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리거 2006년 성적표

▲ 김병현 선수(콜로라도 로키스)
1994년 4월 8일, 박찬호가 다저스타디움에서 등판한 이후 벌써 12년.

올해 빅리그에 얼굴을 내민 적 있는 한국 선수는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서재응(탬파베이 데블레이스), 김선우(신시내티 레즈),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백차승(시애틀 매리너스), 류제국(시카고 컵스) 등 모두 7명. 사상 최다다.

숫자는 많았지만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작년 텍사스에서 이적하면서 시즌 12승을 올려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박찬호는 올시즌 7승 7패 방어율 4.68을 기록하고 있다. 2000년 LA 다저스 시절 시즌 18승을 올렸던 것 치고는 기대에 못 미친다.

부상으로 기대 못 미쳐

게다가 8월 17일 부상자 명단(DL)에 오르고 같은 달 24일 장출혈로 수술을 받았던 박찬호는 지난 24일 복귀하면서 샌디에이고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줄곧 LA 다저스를 추격하던 샌디에이고는 지난 18일 드디어 선두를 탈환한 뒤 다소 엎치락뒤치락 하다 28일 현재 1경기차로 앞서 있다.

브루스 보치 샌디에이고 감독은 남은 기간 박찬호를 불펜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혔고, 박찬호 역시 “나는 불펜에서 뛸 준비가 돼 있다”며 의지를 표명했다. 박찬호는 24일부터 로스터에 올라 있으나 아직 복귀 후 등판하지는 못했다.

김병현도 8승 12패 방어율 5.29로 좋지 못했다.

28일 현재 한 차례의 선발 등판을 남겨둔 상태여서 첫 10승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김병현의 역대 최다승은 2003년 기록한 9승(10패)이다. 시범경기에서 입은 허벅지 부상으로 4월 한 달 등판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하지만 김병현에게는 뚜렷한 소득이 있다.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고, 방어율은 다소 올랐지만 시즌 막판까지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비교적 호투해 우려되던 체력에 대한 걱정을 확실히 씻어냈다.

다만 연속 삼진을 잡아내다가 홈런 한두 방으로 무너지는 것이 흠이다. 본인도 인터뷰에서 “안 줄 점수를 많이 줬고 놓쳤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러나 12패 중 퀄리티 스타트 5경기가 포함돼 있어 승운이 없었던 탓이 크다. 내년에는 250만 달러를 주고 올해 선발 가능성을 보인 김병현을 콜로라도가 데리고 있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재응도 올해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 8월 21일 경기 중 허벅지 부상으로 강판된 뒤 바로 DL에 오른 서재응은 돌아온 뒤에도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2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제구력이 트레이트마크였던 서재응으로서는 치명타일 수 있다. 시즌 3승 11패 방어율 5.27은 빅리거 데뷔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기록은 최악이지만 실력은 최악이 아니다. 서재응이 악운은 팀 동료들의 탓이 더 크다. 탬파베이는 현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7월 30일 3승째를 올린 이후 9번의 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만 6번. 그러나 단 한 차례을 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2패에 머물렀다. 지역 언론으로부터 “15승 투수와 동격”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 추신수 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추신수는 올해 최대의 수확이었다. 왼손 타자로 클리블랜드로 옮긴 뒤 상대 선발 투수에 따라 플래툰 시스템으로 기용되고 있는 추신수는 올 시즌 타율 2할7푼4리에 21타점으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렸다.

아시안게임 대표에 탈락되고 9월 들어 한때 타격감을 찾지 못하는 등 슬럼프를 겪었으나 지난 22일부터 4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는 등 활기를 찾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변화구 공략을 보강한다면 내년에도 무난히 플래툰 외야수로 기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던 백차승은 8월 23일 2년만에 빅리그에 합류한 지 한 달만에 4승 1패 방어율 3.67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소속팀 시애틀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백차승은 팔꿈치 부상으로 26일 등판이 취소되고 60일 DL에 오르며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현재 백차승은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은 상실된 상태다. 미국 국적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 병역 기피 의혹이 있으나 본인은 비자 발급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미국 국적을 취득한 과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

김선우는 트리플A에서 훈련을 계속하다 지난 7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되면서 메이저리그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곧장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김선우는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일단 합격점을 받았지만, 이후 중간 계투로 투입된 경기에서 2홈런을 맞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김선우는 올 시즌 8경기에 등판해 1패 방어율 12.51을 기록했지만, 신시내티의 선발진이 붕괴돼 내년 5선발으로의 기용이 유력한 편이다.

올 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류제국은 9경기 13이닝에 등판해 승패 없이 방어율 8.31을 기록하고 있다. 류제국이 컵스의 투수진에 합류한 것은 영건 키우기의 일환으로, 한때 컵스는 선발진 5명을 모두 신인으로 채우기도 했다.

5월 14일 빅리그 첫 입성 이후 4차례나 마이너를 오간 전력이 있어 아직 빅리거로서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 할 수 있다.

한편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직후 다저스에서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최희섭은 시범경기에서의 부진 끝에 허벅지 통증으로 DL에 오르며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트리플A 포투켓 레드삭스에서 상반기에는 7홈런을 때리며 메이저 복귀를 노렸으나, 주전 1루수 케빈 유킬리스와 J. T. 스노, 윌리모 페나 등에 밀려 여의치 않았다.

이어 7월 2일 스크랜던 레드바론스와의 트리플A 경기에서 2루 슬라이딩하다 오른쪽 무릎을 다친 최희섭은 8월 2일 이후 포투켓으로 지명양도된 상태다. 8월 19일에는 허리 통증으로 다시 DL에 오른 최희섭은 하반기 트리플A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올리며,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입단 제의를 받고 있는 상태다.

새로운 가능성 보인 영건들

작년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박찬호·김병현·서재응·최희섭이 부상으로 얼룩지며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보인 반면, 추신수·백차승·김선우·류제국은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딛고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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