급격히 변화하게 됐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어 이 같은 배경엔 보수표 결집 외엔 더 이상의 반등 요인이 없다는 현실적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 데다 단일화하더라도 자당후보가 앞설 것이란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봐도 한국당으로선 단일화 외엔 마땅한 답이 없는 실정인데, 가장 앞선다는 홍 지사조차 지난 2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인해 9.8%로 급등했던 기세가 무색하게 동 조사기관이 23일 발표한 결과에선 9.1%로 소폭 하락했고 24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선 아예 8.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위기감 때문인지 홍 지사 뿐 아니라 다른 대선주자들도 점차 보수 결집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인데, 24일 상암MBC에서 진행된 한국당 후보자 경선 토론에서 김관용 경북지사은 “바른정당이 이념적으로 갈라진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분열된 것”이라며 “다 만나 통합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천명했고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비록 “(바른정당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나로 뭉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도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좌파후보와 양강 구도를 만든 다음 보수민심 변화를 통해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 ‘지지율 답보’ 바른정당, 반기문 재등판에 기대?
 
▲ 대선판을 뒤흔들 최후의 변수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재등판 여부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의 비밀 회동 이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반해 바른정당으로선 거꾸로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당과 달리 외형상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인데, 자당 대선후보들이 홍 지사 지지율에도 못 미치게 된 현 시점에서 단일화를 이뤄봐야 사실상 단일화 과정에서 바른정당의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 세력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한국당과의 연대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오던 김무성 의원은 근래 자강론으로 다시금 선회한 국민의당 때문에 부득불 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게 됐지만 스스로 이를 공표하기엔 궁색한 상황이 됐고, 앞서 자신의 대선 지지율을 앞세워 범보수 단일화에 힘을 실어온 유 의원도 이를 뛰어넘은 홍 지사의 등장 이후 속도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 의원의 경우 24일 ‘바른정당 부산시당 대선공약 토론회’에서 당 안팎의 보수후보 단일화 논란에 대해 “후보정해지기 전엔 말하면 안 된다. 일체 말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고, 유 의원은 홍 지사가 ‘일차적으로 우파들이 뭉쳐야 한다’고 발언한 지난 19일 대구시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홍 지사가 탄핵 결정에 반대하는 뉘앙스가 있는데 탄핵결정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며 만약 홍 지사가 한국당 대권주자로 선출되더라도 같이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지난 23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보수후보 단일화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강성 친박에 대한 출당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이런 (단일화) 얘기하는 것 자체가 바른정당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사실 (한국당이 친박 청산) 이걸 못해서 우리가 탈당한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에 당 지도부인 주호영 원내대표까지 23일 TV조선 ‘전원책의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보수 단일화와 관련 “가능은 하지만 곡절이 많을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 했을 때 승리 가능성이 높을수록 단일화 압력은 커지겠지만 단일화해도 소용없다면 어렵지 않겠느냐”고 일견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 일각에선 한국당과의 보수 단일화에 앞서 자당의 대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도 물밑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김무성 의원이 지난 19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비공개로 만나 미국으로의 출국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고, 당초 24일 출국 예정이던 반 전 총장은 이날 돌연 1~2주 정도 출국일을 연기했다.
 
반 전 총장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한 듯 짐 정리 등 실무적 차원에서 연기하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반 전 총장이 지금이라도 재등판하게 될 경우 친박과 비박을 막론하고 보수대결집을 이뤄낼 가능성이 어느 보수후보보다도 가장 높기에 이 같은 갑작스런 연기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최대 2주 뒤 출국하게 된다면 사실상 대선후보 등록일인 오는 15일을 며칠 앞두고 떠나게 되는 셈이어서 이는 보수진영을 향해 경선 없이 자신을 범보수 단일후보로 추대해달라는 신호로도 풀이되고 있다.
 
만에 하나 반 전 총장이 재등판하게 된다면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측에서도 거부감이 없는데다 한때 문 전 대표를 앞섰던 유력후보였던 만큼 현재 위기에 몰려 있는 보수정당들에게 있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기에 ‘문재인 대세론’으로 일관되어온 대선판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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