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13일 퇴임식에서 인용한 한비자의 구절이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의미로 이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법치와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퇴임식을 마쳤다.

이 권한대행은 “고3때 10·26을 보면서 수학선생의 꿈을 접고 사회가 올바로 가는 길을 고민하다 법대에 진학했다”는 2011년 법률신문 인터뷰에서 법관이 된 배경을 밝히면서 ‘박근혜 시대’의 마침표를 찍고 그렇게 헌법재판소를 나왔다. 퇴임식에 대한 평가는 간소하며 아름다운 퇴임식이었다는 평이 주를 이루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과 오버랩 된다.

반 전 대통령은 검찰로부터 15일 소환 통보를 받고 21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은 참고인이 아닌 피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전직 국가원수가 아름다운 퇴임식도 치르지 못하고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비운을 맞이하면서 퇴임한 이 권한대행과 비교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청와대를 나와 사저에 도착한 이후 민경욱 전 청와대대변인을 통해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며 탄핵 불복 발언을 시사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 발언으로 비쳐지면서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노림수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사저에는 친박 의원들이 드나들며 향후 검찰조사 대비와 대선정국의 판을 짜려는 속내도 내비친다.

문제는 전직 국가원수의 불복 발언으로 이 권한대행이 탄핵 결정문에서 밝힌 “오늘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랍니다”는 바람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탄기국이 주최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탄핵이 인용되자 언론과 경찰에게 해안 폭력성이 드러나며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불복 발언은 대한민국의 국론분열을 봉합하기는커녕 분열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21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박 전 대통령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불복 발언을 철회하고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 게 전직 국가원수로서의 예의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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