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회
‘블랙리스트’ 예술인들, 작품 들고 조선일보 간 이유는?넉달 보름 만에 해단한 광화문 캠핑촌 “각자의 공간서 싸움 멈추지 않겠다”
고승은 기자  |  sisafocus05@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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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0  19:55:48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해 11월초, 문화예술인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캠핑촌을 꾸리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20일 해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해 11월초, 문화예술인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캠핑촌을 꾸리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른바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이다. 예술인들은 ‘블랙텐트’를 세우고, 저녁 시간 때마다 각종 공연을 선보였다. 또 캠핑촌에는 예술인들이 만든 각종 작품들로 하나씩 공간이 채워져갔다.
 
이 광화문 캠핑촌에는 해고노동자들, 손배가압류 피해자들로 구성된 이른바 ‘노동 블랙리스트’ 피해자들도 입주해 추운 겨울 농성을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파면됨에 따라, 이들의 1차 목표는 달성했다. 이들은 일단 광화문 캠핑촌은 해단키로 결정했다.
 
광화문캠핑촌 일동은 20일 오후 1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섯 달,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다섯달이 흘렀다”라며 “블랙리스트 주범 조윤선과 김기춘이 구속됐고, 노동자를 탄압하고 권력실세의 뒷배를 봐주던 삼성재벌 이재용이 감옥에 갇혔다. 무엇보다 이 모든 사태의 총책임자 박근혜의 시대가 끝났다”라며 지난 5개월을 소회했다.
 
이들은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이라는 비상공동체에도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식하며 총회를 통해 해산을 결정했다”면서 “오는 25일 142일의 노숙여정을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박근혜 구속과 적폐 청산이라는 남은 과제를 직시하며 각자의 공간에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탄압이 활개치는 세상, 비정규직으로 삶을 저당잡혀야 하는 세상, 차별과 배제가 만연한 세상과 맞서 싸우는 것이 광장의 정신임을 되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짓밟힐수록 불꽃이 일어났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넉달 반 전에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끌어내리자라는 명제를 걸었는데, 1차 목표는 달성됐다. 이렇게 문화예술인들이 싸워서 한 정권의 반조각 이상을 와르르 무너뜨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극찬하며, “짓밟힐수록 불꽃이 일어나는 불씨는 우리말로 서덜이라고 하는데, 문화예술인들은 서덜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덜이 앞장서서 거짓말 독재 박근혜를 종신형으로 감옥에 넣어야할 뿐만 아니라, 분단 독재의 거짓말 유산들인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 때까지 물러서면 안 된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 문화예술인들은 기존 만들어진 스티로폼 작품에 ‘조선일보’ ‘흉물’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였다. 사진 / 고승은 기자
송경동 시인도 “새로운 민주주의의 행진은 이제 시작이다. 무엇보다 먼저 박근혜 공범 부역자였던 황교안 권한대행과 내각 총사퇴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해야 한다. 사드배치 철회, 국정교과서 폐지, 세월호 특별법 재개정, 백남기 농민 특검 등 지금 당장 해결되어야 할 일들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회에도 박근혜표 정책들을 전면 폐기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것이 작년 겨울부터 지금 봄까지 전국에 수많은 광장을 달구었던 주권자의 명령 이었다. 저희는 얼굴과 당 이름만 바뀌는 정권교체는 바라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윤리와 민주주의 방향이 들어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캠핑촌에 함께했던 이들은 다시 배낭을 맬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가 이윤엽씨는 “촛불집회 20여차례 이어가면서 단 한 번도 폭력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문화예술인들이 촛불시민들의 마음을 잘 담은 예술작품을 만들어서, 폭력을 행사할 틈이 없었던 게 아닌가”라며 “예술인의 힘을 앞으로도 잘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풍물인 하애정씨도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는 사회에서 순수예술, 전통예술, 인문학 다 존재할 수 없지 않나. 그러다간 내가 살아생전 풍물이 없어지겠다는 살 떨리는 위기감을 가지고 광장에 나왔다”라며 “광장에 나오며 굉장히 행복했다. 추위 속에서도 시민들이 3~4시간 앉아 계셨는데 그 분들이 지나갈 때마다 박수쳐주시는 거 보고, 풍물로 싸울 수 있어서 행복하고 촛불에 힘이 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 “조선일보는 흉물도 아닌 괴물”
 
한편, 이날 문화예술인들은 광화문 기자회견을 마친 즉시 예술가들의 작품과 박근혜·이재용·김기춘·조윤선·황교안 등을 상징하는 커다란 모형 인형들을 이끌고 <조선일보> 앞으로 향했다.
   
▲ 이날 문화예술인들은 광화문 기자회견을 마친 즉시 예술가들의 작품과 박근혜·이재용·김기춘·조윤선·황교안 등을 상징하는 커다란 모형 인형들을 이끌고 <조선일보> 앞으로 향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3일 사설 <광화문광장 흉물 천막들 이제 걷어낼때다>를 통해 “촛불 단체들은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70여개 천막도 치우길 바란다. 광화문광장은 거대 천막촌처럼 변해버렸다. 흉물도 이런 흉물이 없다”며 “난민수용소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이 이 무슨 몰골인가”라며 캠핑촌 참가자들을 원색 비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코리아나호텔 앞 조선일보 현판 앞에서 ‘조선일보’ ‘흉물’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인 스티로폼 작품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에 공식 사죄를 촉구했다. 부숴진 작품들은 말끔히 종량제 봉투에 넣어 정리했다.
   
▲ 문화예술인들은 코리아나호텔 앞 조선일보 현판 앞에서 ‘조선일보’ ‘흉물’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인 스티로폼 작품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 / 고승은 기자
이 자리에서 한 시민은 발언을 통해 “젊은이들을 일본군의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데 앞장섰던 조선일보가 해방되고 폐간되지 않은 것이 이 땅의 언론 역사와 모든 것들을 거꾸로 가게 만든 원흉이라 본다”며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이라 칭찬하며 권력에 아부했다. 6월 민주항쟁으로 물러났을 때 폐간시켰어야 권력에 빌붙어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탄압하는 이런 언론사들이 이 땅에 발붙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흉물’이 아닌 ‘괴물’이다. 지금 우리가 깨뜨린 조형물은 앞으로 반드시 깨뜨리고 부숴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 이게 조선일보의 미래”라고 목소릴 높였다.
   
▲ 문화예술인들은 퍼포먼스 이후 자리를 말끔히 치우면서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사진 / 고승은 기자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도 “여러분은 위대한 주권자 혁명을 통해 이제 박근혜를 파면시켰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새로운 민주정부를 세우고 잘못하면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목표를 제시하겠다. 2020년 3월 5일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까지 조선일보를 문 닫게 하고 역사의 무덤 속으로 파묻는 운동을 벌이겠다. 같은 해 4월 1일 동아일보도 역시 같은 길로 보내야 한다. 또 중앙일보도 JTBC만 남기고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예술인들은 광화문의 천막들을 흉물이라고 비난한 조선일보를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한편, 문화예술인들은 노숙 142일째인 오는 25일 촛불집회와 함께 해단 문화제를 열고 텐트촌을 철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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