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저래도 법적 소송 불가피

▲ 산업은행을 중심한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금호타이어를 두고 산업은행과 박삼구 아시아나그룹회장의 다툼이 소송전으로 치닫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산업은행을 중심한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 여론이 채권단이 우호적이 않아 컨소시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악화된 지역 민심에 기름을 얹을 수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다는 게 채권단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원칙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 전해지면서 금호타이어 사업장이 있는 전남 광주 민심이 들끓고 있다.

◆산은의 오락가락 행보에 문제 자초
22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따르면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한 국내외 여론 때문에 마지막에 원칙을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박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여부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산업은행은 22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에 서면 부의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측의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우선매수청구권은 박삼구 회장 개인 자격으로 보유하고 있어 개인 자격으로 인수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마지막에 원칙을 바꿔 컨소시엄을 허용할 경우 이에 대한 후폭풍도 감내해야 한다. 경제시장논리보다 여론에 밀려 허용했다는 비난 감수와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가 이를 문제 삼아 법정 소송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산업은행의 딜레마는 금호타이어 오락가락 행보에 빚어졌다. 금호그룹이 낸 입장자료에는 산업은행이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면 주주협의회 의결을 거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줄 것처럼 언론에 얘기하는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입찰 참여자에게 컨소시엄 구성 및 그룹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공문을 발송하는 이율배반적 여론전을 펼쳤다는 얘기다.

이어 주주협의회 의결 없이 단독으로 금호타이어 매각 입찰 참여자에게 ‘우선매수권이 박삼구, 박세창 개인에게 있다는 내용의 별도 확약서나 계약서’를 보낸 것도 절차상 하자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라는 주장이다.

◆광주민심에 정치권까지 가세에 산은 ‘몰매’
산업은행이 더욱 궁지에 몰린 것은 정치권이 가세했다는 점이다. 국민의당 조연호 대변인은 21일 국회 브리핑에서 “현 경제당국이 금호타이어의 매각절차에 있어서도 외국자본에 유리한 특혜를 주는 것은 부당한 시장개입”이라며 “정부는 구조조정과 매각절차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제고를 통해 스스로 불신과 의혹을 자초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후보들이 박 회장측에 손을 들어주며 중국기업에 금호타이어가 넘어가면 안된다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후보들이 박 회장측에 손을 들어주며 중국기업에 금호타이어가 넘어가면 안된다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금방 끝날 것 같은 매각 작업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산업은행은 최대한 여론을 살피면서 향후 있을 소송 전에 대비한 법적 검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민심을 등에 업고 정치권이 나선 마당에 산업은행이 컨소시엄을 불허하기에는 치명상이 크다. 금호타이어는 대표적인 호남기업으로 컨소시엄 허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광주 전남지역에 알려지면서 민심이 격해지고 있다.

광주지역 경제계는 금호타이어 매각을 단순히 자본논리로 풀어서는 안된다고 채권단을 비판해왔다. 광주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무책임한 탁상공론이 결국 지역 경제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며 “지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권단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산업은행은 자동차 핵심기술 중국 유출과 대량해고를 낳은 2009년 쌍용차사태 잊었나”라며 “금호타이어 매각자금으로 대우조선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지역에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노조 역시 중국기업에 넘어가는 것보단 박 회장측이 인수를 내심 바라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금호타이어지회 관계자는 “노조는 어느 쪽이 인수하든 간에 고용 보장이 약속된다면 상관없다”며 “기술유출 및 지역민심을 고려할 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소송 불가피
산업은행이 여론전에 밀려 컨소시엄을 허용할 경우 더블스타와의 법적 소송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허용 안 된다는 전제하에 더블스타가 입찰에 들어왔는데 이제 와서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블스타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30일 이내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더블스타는 42.01%의 지분 비율로 금호타이어의 최대 주주가 된다”며 “금호타이어 인수 후 현재 금호타이어 임직원에 대해 고용을 승계 및 유지하며,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 제고 및 지속성장을 위해 지역인재를 더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채권단과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민심과 정치권, 더블스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산업은행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법적 소송으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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