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요염한 교태, 통하였느냐?

남자보다 더 카리스마 있는 기녀 황진이가 부활한다. 당대 최고 기녀의 요염한 자태와 내면적인 예술혼을 표현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그녀, 거문고· 가야금은 물론 외줄타기까지 익힌 근성 있는 배우 하지원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났다. '과연 누가 황진이 역을 맡을까.' 드라마 '황진이'가 기획될 때부터 떠돌던 방송가의 '화두'였다. 사실 황진이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매력적인 배역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도 아니다. 요염함은 기본이며 춤과 줄타기 등 기예와 시(詩)ㆍ서(書)ㆍ화(畵)에도 능해야 한다. 황진이는 그야말로 재색을 겸비한 최고의 '탤런트'인 셈이다. 이 역에 하지원이 캐스팅됐을 때 사람들은 무릎을 쳤다. "누구보다 하지원이 썩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 그냥 기생이 아냐! 그렇다면 하지원은 자신이 맡은 '황진이'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존의 황진이는 벽계수, 서경덕 등과의 연애에 관한 에피소드로 이뤄진 이미지"라면서 "하지만 황진이는 단순한 기생이 아니라 '자유인'이자 '종합예술인'"이라고 밝혔다. 황진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카리스마가 강한 인물이며, 보여주고 싶고 또 보여줄 게 너무나 많은 인물이라는 것. 하지원의 의욕은 대단했다. "시놉시스는 오래 전에 받았는데 사실 고민이었죠. 솔직히 더 좋은 작품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본 나온 것을 보고 딱 결정했습니다. 대본을 보면 잘못 알려진 내용이 속속 나오니까 소름이 돋으면서 통쾌해요." “황진이를 ‘오늘은 이 남자 품, 내일은 저 남자 품에 안기는 여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나 제가 그리고 싶은 황진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여성, 예술인의 모습입니다.” 종합예술인으로서, 무용, 시조, 음악, 그림에 다재다능한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현재 하지원은 하루 2시간 자는 속에서 촬영과 함께 기생수련에 한창이다. "전작 영화 '형사'를 위해 무술을 배우고 '황진이'를 위해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어요. 한국무용이 훨씬 더 어렵네요"라며 "한쪽 다리에 마비가 올 정도고, 한번 추고 나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특히 춤은 몸으로만이 아닌 가슴으로 호흡하고 춰야하는 것이기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내 카리스마 기대해! 그는 "여배우로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인식될 수 있는 배역을 맡는 게 쉽지 않은 일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황진이에 대한 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욕심이 많이 났다"고 밝혔다. 이런 의욕은 드라마 촬영 과정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는 의상부터 액세서리 하나까지 다 내가 체크하고 있다면서 작가님과 색깔, 디자인 등을 함께 고르면서 '이때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며 내가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의욕은 넘치지만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몸은 무척 힘든 상태다. 이런 고생의 덕인지 하지원은 자신의 얼굴을 세계에 알리는 행운까지 얻어냈다. 하지원은 13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적 영상프로그램 박람회 'MIPCOM 2006'에 자신의 얼굴이 담긴 퓨전사극 '황진이'의 포스터 사진이 걸리면서 세계에 얼굴을 알리게 됐다. 이렇듯 승승장구하는 하지원이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필연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배우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촬영되는 영화 '황진이'에 출연하는 송혜교다. "사실 황진이가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해서 주춤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드라마 '다모'와 영화 '형사 Duelist'도 원작은 같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왔듯이 송혜교의 '황진이'와 하지원의 '황진이'는 분명 달라요. 영화와 드라마가 각각 추구하는 이야기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둘 다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남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기생’이 아닌, 여자들에게 박수 받는 멋진 여성상을 보여줄거라 자신하는 그녀, 황진이가 당대의 자유인이었듯 하지원 그녀의 카리스마가 브라운관을 점령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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