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권 들어서도 수없이 파문, 수사권-국내정보수집권 폐지 및 이관 목소리

▲ 최근 ‘박근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국정원이 헌재를 사찰해왔다는 내용이 를 통해 보도되며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 SBS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국가정보원(국정원)은 박근혜 정권 하에서도 대선개입, 간첩조작, NLL 대화록 무단 공개, 대국민 해킹 의혹,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의혹, 어버이연합 지원 논란까지 수없이 논란을 빚고 있는 국가기관이다.
 
또 최근 ‘박근혜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국정원이 헌재를 사찰해왔다는 내용이 <SBS>를 통해 보도되며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물론 국정원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국정원의 지난 행동을 볼 때 이를 신뢰할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전신인 중앙정보부, 안기부 시절에 벌였던 수많은 악행들, 지금도 고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의가 터질 때마다 ‘개혁’은 언급했지만 역시 ‘셀프 개혁’에 그쳤다.
 
이미 국정원에 대한 개혁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에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측에서도 국정원 개혁을 외칠 정도였다.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대공수사국장을 맡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 대표적인 ‘안기부맨’이었던 정형근 전 의원도 적극적으로 국정원 개혁을 촉구했을 정도니까.
 
현재 조기대선이 유력시되면서 국정원에 대한 개혁이나 폐지 요구가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선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리셋! 국가정보원!> 세미나가 열렸다.
 
◆ “수사권-국내정보수집권 떼어내야”
 
오랫동안 국정원을 취재했던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국정원과 관련해 기억할 핵심 키워드로 ‘작은 정부’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익명의 유혹’을 꼽았다.
 
그러면서 장수했던 전직 국정원장들이 악행들도 많았으며 개인 비리들이 많았음을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97년 북풍, 총풍 사건을 일으켰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나 국정원 대선개입에 연루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김 전 국장은 “이들은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동일시했고, 정보기관을 사유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세훈 전 원장 재직 이후 국정원이 ‘정보공개 암흑시대’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별스럽지 않은 자료들마저도 대외 비밀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는 것이 국정원 최고의 개혁이라고 언급했다.
 
장유식 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발제를 통해 “수사권과 국내정보수집권에 대한 새로운 디자인 없이 국정원은 절대 개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밀행성을 속성으로 하는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은 권력의 비대화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CIA, 영국의 MI-6, 독일 BND, 이스라엘 모사드 등 주요 국가의 정보기관은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 국정원에 대한 개혁이나 폐지 요구가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선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리셋! 국가정보원!>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 / 고승은 기자
그러면서 수사권의 분리가 국정원 ‘탈권력화’의 필수전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1961년 박정희의 (5.16 쿠데타 이후)국가재건회의가 중앙정보부를 설립하면서 수사권이 비밀정보기관에 부여됐다. 비밀정보기관에 부여된 수사권은 검찰의 지휘도 국회의 통제도 받지 않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원천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기능에 대해서도 “분리해내야 한다”면서 “국정원은 해외, 대북정보와 관련 있는 국내정보만을 제한적으로 수집하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능을 경찰에 넘기거나 별도의 국내정보부문 정보기관 신설 등을 제안했다
 
국정원 법제관 출신인 이석범 변호사는 “통상 선진국 같은 경우는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이 분리돼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보수집과 수사를 동시에 하는)통합형 정보기관이다. 과거 나치의 게슈타포나 소련의 KGB, 중국의 국가안전부, 북한의 국가안전보위성 등이 이같은 통합형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역시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탈북자 조사를 국정원이 하니…”
 
최근 몇 년 사이 국정원이 탈북자를 대상으로 ‘간첩조작 사건’을 일으킨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입국하자마자 국정원 주도 하에 있는 중앙합동신문센터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일으킨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도 일어났다. 국정원 직원들이 유우성 씨의 여동생인 유가려씨를 불법 감금하고 강압수사 등을 펼쳐 간첩 허위자백을 받아낸 사건이다.
 
해당 사건의 변호인을 맡았던 김용민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문제의 중심에 대공수사권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며 “국정원이 정보수집과 수사권을 동시에 가지고 필요에 따라 탈북자를 간첩으로 조작하면서 국내정치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공수사권 폐지 및 이관과 함께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면서 “탈북자의 조사업무를 국정원이 해야 할 논리필연성은 없다. 이는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으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탈북자에 대한 기초조사를 국가인권위나 통일부 등에서 맡는게 낫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자백’을 감독한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국정원 개혁이 이뤄질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회와 야당 차원의 종합적인 개혁 플랜이나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차기정부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려면, 적잖은 저항에 부딪힐 거라 언급하면서 어마어마한 준비를 하라고 주문했다.
 
◆ 정치권의 국정원 개혁 방안은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국가예산을 줘가면서도 걱정이 벌어지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적당한 개혁이나 몇 명의 인사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방안은 ▲ 국정원의 국내정치 정보수집 및 사찰기능 제거 ▲ 해외정보 수집기능 중심으로 재편 ▲ 국정원 수사기능 폐지 ▲ 국회 통제 강화 ▲ 국내 정치사찰-간첩조작 개입 인사 엄중 처벌 ▲ 국정원 예산 대폭 삭감 ▲ 공익신고자 제도 도입 등이다.
 
그는 “국정원 정규직이 5천명, 비정규직이 7천명으로 약 1만2천여명의 조직으로 알려진다. 인구 120만의 울산시도 공무원이 5천명 정도인데 또 하나의 거대한 조직이 아닌가. 또 본 예산은 5천억인데 연간 예비비가 4천억이고 특수활동비도 3~4천억원이다. 이런 묻지마 예산이 통제돼야 하고 예산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국정원의 수사권이나 국내정보수집권을 폐지하고 다른 곳으로 이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사진 / 고승은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은 전 세계에 유사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정원의 수사기능과 국내 파트를 폐지하는 것이 국정원을 없애는 거라 오해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기능을 분리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주셔야 한다. 이상적인 것은 수사기능을 경찰에게 주는 걸로 될 것”이라면서도 “경찰이 충분히 민주화돼 있고 독립적으로 수사가 가능한 조직인가에 대한 답이 아직 우리에게는 없다. 경찰의 개혁과 동시에 수반돼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개혁을 완성하려면 입법이 돼야하는데, 아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정권 차원에서 국정원을 권력기구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시민들이 개혁 목소리를 낸다면 국회에서도 다른 지형이 펼쳐질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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