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 한나라당 국회의원

▲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
작년 4·30 재보선 때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에서 당선된 김정권 의원은 1년여의 짧은 의정활동에도 톡톡 튀는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년 6월 이해찬 전 총리에게 띄운 홈페이지 공개편지에 이어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노무현 대통령께”라는 제목의 고언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띄운 것. 코드 인사에 대해 능력과 자질이 문제이지 자기 코드에 맞는 인재를 등용하는 건 당연한 원칙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례적이다. 실제로 작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때는 “진실성이 보인다”며 한나라당의 다른 의원들과 다른 의견을 낸 바 있어,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눈치 보지 않는 소신이 돋보인다. 말뿐이 아니다. 작년 국정감사 때 공직자들의 불성실한 재산등록 사례를 폭로한데 이어, 올해는 공무원들의 금품 수수, 정부 고위직 임금의 상승 등을 잇따라 고발했다.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려는 일보 전진이다. ◆참여정부의 코드인사를 꼬집은 노무현 대통령 공개편지가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홈페이지 댓글이나 전화로 격려해 주신 분들이 많다. 주로 “글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할 말은 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정치인이다”, “글에 공감한다” 같은 내용이 많았다. 물론 “한나라당도 다를 것 없다”는 등 비판적인 내용도 있었다. ‘코드 인사’는 말 그대로 코드가 맞는 사람만 골라 쓰는 것이지, 특별한 원인을 따질 것도 없다. 글에서도 말했지만, 코드 인사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사를 적재적소에 보내고 있느냐 여부가 문제다. 예를 들어 일개 운전기사에게 청와대 행정관을 맡긴다든지, 환경운동 경력이 있다는 구실로 환경부 장관을 맡겼다가 약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건강관리보험공단 이사장을 맡기는 식으로 능력이나 경륜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 코드인사를 하다 보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손학규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에 참여했는데 평소 좋아하는 선배 정치인이 지역구에 노력봉사를 왔는데 찾아가 보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어느 정도는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성 행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손 전지사와 함께 보낸 한나절 동안, 그런 편견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는 이미 농부이고 나그네였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풍경과 소리와 사람살이의 냄새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겠다는 겸손하고 정직한 구도자의 모습이었다. 복지관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 활동을 지원할 때도, 대동화훼단지에서 화훼작목반에서 삽질을 할 때도 그들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로 보느냐 잘못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던 최근 어느 인터뷰 내용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감회를 홈 페이지에도 올렸다.
◆민심대장정 이후 ‘손학규계’로 분류된 보도가 나갔다. 정계 개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손학규계’로 분류된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내용을 접했다. 그러나 그 ‘문건’이란 것은 명확한 출처도 없고 내용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내가 손학규계로 분류된 건 앞서 말한 대로 민심대장정에 참여하고 감회를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대선주자들에게 ‘줄서기’를 하는 것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다만 손 전 지사에 대해서는 흔히 하는 말대로 ‘저평가 우량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유력 주자’로 불리는 세 분 가운데 어느 누구도 대선 후보로 부족함이 없지만,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순간까지는 세 분을 포함한 모든 후보가 나란히 가면서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관심을 모을 수 있고,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나는 손 전 지사를 열심히 ‘응원’하려고 한다. 하지만 ‘손학규계’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김무성 전 사무총장의 발언은 정권 창출을 위해 당의 외연을 넓히고 호남도 껴안아야 한다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지, 당을 깨자는 뜻은 아닌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손 전 지사에 대해서는 당을 나가라고 할 이유도 없고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안다. ◆남은 임기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이나 간직하는 비전이 있다면 국회의원 당선 후 이른바 ‘인기 상임위’라는 문광위원에 배정됐지만 자진해서 행자위로 바꾸었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집권과정에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실현을 내세우고도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권한과 예산, 인재를 지방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데, 지금 정부여당은 일만 넘겨주고 나머지는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현재 8대 2 수준에 불과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서 지방세 비율을 상향조정, 자치단체들의 자주재원을 마련해 주는 정책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홈페이지에 ‘늘 처음처럼’이라는 제목을 달아두고 있다. 도의원 3선, 최연소 부의장을 지내는 동안에도 늘 가슴에 새겨 두었던 말이다. 여건이나 지위가 달라지더라도 처음 마음먹거나 약속한 것은 지키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고, 여건이나 지위가 달라져도 진정성을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의 말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이 되면서는 ‘상생의 정치’, ‘깨끗한 정치’를 이루겠다고 마음먹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겸손해져야겠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달라진 점이다. 국회와 정치를 바꾸는 일은 결코 몇몇 사람의 목소리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시간을 두고, 국민들과 함께 이루어 가야 할 일이다. 그러나 초심은 버리지 않겠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길이라 하더라도 묵묵히, 뚜벅뚜벅 그 길을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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