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내년 지방선거가 적절”...박지원 “되면 좋지만 안 될 것”

▲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5월 대통령 선거 당일 개헌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하는데 합의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개헌파가 주도하는 개헌에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동참하기로 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가 공통적 내용”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회동. ⓒ더불어민주당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5월 대통령 선거 당일 개헌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하는데 합의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주승용 국민의당,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대선과 동시 개헌에 뜻을 모았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대선일에 개헌투표 동시 실시 합의
국회 개헌특위 간사인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개헌파가 주도하는 개헌에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동참하기로 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가 공통적 내용”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대선 전 개헌을 희망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추진일정에 대해 김 의원은 “개헌안이 만들어지면 국회 의결을 거쳐서 공고하고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것”이라며 “최소 시간이 40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 15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발의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소위 ‘제3지대 연대론’을 주장하던 세력들이 그 매개가 될 수 있는 개헌추진 일정에 합의한 것인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하고 야야성향의 구분 없이 3당이 연대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지금까지 대선 전 개헌주장은 일정상으로 무리가 있어 찬반이 극명히 나뉘었는데, 주로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진영에서 요구하던 내용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 1당 빼놓고서 개헌이 되느냐...한여름 밤의 꿈”
민주당과 정의당은 즉각, 강력히 반발했다. 3당 주도로 발의야 가능하겠지만, 의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어이없어하면서도 개헌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원내 1당을 빼놓고서 자기들끼리 개헌을 하겠다고 모이면, 개헌이 되느냐”며 “한여름 밤의 꿈같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조그만 법안 하나도 4당이 합의하지 못하면 안 되는 국회에서 3당만의 합의로 개헌과 같은 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냐”며 “우상호 같은 개헌파를 소외시키고 어떻게 개헌을 하겠다는 거냐”고 비꼬았다.
 
그는 “이번 대선 때 개헌을 하면, 개정된 헌법이 이번 대선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며 “이번 대선 때 '분열적 개헌'을 하는 것보다 지방선거를 목표로 4당 합의로 추진하는 게 개헌에 대한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우 원내대표는 “3당이 이번 대선에 하자고, 권력구조 개편에 적용이 안 되는데도 굳이 하겠다고 하니 정략적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도 개헌을 추진하고, 지방선거 때 하겠다고 당론을 정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고 협의를 해오는 게 정상이지, 밀어붙이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갑작스런 합의에 의구심을 표했다.
 
우 원내대표는 “되지도 않을 이번 대선에서의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정략적”이라며 “저도 개헌파인데, 반개헌파라고 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 1당을 빼놓고서 자기들끼리 개헌을 하겠다고 모이면, 개헌이 되느냐”며 “한여름 밤의 꿈같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포기 정당들의 정략적 뒷다리걸기...총리지망생들의 권력야합”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3당의 합의는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3당이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 실시에 합의했다고 한다”면서 “이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라고 개탄했다.

심 대표는 “87년 민주헌법의 가치를 인정함에도 개헌은 필요하다”면서 “헌법은 국민의 삶을 틀 짓는 최고 규범이다. 충분한 공론과정과 국민적 합의를 거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주요 대선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각 당이 대선공약으로 개헌안을 제출하고, 대선 후 국민적 공감 속에 추진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안철수, 유승민 후보는 어디 딴 나라 정당의 대선후보인가? 민주당은 왜 늘 중구난방인가?”라고 추궁했다.

심 대표는 “결국 3당의 오늘 합의는 대선포기 정당들의 정략적 뒷다리걸기”라며 “용꿈을 포기한 총리지망생들의 권력야합 모의”라고 규정했다.
 
심 대표는 “그 점에서 최순실 게이트 덮으려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카드와 다르지 않다며. 개헌을 정치적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3당 야합에 분노를 금할 수 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게다가 이번 대선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대선이다. 한가롭게 콩 구워 먹을 때가 아니다”라며 “나라를 조금이라도 걱정하고, 국민을 생각한다면, 미증유의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곤란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제시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안철수, 한목소리로 반발 “적절한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내년 지방선거 대 개헌투표를 주장해 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국민의 뜻과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제가 오래 전부터 주장한 ‘지방선거에서 개헌’ 추진에 대해서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있다”며 3당 합의에 대해 “민심과 따로 노는 것이자,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헌법은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국민 참여 속에서 국민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돼 결정돼야 한다”며 “정치인이 무슨 권한으로, 정치인 마음대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결정하느냐. 그런 권한을 누가 줬느냐. 국민들의 의견은 물어봤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지금 개헌특위에서 개헌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다음 정부까지 이어지는 것”이라며 “개헌특위 자체의 논의를 넘어서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나 공청회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황 아니냐. 급박하게 대선 전에 개헌을 끝내겠다며 대선 날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하자는 게 국민들의 의사와 동떨어진 게 아니면 무엇이냐”고 거듭 비판했다.
 
▲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개헌에는 반대한다.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가장 적절한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이런 3당 외 정치권의 반발에 합의에 참여한 당 소속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가세했다. 그는 줄곧 제3지대론을 반대해오고 있기도 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개혁 정책공약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파면 결과를 보면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람이 없을 텐데 일부 의원은 공공연히 헌법 불복을 외치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개헌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개헌에는 반대한다.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가장 적절한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현실론자 박지원 “대선이 56일 남았는데 그 전에 가능하겠나?”
여기에 더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현실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대선·개헌 동시투표에 대해 “그렇게 되면 제일 좋지만 저는 어려울 것 같다”며 “문 전 대표도 반대하고 있는데 과연 200석 이상을 현실적으로 확보할 수 있겠느냐”고 전망을 어둡게 봤다.
 
박 대표는 또 “물리적으로 대선이 56일 남았는데 그 전에 가능하겠느냐”며 “국회에서 확정된 개헌안을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확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안이 아닌가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밝혔다.
 
물리적인 시간이나 의결정족수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에도 3당이 대선·개헌 동시투표에 합의한 것은 상징적인 선언으로 그치고 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반발은 물론 국민의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안철수 전 대표가 강역히 반발하는 터에 실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단지 여전히 제3지대론, 빅텐트론, 비문연대론 등으로 불리는 연대를 유지하고 추진하기 위한 상징으로서는 효과가 있겠으나, 이 경우 샌드위치의 입장에 놓이게 될 안철수 전 대표의 반발과 그에 따른 행보가 주목된다. 하지만 그 역시 당장은 단내경선을 통과하는게 우선이다. 룰 협상과정에서 손학규 전 대표 측에 밀린 면이 있어, 승리를 낙관만은 할 수 없는 경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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