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측 “표창이 자랑? 안보 콤플렉스”...“애국심에 기초한 본래 취지 존중”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토론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토론회에서 나온 말 한마디에 각 후보의 캠프 등에서 반발하고, 극성 지지자까지 가세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문 전 대표는 5차 토론회에서 “나중에 제1공수 여단의 여단장이 아까 말씀하셨던 전두환 장군, 그때 그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KBS 화면캡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토론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토론회에서 나온 말 한마디에 각 후보의 캠프 등에서 반발하고, 극성 지지자까지 가세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19일 오전 9시부터 90분 간 진행된 KBS ‘생방송 일요토론’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군 시절 당시 여단장이었던 전두환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사실이 논란으로 번졌다.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는 '내 인생의 한 장면'을 소개하면서 특전사 공수부대 복무 시절의 사진을 공개했다.
 
 
◆문재인 “전두환 표창 받아”...안희정 측 “자랑해서 안 될 일, 광주와 호남에 사과하라”
문 전 대표는 “공수부대 때 제 주특기는 폭파 병이었습니다. 그래서 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 막다가 총 맞은 참군인 표상이 됐던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최우수 표창을 받기도 했고요. 나중에 제1공수 여단의 여단장이 아까 말씀하셨던 전두환 장군, 그때 그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의 국가관, 안보관, 애국심은 대부분 이때 형성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우리가 확실한 안보태세를 갖춰야만 남북관계가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토론회 당시에는 최성 고양시장이 “전두환 장군 표창은 버려야지 왜 갖고 계시냐”고 웃으며 비꼬는 정도로 넘어갔다.
 
하지만 토론회 직후 안희정 충남지사 측의 박수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후보는 공수부대 시절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자랑하듯 밝혔다”면서 “모 후보의 말처럼 그런 표창장은 버리는 게 맞다.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것은 아닌 지 의심된다”고 비꼬았다.
 
박 대변인은 “문 후보 캠프는 ‘가짜 뉴스 사례집’을 배포하며 전두환 표창장이 마치 가짜 뉴스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후보는 표창 받았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후보 캠프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과거의 일일지라도 결코 자랑스럽지 않고, 자랑해서도 안 되는 일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며 “문 후보는 경솔한 발언에 대해 광주와 호남 민중들에게 먼저 사과하기 바란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대변인 논평에서 “적폐세력과의 대연정에서 ‘전두환 표창’ 발언까지 두 후보가 보여준 철학과 원칙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호남 경선을 목전에 두고 이제라도 촛불시민의 염원과 당의 정체성에 맞는 입장을 천명하고 이에 맞는 행보를 하라”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함께 비판하면서 문 전 대표에게는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전두환 표창’을 폐기하고 20일 광주 금남로의 땅을 밟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 권혁기 부대변인은 “사병으로서 군 생활을 잘해 부대장 표창 받은 걸 문제 삼는 우리 정치권의 낮은 수준을 개탄한다”며 “박근혜 정권에서 군 복무 하면서 대통령 표창 받은 군인들은 모두 ‘친박’이라는 논리와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은 문재인 전 대표가 토론회에서 공개한 특전단 시절 사진.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공보팀
◆국민의당 가세 “전두환 표창 흔들어 ‘애국보수’ 코스프레” “호남능멸”
공세는 안 지사 측에서 계속 이어 갔다. 안희정 캠프의 의원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은 19일 오후 광주 토크콘서트에서 “광주와 호남인들의 억울함과 한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인가”라며 “자랑하는 듯 이야기를 해 좀 놀랐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19일 오후 논평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65세까지 평생에 가장 의미 깊은 일이 ‘전두환 장군님에게 표창받은 일이며 국가관, 안보관, 애국심이 이때 형성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면서 “그야말로 '태극기집회’에서나 나올 법한 망언”이라고 규정했다.
 
김경진 대변인은 “전두환 표창장이라도 흔들어서 ‘애국보수’ 코스프레라도 할 생각인가 본데, 그렇다고 안보무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문 전 대표는 오늘 야권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금기를 어겼다. 즉각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학규 전 대표 측 김유정 대변인도 입장문에서 “전두환 표창장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것이라면 광주에 가서 그리 해보시라”며 “말로만 호남사랑이 얼마나 허망한 말장난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슬픈 단면”이라고 비꼬았다.
 
김유정 대변인은 “그러고도 호남에 또 지지를 호소할 것인지, 이제 또 무슨 변명으로 호남을 능멸할 것인지 개탄스럽다”며 “광주와 호남에 사죄하고 자중자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진압 표창아니다...75년 12월에 표창 받아, 5.18 때는 집시법으로 구속”
문재인 전 대표측도 가만있지 않았다. 더구나 토론회 발언과 캠프에서 취한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을 뒤섞어 비판하는 것에 발끈했다. 문재인 후보 측 권혁기 부대변인은 입장문에서 “문 후보는 누구보다 국방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를 왜곡하는 행태가 참으로 한심스럽다”면서 “국민의당과 우리당 일부 후보 진영은 무분별한 음해를 즉각 중단하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권혁기 부대변인은 “사병으로서 군 생활을 잘해 부대장 표창 받은 걸 문제 삼는 우리 정치권의 낮은 수준을 개탄한다”며 “박근혜 정권에서 군 복무 하면서 대통령 표창 받은 군인들은 모두 ‘친박’이라는 논리와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권 부대변인은 “아무리 경쟁을 한다고 하지만 최소한 넘어선 안 되는 선이 있다”며 “침소봉대와 음해로 호남 정서를 왜곡할 경우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권 부대변인은 “문 후보는 군 입대 직후인 1975년 12월 특수전 훈련을 마칠 때 정병주 특전사령관에게서 폭파 과정 최우수 표창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 자대로 배치된 후 전두환 제1공수여단장으로부터 화생방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며 “올해 1월경 SNS상에서 일부 인사의 트윗글이 문 후보가 마치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관련해 전두환에게 표창장을 받은 것처럼 돼 있어 더문캠 법률자문단의 검토를 거쳐 사실관계를 왜곡해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해 가짜뉴스로 분류했다”고 사실관계를 설명했다.
 
 
▲ 안희정 캠프에 합류한 박용진 의원도 “밖에서 볼 때 안희정 캠프가 너무 선한 캠프다. 그러니까 오늘 후보가 경쟁 후보의 위기가 자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음에도 애국심에 기반한 말씀일 것이라고 하는 중후한 평가를 했다”며 “실수한 상대로부터 이득을 취하지 않겠다고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 고경수 기자
◆문재인 측 인사들 ‘동지의 태도’ 지적 대반격...안철수, 남경필도 문재인 두둔
문재인 측 지지 인사들도 가만있지 않고 20일 반격에 나서 ‘동지의 태도’에 대해 비판을 가했고, 이는 네티즌에게로 이어져 문자폭탄이 다시금 등장하게 됐다.
 
더문캠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수십 년간 김대중, 노무현을 이어오면서 퍼부어지던 저주가 오로지 문재인만을 향하고 있다”며 “문재인이 그렇게 온 몸으로 저들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동안 안희정, 이재명은 별로 시달리는 것 없이 편하게 대선 주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지자의 글을 인용해 비판했다. 그는 “그걸(문 전 대표 혼자 막아내는 것을) 알고 있다면 ‘광주 호남 민중에게 사과하라’느니 ‘표창장 버리고 금남로를 밟으라’느니 하는 소리는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보단장인 김태년 의원도 “내가 아는 안희정이 아니다. 너무나 어색한 옷을 입은 동지이자 친구를 보는 것 같다”며 “민주화 운동의 선배이자 동지이며, 노무현 대통령도 같이 모셨던 분에게 사실관계가 명확한 것을 두고 억지 흠집을 낼 일도 아니지 않느냐. 저로서는 무척이나 지금 이 순간이 불편하기만 하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인 전병헌 전 의원은 “비판도 상식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법”이라며 “전두환이 4년 뒤 쿠데타 수괴가 될 줄 사병이 어떻게 알았느냐. 상식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선후관계를 분명히 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문재인의 언어는 그토록 이해 못하면서 박근혜의 자유한국당과는 어떻게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느냐”며 “본인은 이명박이 좋은 대통령이라 표창장을 받았느냐. 이명박한테 받았으면 고통스러워해야지 왜 웃고 있느냐”고 비꼬았다.
 
진성준 전 의원도 “문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등 색깔론자들로부터 자신의 안보관을 의심받는 게 너무나 억울해서 그 발언을 했을 것이다. 군 생활 잘 해서 표창까지 받았으니, 그런 의심일랑 거두라는 뜻”이라며 “그걸 너무도 잘 아시는 분들이 그래 ‘전두환한테 표창 받은 걸 자랑하냐’고 공격하느냐. 더구나 ‘광주와 호남 민중들께 사과하라'며 지역감정까지 부추기느냐”라고 질타했다.
 
여기에 남경필 경기지사는 “군생활 중 표창받은 걸 비판하면 안된다”라는 입장을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군생활을 열심히 한 걸 말한 것”이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안희정 캠프 측 인사에 문자폭탄...과열양상 속, 후보 간 자정기능 작동
안 지사 측에 대한 문자폭탄도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캠프 박수현 대변인은 “문 전 대표가 전두환 장군에게 표창받은 자체를 자랑한 게 아니란 걸 왜 모르겠느냐”며 “문자 폭탄 보내는 분들께 묻겠다. ‘안희정에게 분노가 없다’고 짓이겨 대는 님(문 전 대표 지지자들)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인내해 왔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국면으로 들어 갔다.
 
안희정 지사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애국심에 기초한 문 전 대표의 말씀 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래 취지에 대해 진심으로 존중한다”며 “그러한(문 전 대표의) 말씀에 대해서 조금 황당해 하거나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하는 당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양측 지지자들 사이의 문제를 간접 비판하면서도 수위를 낮췄고 박영선 의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안희정 캠프에 합류한 박용진 의원도 “밖에서 볼 때 안희정 캠프가 너무 선한 캠프다. 그러니까 오늘 후보가 경쟁 후보의 위기가 자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음에도 애국심에 기반한 말씀일 것이라고 하는 중후한 평가를 했다”며 “실수한 상대로부터 이득을 취하지 않겠다고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순회경선지역인 호남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대선후보들의 신경전이 날카롭게 벌어졌지만,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다. 동지적 관계를 강조하며 예의를 지키는 토론태도를 요구하던 안희정 지사가 과도한 비판으로 ‘태도’문제에 문제가 발생한 5차 토론회와 그 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과열양상과 비례해 자체정화 과정도 갖춰가고 있는 듯하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