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탈당 전후 광폭 행보 시동…비패권세력 연대 탄생할까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회 대표가 지난 7일 탈당결심을 확실히 밝혀, 시간만 남겨 둔 상황이 됐다. 그는 “탈당 할 거냐고? 그건 할 거예요”라며 “탈당을 비공식적으로 할 수는 없다. 날짜는 제가 알아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소속정당을 전격 탈당하면서 연일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그를 영입했었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 선두주자로서 더 이상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붙잡으려는 시늉조차 내지 않고 있지만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다른 정당들은 서로 김 전 대표와 접촉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는 일단 특정 정당에 들어가진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어 결국 개헌을 고리로 한 비패권세력 간 연대라는 이른바 제3지대를 다시 구상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을 뿐 정작 실체는 없었던 제3지대가 실제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바른정당, 김종인과 접촉에 가장 적극적
 
탈당 이후 김종인 전 대표와의 접촉에 가장 적극 나서고 있는 건 우선 바른정당이다. 그 중에서도 일찌감치 김 전 대표가 독일로 출국하기 전부터 회동하며 개헌 연대에 시동을 걸었던 김무성 의원에 많은 눈길이 쏠리고 있는데, 김 의원은 9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탈당 이후 김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김 전 대표와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과 정치세력화, 조직화한 후에 연대를 모색하지 않겠는가”라며 “현재 대권 주자들을 다 모아서 개헌을 위한 연대 고리를 일차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허언이 아니라는 듯 그는 “김종인 대표와도 몇 번 만났었고, 그런 만남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며 “개헌 세력이 연대해서 단일 후보를 뽑고 이걸 하기 위해 또 역할 분담도 하고 연정을 위한 약속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거듭 “친박패권세력, 친문패권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저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제가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연대의 고리 역할을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역설했다.
 
특히 그는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임을 시사하듯 “일단 개헌이 제일 중요하고 대선 전 개헌을 해야 한다”며 “기왕 개헌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같은 날 정병국 대표와 함께 국회에 있는 대한민국 헌정회를 방문한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내일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제3지대 논의가 본격화 돼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제3지대 군불 떼기’에 들어갔다.
 
▲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고문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에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자당 대선후보들이 김 전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는 데 대해서도 “반문 연대를 하자는 뜻이나 개헌을 같이 추진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조금의 의견 차이는 있겠지만 평소 쭉 해오던 이야기”라고 말할 정도로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바른정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은 9일 김 전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지만 예상외로 김 의원의 기대와 달리 김 전 대표는 연대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얘긴 한 마디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고 유 의원도 “안보 문제와 관련해 김 전 대표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주로 얘기하며 나라 걱정을 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유 의원은 “힘을 합쳐야 되는 그런 때가 오면 협력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여운을 남겼고, 김 전 대표도 회동에서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다할 것”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10일 오찬 회동을 가지기로 김 전 대표와 약속한 또 다른 바른정당의 대선후보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9일 당사에서 가진 정책발표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독일식 연정에 대해 저와 깊은 공유가 있다. 앞으로 양극단을 제외한 중도지역 대연정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분”이라며 “공동 연대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김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를 논의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 김종인이 촉발한 ‘개헌·연정’ 기류에 국민의당도 관심

 
이처럼 바른정당에서 김 전 대표와 제3지대를 적극 논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 제3지대 결성을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축인 국민의당에서도 일부 김 전 대표와의 접촉 움직임이 내비치고 있는데, 김 전 대표 탈당 하루 전인 지난 7일 만남을 가졌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표적이다.
 
이미 김 전 대표의 탈당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당시 손 전 지사는 김 전 대표와 조찬 회동을 갖고 우선 개헌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차기 정부는 180~200석의 안정된 연립정부로 구성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구체적인 연정 규모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김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 대해 “민주당과 개혁 세력의 양자구도가 될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은 후보를 낼 수 없을 것이고 낸다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했다는 점에서 다른 당과 마찬가지로 김 전 대표에 러브콜을 보냈던 한국당 입장에선 연대 대상에서 거의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라 할 수 있다.
 
손 전 지사 역시 자유한국당과의 연정에 대해선 “전체적인 연대보다는 지금 한국당에 골수들이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선 같이 해야 하지 않나”라고 입장을 내놔 사실상 친박계가 아닌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여당 내 일부 비박계 의원들과의 연대 가능성만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손 전 지사는 탄핵심판 이후 정계 개편 양상에 대해서도 전망했는데, 그는 9일 광주 KBS1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한 가운데 “앞으로 바른정당이 확고한 개혁의 의지를 보여주고, 또 민주당에서 새로운 이탈 세력이 개혁 세력에 협조를 하고 그러면 그것이 중심이 돼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새로운 개혁세력의 연합,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손 전 지사는 현 시점에서의 제3지대 결성 움직임에 대해선 “국민의당이 중심이 되고, 민주당에서 이탈을 한 사람들이 언제 어느 규모로 할지는 아직 좀 두고 봐야 한다”며 “김 전 대표가 새로운 당을 만들지, 또는 어떤 당에 같이 합류를 할지 이것은 이제 차후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등록할 때 이때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되겠다”고 덧붙였다.
 
물론 일각에선 국민의당에 들어간 손 전 지사가 최근 당내에서 대선 경선 룰 문제로 안철수 전 대표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갈등하던 끝에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개헌을 공통분모로 하는 김 전 대표에게 접근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가 김 전 대표와의 회동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와 경선 룰 합의가 안 되면 불참할 수도 있다고 배수진을 쳤기에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손 전 지사가 국민의당 경선에 끝내 불참한 채 김 전 대표와 제3지대를 결성해 여기에서의 통합 경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선판에 다시 나서게 된다면 이에 앞서 탈당을 불사할 수밖에 없어 입당한 지도 얼마 안 된 시점에 이를 결행하기엔 정치인으로서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여기에 손 전 지사 외에도 국민의당 내 다른 의원들 역시 김 전 대표 측과의 연대를 구상하고 있기에 손 전 지사가 이 같은 선택을 할 거라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실제로 옛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출신인 현재 민주당 내 비문계 의원들과 국민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김 전 대표 탈당을 계기로 친문세력을 배제한 연정과 개헌 등을 논의하기 위해 9일 오찬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자리에 참석한 국민의당 의원들도 주승용 원내대표와 김동철 전 비대위원장, 문병호 최고위원 등 대부분 지도부급 중진이란 점에서 적어도 제3지대를 향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듯 바른정당 외에 국민의당까지 반패권주의와 개헌을 접점으로 각기 제3지대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이를 조율하기 위한 김 전 대표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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