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 보수층, 결집 못한 채 안희정·안철수 등으로 표심 분산

▲ 탄핵 문제로 보수층 표심이 분열되면서 대선후보 지지에 있어서도 하나로 결집되지 못한 채 홍준표 지사와 안희정 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에게로 분산돼 지리멸렬해버린 실정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탄핵에 찬성했던 보수 유권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야권 후보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다.
 
이처럼 이들이 하나로 결집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버리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 나섰던 유일한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역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보수가 사실상 분열된 데다 그나마 보수 결집을 이끌어낼 법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까지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진영은 정권 창출을 바라보기 어려워졌을 정도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 탄핵 찬성 보수층 어디로 갔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이후 황 대행을 지지하던 보수 표심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경남지사, 더불어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으로 각각 분산되었다.
 
이런 경향은 이들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성인 2025명을 대상으로 사흘간 조사해 20일 발표한 3월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황 대행의 불출마로 가장 큰 수혜를 본 홍 지사는 이를 증명하듯 전주 대비 6.2%P 급상승하며 9.8%를 기록했다.
 
이 뿐 아니라 안 지사도 15.6%의 지지율로 전주 대비 1.5%P 상승했고, 안 전 대표 역시 12%의 지지율을 얻으며 지난주 조사 결과보다 1.8%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혹은 중도보수를 겨냥한 이 후보들이 대체로 상승세를 타게 된 건 보수 표심이 하나로 결집되지 못하고 조금씩 여러 후보들에게 흩어져버리면서 나타나게 된 현상인데, 심지어 지난 18~19일 전국 유권자 2000명을 상대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 유권자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진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문재인·안희정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보수 후보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나마 한국당의 홍 지사가 15.8%라는 두 자릿수 지지율로 두 민주당 후보의 뒤를 이은 3위를 기록하며 이 지역에서 보수후보로서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했지만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5.8%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며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이 곳에서조차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듯 민주당이 보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TK지역에서도 선전하게 된 건 기존 진보진영의 표는 그대로 흡수하면서도 안희정 충남지사를 내세워 중도보수까지 외연을 확장시킴으로써 진보와 보수 유권자를 모두 끌어가는 ‘쌍끌이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보수진영에선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친박 핵심 인사들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아치 친박’ 발언으로 주목받은 홍준표 지사를 앞세우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데,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극우세력의 표심도 당내 친박계 의원들을 통해 끌어들이는 한편 스트롱맨을 자처하며 거침없는 막말로 이목을 끌면서도 친박과는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홍 지사를 통해 탄핵에 찬성한 보수 유권자들까지 흡수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고,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으로 한국당 후보들이 두자릿수 지지율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홍 지사와 친박인 김진태 의원을 사실상 투톱으로 내세우면서 민주당과 유사하게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안으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적어도 바른정당보다 선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바른정당은 표적 지지층을 분명히 설정하고 적극 이슈선점에 나서야 될 시점임에도 단일화 방식을 놓고도 당내 대선후보들조차 의견이 분명하게 엇갈리면서 그나마 가능성을 걸 만한 제3지대 결성에 있어서도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빅텐트론, 거품인가 변수인가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빅텐트론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소위 빅텐트가 결성될 수 있을지 여부는 그간 문 전 대표 대세론을 흔들 수 있을 만한 몇 안 되는 변수였기에 줄곧 주목받아 왔지만 개헌 문제에 있어서도 애당초 국민여론을 기반으로 했다기보다 정치권 내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다보니 각자 셈법에만 분주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를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종인 전 대표조차 오히려 최근 빅텐트론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내비치면서 급격히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탈당까지 감행해 제3지대에 운명을 걸고 배수진을 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 전 대표는 지난 18일 부산 해운정사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나는 빅텐트란 얘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 사람들인데 그게 쉽게 될 일인가. 나는 불가능한다고 본다”고 ‘빅텐트론’에 부정적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어온 ‘대선 전 개헌’ 주장에 대해서도 “3당은 합의해 개헌법안을 발의한다고 하지만 민주당이 흔쾌한 자세를 보이지 않아 대선 전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선 전 개헌에 대해선 아예 선을 긋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안 지사는 집토끼 이탈 가능성을 무릅쓰고 한국당과의 대연정까지 거론하면서 제3지대가 목표로 하는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결집을 이뤄지지 못하도록 흔들어놔 보수진영으로선 판을 뒤집을 마지막 기회가 될 민주당 경선 직후에 현재 흩어져 있는 보수 유권자들을 재결집하지 못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집권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선은 진보진영이 탄핵 찬성으로 강하게 결속된 반면 보수층이 탄핵 찬반 문제로 완전히 분열되면서 일각에선 정권교체를 막기 어렵다는 관측까지 벌써부터 내놓고 있지만 혹 문 전 대표로 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될 경우 이를 기회로 보수진영이 민주당의 쌍끌이 전략을 극복할 보수대결집을 이끌어 낼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어 그 성패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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