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논란에 채권단은 진퇴양난

▲ 채권단이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에 정치권이 박삼구 회장에 유리한 주장을 펼치면서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을지 현재까진 박 회장의 ‘배수진’ 전략이 먹혀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초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느냐와 지난 13일 더블스타와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매각대금을 박 회장이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였다.

그런데 박삼구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는데 일방적으로 불허했다며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순탄할 것만 같았던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법정 소송전으로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으며, 급기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확전 양상을 띠게 됐다.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간 금호타이어 인수전 공방이 자칫 정치논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기업에 매각되면 예전 중국기업 ‘먹튀’ 논란이 된 쌍용차 전례를 밟을 것이란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는 점과 정치권의 대선주자 후보들이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금호타이어 매각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치권 번진 금호타이어 매각 논란
금호타이어 매각 논란의 쟁점을 살펴보면 중국기업에 매각 반대이유로 기술유출 및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든다. 반면 시장 경제적 논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을 정치논리로 접근하면 매각 중요 원칙이 왜곡될 수 있고, 컨소시엄 허용시 부실 및 특혜 시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어찌됐든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박삼구 회장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 박 회장의 인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 담긴 금호타이어 지회 입장 표명이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점도 박 회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반대로 최근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중국기업에 넘겨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채권단 및 산업은행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최근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중국기업에 넘겨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채권단 및 산업은행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문제는 정치문제로 비화되면서 정치 쟁점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며 “국내 공장의 고용유지가 매각의 조건이 돼야하고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평택에 공장이 있고 3,800명 노동자의 삶을 지켜야 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호남경제도 지켜야 한다”며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채권단을 압박했다.

같은 당 안희정 후보 역시 더블스타의 먹튀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안희정 후보는 “기업 규모와 기술 수준이 금호타이어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점, 현재 노동자의 고용보장이 단 2년에 그치고 있다는 점, 매각을 위한 컨소시엄에 들어온 자금이 대부분 국내에서 조달됐다는 점 등에서 주요 기술을 획득한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매각한다는 이른바 '먹튀' 가능성이 크다”며 채권단을 압박했다. 

야당의 대선주자 후보들이 갑자기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채권단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호남민심 표를 얻는 동시에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의 노골화로 국내 반중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박 회장 역시 이점을 노려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판을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선판도가 정권교체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야당의 대선주자 후보들이 지지율이 높다 보니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박 회장으로선 나쁘지 않은 카드인 셈이다.

◆채권단의 진퇴양난…박삼구 ‘신의 한수’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지난 17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컨소시엄 구성안을 정식으로 논의해달라는 박 회장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지분 기준 75%가 찬성하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박 회장측의 의도대로 인수에 청신호가 켜진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그동안 산업은행은 우선매수청구권이 박 회장과 박세창 사장에게만 한정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제3의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회장측의 압박 공세와 정치권에서의 압박에 채권단은 난처한 상황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일단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요청한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에 대해 이르면 22일 늦어도 이번 주 안에 결론 낸다는 방침이다.

지분 기준 75%가 찬성하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박 회장측의 의도대로 인수에 청신호가 켜진다.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 지분은 우리은행(33.7%) 산업은행(32.2%) KB국민은행(9.9%) 수출입은행(7.5%) 순으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키를 쥐고 있어 이들 중 한곳만 반대해도 컨소시엄 구성은 불가능하게 된다.

채권단은 박 회장측의 압박 공세에 불만이 크다. 채권단은 박 회장의 이같은 전략이 시간끌기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1조원의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데 문제없다던 박 회장이 갑자기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요청한 점, 컨소시엄 허용을 부결할 경우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채권단을 압박해 국면 전환용으로 삼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을 부결할 경우 박 회장측과 본안 소송 등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소송전이 장기화되면 주주협의회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더블스타의 반발이 예상되고 계약이 파기되는 것은 물론 법정소송으로 휘말릴 수 있다.

채권단이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에 정치권이 박 회장에 유리한 주장을 펼치면서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을지 현재까진 박 회장의 ‘배수진’ 전략이 먹혀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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