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추진 동력 떨어진 듯…김종인도 ‘잠잠’

▲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론이 당사자들 간 동상이몽 속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합의했던 ‘대선과 동시 개헌’이 여러 난관에 직면하며 어려움을 맞이하자 이른바 개헌을 고리로 한 대선 연대 역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오리무중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 바른정당, 자유한국당과 연대 수순 밟을까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는 지적 속에 결국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대선 동시 개헌’ 방안으로 한 발 물러났음에도 이 역시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22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에서 스무 분 이상 참여하지 않으면 (개헌 발의 선인) 150명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5월 9일 대선 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한다는 안은 많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개헌특위 국민의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특위는 다수가 동의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단일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6월 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국민의당 내에서 박지원 대표나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 등이 개헌파와 달리 자강론 쪽에 일단 무게를 두자 나오게 된 대안인데, 국민의당 내 기류 변화로 일주일여 만에 3당 합의가 물거품이 되면서 개헌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온 대로 대선 이후로나 미뤄지게 되어 버렸다.
 
민주당 후보들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안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 이후 변화될 표심 이동을 노리고 아직 연대보다는 자강론 쪽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에 따라 아직 한 자릿수의 대선후보 지지율을 기록 중인 보수진영에서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적극 제3지대 결성을 위해 움직여온 바른정당의 김무성 의원은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홍준표 지사와 회동해 보수 단일화를 논의한 데 이어 19일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까지 비공개로 만나 출국 연기를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홍 지사는 22일 한국당의 부산·울산·경남 비전대회에 참석한 뒤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5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만나 후보는 단일화 하는 게 옳겠다. 그 다음 대선 후 집권을 해 당을 통합하자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특히 홍 지사는 “대선 전 당을 합치기는 시간상 어려워 후보를 단일화하자고 말씀드렸고 김무성 의원은 거기에 가타부타 (답을) 안 했다”면서도 “(암묵적으로라도 동의 여부를 표했는지에 대해선) 그걸 내가 얘기하면 그 당내에 문제가 생긴다”고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겼다.
 
홍 지사는 친박계 대선후보인 김진태 의원과 달리 이미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나 연대에 대해 여러 차례 가능성을 열어놓는 모습을 보여 온 만큼 그간 한국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이던 김 의원조차 국민의당이 변심한 상황에서 부득불 홍 지사와 접촉을 시도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홍 지사가 이 자리에서 당대당 통합 이야기까지 꺼냈다는 점에서 대선 이후 보수정당의 재통합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홍 지사와의 회동 며칠 뒤 김 의원이 반 전 총장을 찾아간 건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조차 김 의원의 출국 연기 요청을 사실상 거절하며 범보수진영의 구원투수로 재등판할 가능성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여전히 지지율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바른정당의 속내는 한층 복잡해지고 있는데, 그간 한국당과의 연대에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해오던 김 의원마저 한국당 측과 접촉했다는 점에서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주장해온 대로 범보수 단일화 쪽에 힘이 실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된다면 ‘빅텐트’는 아니더라도 보수진영의 재결합이라는 ‘스몰텐트’는 칠 수 있게 되겠지만 바른정당으로선 당초의 탈당 명분이 궁색해져 버리게 되는데다 만에 하나 두 당이 통합될 경우 이들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것이 불가피해진다는 점에서 결단을 내리는 데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길 잃은 반문연대, ‘안희정 캠프’가 대안 되나
 
▲ 더불어민주당 강훈식·박용진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 도지사 캠프에 멘토 단장인 박영선 의원과 함께 합류선언을 하고 있다. 강 의원은 공동 대변인을 맡고, 박 의원은 전략기획실장을 맡는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표면상 3당의 연대가 깨지게 된 데엔 국민의당의 입장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당 탈당까지 감행하며 제3지대 결성에 적극적이던 김종인 전 대표조차 지난 18일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았다.
 
지난 16일 자신이 준비했던 ‘국난극복과 개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가 대선주자들의 저조한 참석률로 연기된 이후 김 전 대표는 18일 부산 해운정사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빅텐트란 얘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 사람들인데 그게 금방 쉽게 될 일인가”라며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빅텐트’에 비관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실상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전망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닌데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영입했던 국민의당에선 이후 경선 룰 논의 과정에서 안 전 대표와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이 이어지며 불협화음을 겪은 적이 있어 만일 3당에서 각자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가 나올지라도 이들이 제3지대에서의 통합 경선 시 그 룰을 놓고 충돌할 수 있기에 조기 대선을 앞둔 촉박한 일정을 감안한다면 빅텐트가 성사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아울러 김 전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민주당 내 김종인계 의원 일부가 추가 탈당을 감행할 것인지 여부도 제3지대가 힘을 받게 될 여러 변수 중 하나로 꼽혔으나 결과적으로 김종인계 의원들이 탈당은커녕 안희정 캠프 쪽에 합류하는 쪽으로 ‘비문연대’를 형성하면서 사실상 민주당 밖에서 이뤄질 ‘반문연대’는 힘을 잃게 됐다.
 
앞서 지난 13일 김종인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을 지낸 충청권 출신의 4선 중진 변재일 의원이 안 지사 캠프에 정책단장으로 합류한 데 이어 하루 뒤엔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용진 의원이 안 지사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김종인 체제’ 당시 당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던 이철희 의원의 경우 이미 안 지사 캠프의 총괄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김 전 대표와 가까운 4선 중진의 박영선 의원은 물론 강훈식, 기동민, 어기구 등 비문계 초선 의원들에 이르기까지 김 전 대표를 따라 나서는 게 아니라 당내에서 안 지사 쪽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문 전 대표에 맞서면서 홀로 당을 나섰던 김 전 의원만 손 놓은 채 ‘지붕만 쳐다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으로 비화되어 버린 양상인데, 여전히 지지율 격차는 적지 않지만 안 지사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문 전 대표를 추격하고 있어 적어도 민주당 경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당 밖에서의 반문연대 움직임이 일어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된다.
 
일단 민주당은 22일부터 전국동시투표소 투표를 시작하며 경선 일정에 본격 돌입했는데 결선투표가 없다면 내달 3일, 결선 투표를 거치게 될 경우 내달 8일에 대선후보가 최종 확정되는 만큼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은 여기서 안 지사가 아닌 문 전 대표로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어야만 그나마 반문연대의 군불을 지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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