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잊혀지면 우린 또 죽는다”

▲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불매 시즌2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안방의 세월호 참사’로 불리며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같은 참사를 유발한 대표적인 기업인 옥시(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었다. 하지만 여전히 옥시 제품들은 시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형이 선고되는 등 일부 임직원들이 처벌받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의 슬픔은 끝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불매 시즌2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잠시 가려져 있는 것일 뿐”이라며 “탄핵 이슈 뒤에 숨어서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해기업들은 미소짓고 있을지 모른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국민으로부터 서서히 잊혀질 거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큰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 환경부 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5천463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1천143명에 이른다.
 
이들은 나아가 “정부는 올해 1월까지 3차 판정자들에 대한 일부 판정결과만 발표했을 뿐”이라며 “지난해 접수된 4천명이 넘는 4차 피해접수자들은 판정대기 상태”라고 언급했다.
 
또 이들은 “지난해 시작된 폐질환 이외 기준 확대작업이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CMIT/MIT 독성실험 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피해자들은 6년째 속수무책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안방의 세월호 참사’로 불리며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참사를 유발한 대표적인 기업인 옥시 제품들은 여전히 시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이들은 “우리는 지난해 우리사회에 불어닥친 ‘옥시불매’의 거대한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키고자 한다”며 “살인기업, 가해기업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뒤에 숨어서 꼼수 부리지 말고 시장에서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또 옥시에 대해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관련 기업으로 애경, SK케미칼, 롯데마트 등을 지목하며 “피해대책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자와 소비자들에 인정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피해자들 앞에서 한 번도 사과한 적 없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지난 하반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우리사회 모든 이슈가 그쪽으로 몰렸다. 옥시 불매 문제가 보도되지 않으니까 마치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오해하실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거리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코 끝난 게 아니다.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다. 언제 가해기업들이 피해자들 앞에서 제대로 사과한 적이 있는가. 경찰 앞에서 언론 앞에서 마지못해 사과한 것이다. 피해자들이 있는데서 나와서 사과하라 할 때 그들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누구나가 이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해기업들은 제대로 사과도 않고, 재발방지 대책을 공표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많은 피해자들은 옥시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칠 것이다. 수많은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옥시라는 브랜드를 마주하고 나서는 또 다른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옥시라는 브랜드는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유럽에선 소비자 안전을 지키면서 대한민국 소비자를 호갱취급하고 수많은 사람을 살인한 옥시레빗벤키저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 “우리는 항상 잊고 살아왔다. 기억했더라면…”
 
가습기 살균제로 딸과 아내를 잃은 아빠의 이야기를 다룬 <균>의 저자인 소설가 소재원 씨도 “우리는 항상 잊고 살아왔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가습기 살균제, 세월호까지 연결된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는 우리가 잊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약에 이 사건을 제2, 제3의 성수대교로 기억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가 여기서 사라지면 우린 또 죽는다. 기업의 희생양으로 또 우린 죽어나간다. 우리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 참사네트워크 측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을 적극 촉구했다. 옥시와 대기업들이 가습기살균제를 팔 수 있었던 이유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사진 / 고승은 기자
참사네트워크 측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을 적극 촉구했다. 집단소송제를 통해서라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네트워크 측은 “옥시와 대기업들이 가습기살균제를 팔 수 있었던 이유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을 잃게 만드는 기업범죄에 대해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 제도가 없다”고 지적하며 “그런데 언론, 특히 경제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얘기만 하면 ‘포퓰리즘 법안’ ‘과잉규제’라고 한다. 기업의 이윤만 보장해주면 모두 만사형통인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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