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국민의당 등 경선 룰 문제로 후보 간 ‘파열음’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일부 대선후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선 룰이 원안대로 확정됐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몇몇 정당에서 대선 경선 룰 문제로 불협화음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를 위해 만든 듯한 ‘특례 조항’이 말썽이 되고 있고,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여론조사 반영 여부를 놓고 충돌한 끝에 ‘국민투표 80%, 여론조사 20%’로 간신히 절충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번엔 경선 일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바른정당 역시 경선 일정을 놓고 잡음이 일어나면서 해묵은 김무성계와 유승민계 간 갈등까지 다시 불거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각 당이 조기 대선으로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도 경선 세부 사항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파행만 빚고 있는 실정이다.
 
◆ 자유한국당, ‘특례조항’에 반발…일부 경선 불참 표명도
 
자유한국당이 예비경선을 치르지 않고도 본 경선에 진출할 수 있는 이른바 ‘특례조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당은 15일까지 후보등록을 받은 뒤 17일엔 책임당원 70%, 일반국민 30% 비율로 여론조사를 통한 예비경선을 치르고 여기서 지지율 순으로 상위후보 3명만 선출해 오는 29~30일 양일 간 당원 50%, 일반국민 50%의 여론조사로 본 경선까지 매듭짓고 31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당대회 이틀 전인 29일 이전까지 추가적인 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특례규정을 둔 점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예비경선을 치르지 않아도 본 경선 진출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은 예외규정인 만큼 사실상 특정인의 편의를 봐주는 특혜조항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김광림 한국당 대선경선관리위원장은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과거에도 특례규정은 있었다”며 “특정인을 염두한 것이라기 보다 한국당의 후보에 보다 경쟁력 높은 분을 모시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으나 특례조항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예비경선부터 모두 거쳐야 하는 다른 후보들은 예비후보 기탁금은 물론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될 위험부담까지 피해갈 수 있는 이런 규정에 즉각 반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진 한국당 상임고문 등 3명의 대선후보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는데, 여기서 김 고문은 “우리 3인은 공정한 경선을 기대하며 선거운동에 매진해왔는데 이런 부실하고 불공정한 경선 방식을 접하고 실망과 좌절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경선 참여를 거부한다”고 경선 불참 의사를 피력했다.
 
뒤이어 김 전 지사도 “이제 자유한국당은 비대위 체제를 마감하고 공정한 경선과 예선 승리를 이끌 선거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자신이 이날 비대위원직까지 내던졌을 정도로 비장한 심정임을 강조했다.

또 이 전 최고위원 역시 “새치기 불공정 경선과 100%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한다고 하는, 이 당원 국민 주권주의를 전면으로 위배하는 이 두 가지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고 타협이 불가능한 대원칙”이라며 “이 상황을 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인명진 위원장은 이제 당을 떠나 달라”고 지도부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특례규정에 대해 군소후보들이 격렬하게 반발함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13일 의원총회에서 경선 룰을 원안대로 의결했는데, 정우택 원내대표는 일부 대선주자들이 ‘특례조항’에 반대해 경선 불참까지 시사하고 있는 데 대해 “후보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모든 것을 수렴하고 가기에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며 “출마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반발을 단번에 일축했다.
 
그러자 예비후보 등록마감일 하루 전인 14일 이 전 최고위원과 김 전 지사, 김 상임고문 등 3인은 경선 룰을 끝까지 바꾸지 않으면 예비경선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는데, 문제는 안상수 의원과 김관용 경북지사는 이미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고 또 다른 후보들인 원유철, 조경태, 김진태 의원 역시 예비후보 등록할 예정이어서 당 지도부는 일부 후보들의 반발을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황 대행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18일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예비경선을 치르지 않고 특례조항으로 나올 게 유력한데, 실제로 홍 지사는 이미 지난 13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특례조항’이 황 대행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꼭 황 대행만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저도 특례규정을 활용할 수 있다”며 특례조항에 긍정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예비경선은 결국 지지율 1%도 못 미치는 후보들 간의 ‘도토리 키재기’ 경쟁으로 전락해버리고, 본 경선에 와서야 주요 후보들이 등판할 게 분명해 보이는데 여전히 황 대행이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한 가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국민의당·바른정당도 경선 일정으로 ‘시끌’
 
▲ 국민의당은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좌)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우) 간 경선 일정에 대한 이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비단 한국당 뿐 아니라 다른 정당들 역시 경선 룰 문제로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동안 여론조사 반영 여부를 놓고 후보들 간 첨예한 신경전이 이어졌던 국민의당에선 일단 여론조사 비율을 20%만 반영하는 수준에서 갈등이 봉합될 수 있었지만 이번엔 경선 일정과 투표소 설치 여부 등 세칙을 놓고 충돌이 재발했다.
 
가장 입장차가 큰 부분은 바로 경선 일정인데, 오는 25일부터 시작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민주당 경선 이후인 4월 9일에 후보를 확정하는 편이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반면 안철수 전 대표 측은 향후 대선정국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당 경선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끝내고 다른 당의 선두 후보들을 따라잡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4월 2일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손 전 지사 측에선 당 선관위가 안 전 대표의 주장을 수용해 2일로 확정할 경우 국민의당 최고위원직과 대선기획단장직에서 사퇴하는 것은 물론 손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는데, 안 전 대표 방안대로 내달 2일까지 일주일 동안 경선을 치르면 경선의 확장성이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는 게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손 전 지사 측은 안 전 대표 측이 경선 일정 뿐 아니라 현장투표 횟수도 줄이려고 한다면서 각을 세웠는데, 점차 골이 깊어가는 양측을 중재하고자 13일 당 선관위에선 4월 5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고 순회경선을 7회 실시하자는 절충안을 내놨다.
 
이 같은 타협안에 손 지사는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일자리 정책 공약 발표 뒤 기자들에게 “저는 원래 받아들이지 않고자 했으나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참모들이 당을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냐 해서 따르려 한다”고 수용 의사를 나타냈으나 안 전 대표 측에선 일찌감치 13일 경선캠프 대변인인 이용주 의원을 통해 “5일로 정한 건 당을 위한 것도 아니고 당원을 위한 것도 아니고 지지자를 위한 것도, 본선 승리를 위한 것도 아니다”라며 수용 불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물론 안 전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까지 협상 난항의 책임을 지고 일괄사표를 제출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14일엔 평당원들까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은 4월 2일까지’란 플래카드를 펼친 채 당 선과위에서 제시한 4월 5일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혼란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박지원 대표가 안 전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적극 설득에 나서고 있으나 어느 정도 의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인데, 일단 손 전 지사는 물론 안 전 대표도 후보 등록 마지막날인 14일까지 대선 후보 등록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바른정당에서도 경선 일정 문제로 지난 13일 비공개 의총서 막말까지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초 오는 28일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대선후보를 최종 확정키로 했으나 정운찬 전 총리 등 후보가 추가될 가능성을 의식해 당내 일각에서 경선 일정을 4월 초로 늦추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 지경에 이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김무성계인 김성태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14일 “경선관리위원회에 경선일정을 현실적으로 조정해달라고 공식요청했다. 경선이 원만하게 치러질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경선일정 연기에 나섰지만 당장 유승민 의원 측에선 김 의원이 제3지대 추진이나 남경필 경기지사 등에 힘을 실어왔던 만큼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조정되는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각 당이 경선 문제로 마찰을 빚으면서 대선을 치르려다 대선에 후보를 내는 과정인 경선이란 과정에 발목이 잡히는 ‘목적전치’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이들이 발빠르게 당내 갈등을 풀어내고 안정적으로 대선 국면을 제대로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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