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세워진 첫 소녀상, 일본의 집요한 ‘공격’

▲ ‘위안부’ 피해자인 안점순 할머니가 현지시간 8일(현지시각) 독일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 세워진 소녀상을 쓰다듬고 있다. ⓒ 수원시청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유럽 최초로 독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 일본의 철거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압박은 박근혜 정권이 강행한 한일 ‘위안부’ 합의 때문이었다.
 
앞서 독일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이하 독일 소녀상 건립위)는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의 남부 바이에른주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 소녀상을 건립한 바 있다. 해당 소녀상은 ‘독일 평화의 소녀상 수원시민 건립 추진위원회’에서 모금운동을 통해 마련된 3천300만원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9월에도 수원시가 자매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했지만, 독일 일본대사 등이 단교 등을 거론하며 항의해 무산된 바 있어 이번 건립은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고 할 수 있다. 제막식은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에 맞춰 열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14세에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던 안점순 할머니가 참석했다. 안 할머니는 “앞으로는 험한 세상이 없으면 좋겠다”고 고마움의 눈물을 훔쳤다.
 
이에 일본 측은 반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0일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독일 소녀상 설치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상충되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같은 입장을 통해 소녀상 철거를 압박했다.
 
독일 소녀상 건립위 공동추진위원장인 추용남 목사는 지난 13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평화의 소녀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하며 “평화의 소녀상에 ‘순이’라는 이름까지 붙혀서 애정을 표현하던 비르트 이사장이 오늘 일본 대사의 방문 이후 마음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비르트 이사장은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의 대표다.
 
그는 “일본대사는 한일 합의서를 가지고 와서 비르트 이사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했다면, 비르트 이사장은 평화의 소녀상을 공원에 세워둘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하며 “일본의 집요하고 치졸한 압박이 정말로 대단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입장이 없다”고 개탄했다.
 
◆ “우리 정부 태도는 없다”
 
추 목사는 14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여러 가지 방면에서 수십통의 이메일과 정체불명의 전화가 공원의 비르트 이사장에게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그리고 일본 정부가 바이에른주와 레겐스부르크시에 공식 문제를 제기해서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주)토요일엔 일본 총영사가 직접 비르트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월요일 일본 총영사가 직접 비르트 이사장을 만나서 한일 협약서를 내놓고 이미 모든 보상과 배상을 충분히 했다고 설득했다. 그런데 지금 비르트 이사장이 그 설득을 받아들였고 그렇다면 자기네 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이유가 없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하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 독일에 세워진 소녀상은 유럽에선 최초로 세워진 것인데, 일본 측의 철거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압박은 박근혜 정권이 강행한 한일 ‘위안부’ 합의 때문이었다. ⓒ 수원시청
그는 이같은 일본의 압박에도 한국대사관이 전혀 나서지 않고 있는 현실을 거듭 개탄했다. 그는 “한국대사관은 기본적인 입장이 없다. 저희가 한국대사관에 요청할 수 있는 루트도 없다”고 개탄하며 “민간 대 민간의 일인데 왜 일본은 공식 정부 기관이 나서고 있는 거고 모르겠다. 그럼에도 일단 일본 정부는 굉장히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처지인데, 우리 정부 입장은 우리가 이렇게 호소해도 여전히 우리 정부의 태도는 없다”고 질타했다.
 
추 목사는 비르트 이사장을 설득하는 등, 소녀상 철거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시사자키> 제작팀은 “방송직후 추 목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비르트 이사장이 일본 총영사에게 ‘평화의 소녀상을 한일간의 분쟁으로 보지 않고 세계 여성의 평화의 관점에서 보고, 공원에서는 아직 철거할 마음이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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