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 속 신약 기술수출 계약 해지 이어져

▲ 안국약품이 지난해 실적 하락에 이어 최근 미국 제약사와 체결한 신약 기술수출 계약까지 해지하는 가운데 침체 위기를 맞고 있다. ⓒ안국약품
[시사포커스 / 박현 기자] 안국약품이 지난해 실적 하락에 이어 최근 미국 제약사와 체결한 신약 기술수출 계약까지 해지하는 가운데 침체 위기를 맞고 있다. 어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연초 시무식에서 “올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전반적인 사업 현황이 부진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1월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시도했지만, 4개월만에 오너 경영으로 돌아왔다. 당시 전문경영인과 오너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경영진의 부침 역시 안국약품의 위기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 실적 부진에도 배당 규모는 동일
지난 2015년 매출 2,000억원에 근접했던 안국약품은 지난해 실적이 대폭 하락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17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65.9% 줄어든 44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87.4% 하락한 11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안국약품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판매 대행 계약이 만료되고 웰빙시장 성장폭이 줄어들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국약품에서 연간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던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판권이 지난해 제일약품으로 넘어갔다. 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의 배뇨장애증상개선제 ‘하루날디’와 과민성방광증상치료제 ‘베시케어’ 역시 판권이 보령제약으로 이전됐다. 하루날디와 베시케어는 각각 연간 매출 600억원, 250억원을 기록했던 주력 품목이다.
 
게다가 안국약품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와 동일한 규모의 배당을 실시해 눈총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보통주 1주당 22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창업주 어준선 회장을 비롯해 최대주주인 ‘오너 2세’ 어진 부회장 및 동생인 어광 안국건강대표가 총 13억4,450만원가량을 받았다.
 
▲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 부회장. ⓒ안국약품

◆ 진해거담제 ‘시네츄라’ 라이센싱 계약 해지
안국약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4년 전에 체결한 미국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계약이 최근 해지됐기 때문이다.
 
안국약품이 자체 개발한 천연물 신약 ‘시네츄라’는 지난 2011년 발매된 이후 국내 진해거담제 리딩 품목으로 위상을 다져왔다. 발매 3개월만에 처방액 100억원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에는 28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안국약품의 주력 품목 중 하나다.
 
이러한 국내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안국약품은 지난 2013년 6월 미국 ‘그래비티 바이오(Gravity Bio, Inc)’사와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그래비티 바이오는 시네츄라의 미국, 유럽 등 현지 임상시험과 개발, 등록 및 상용화를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또한, 안국약품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EA) 승인 시 각각 400만 달러와 200만 달러, 모두 6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4,350만 달러의 라이센스 수수료와 별도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안국약품은 최근 미국 그래비티 바이오와 맺었던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의 라이센싱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안국약품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미국 그래비티 바이오가 미국 FDA 및 유럽 EMEA의 승인을 얻지 못하는 등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국약품 측은 “기술수출 계약 체결 후 파트너였던 미국 제약사가 별다른 이유 없이 임상시험을 지연하는 등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안국약품은 기술수출 계약 해지 사유가 미국 그래비티 바이오 측에 있음에도 계약 종료에 따른 별도 조항을 두지 않아 손해배상액은 챙기지 못했다.
 
또한, 안국약품 측은 “앞으로 새로운 라이센싱 파트너사를 물색해 미국 진출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미 계약을 체결한 중동과 중남미 시장에서는 현재 시네츄라의 발매가 완료됐거나 허가와 발매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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